윤석열을 체포, 구속해야 상황이 정리된다는 주장이 많이 보입니다. 형사소송법상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적어도 정치적 측면에서는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상목 이하 국무위원들에게 가장 잘 먹힐 약발은 윤석열보다는 한덕수 체포·구속일 것 같습니다. 지금 탄핵되어 국무위원에서 밀려나면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좋은 선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한덕수에 대한 강제수사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민주당에서 검토하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말하면, 다음 월요일까지 최상목이 헌재 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으면 최상목 탄핵보다 국회의장이통령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부작위에 대한 권한쟁의 신청을 먼저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탄핵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적극적인 행동을 막을 수는 있지만, 적극적인 행동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탄핵으로 거부권 행사 등을 막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재판관 임명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만들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확하게 작의의무 발생상황을 유도해야 하고, 지금 법체제상 그게 가능한 방법은 권한쟁의 뿐입니다. 권한쟁의도 본래는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절차니, 빨리 진행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정형식에 대해 의견을 밝히겠습니다.
정형식이 오늘 나이스하게 절차를 진행했다고 칭송하는 분들이 많은데, 나이스한 진행이 올바른 판단을 담보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작정하고 법을 무시하는 판결을 쓰는 판사들이, 재판진행은 나이스하게 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습니다. 어차피 결과가 중요하니, 진행은 욕을 안 먹게 진행해주는 거죠. 그래서 재판장이 지나치게 나이스하고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면, 전 오히려 긴장합니다.
정형식이 그럴 거라고 속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뭘 어떻게 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명백하니까요. 잔머리를 뒤탈없이 굴리려면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 필요한데, 이번 건은 딱 한 부분만 빼면 재량적인 판단이 들어갈 여지가 없습니다. 정형식도 말한 것처럼 계엄 선포 자체를 전 국민이 다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형식이 윤에게 유리하게 판단하고 싶어도 뭘 어떻게 할 수 있을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재량이 일부 들어갈 수 있는 법리적 틈이 있습니다.
바로 “중대성 요건”입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가진 민주적 정당성과 상징성 때문에, 그 사유가 중대하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번 건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은 명백하고, 이 부분에 대해 재량이 들어갈 여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 정도가 “중대한가?”는 판단의 영역이라, 억지로 비집고 들면 재량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니고 빨리 끝났으니 중대한 경우는 아니라고 우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정형식 하나만 우겨도, 지금 상황에서는 탄핵이 안 된다는 겁니다. 지금 재판부의 태도로 봐서는 정형식이 그렇게 우길 경우 바로 탄핵을 기각하는 것이 아니라 9명이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합의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재판관 숫자가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4월 중순이면 다시 재판관들이 퇴직하고, 그 재판관들은 이른바 대통령 몫, 그러니까 대통령이 재량으로 지명할 수 있는 대상들이라 이번에는 권한쟁의 등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임명을 요구하기 어려워집니다. 탄핵 재판이 하염없이 늘어질 수 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정형식이 마음먹으면 충분히 벌일 수 있는 짓입니다. 그래서 재판진행을 나이스하게 한다고 마음을 놓으면 안 됩니다. 계속 광장에 나가고, 적극적으로 국민의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전에 썼던 것처럼 헌법재판은 정치적 사법작용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빨리 권한쟁의 등의 방법으로 헌재 재판관에 대한 임명을 서둘러야 합니다. 특검법 같은 건 그 다음 순서입니다.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지금 상황이 비가역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