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그 회의는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보편관세 부과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였습니다. 그러나 12월 3일의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회의가 취소되었다가 다시 개최되고 또 시간도 단축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개최되었습니다.
회의 주제는 권한대행의 요청에 따라 그 자리에서 현 시국에서의 대외부문 관리방안으로 급거 변경되었습니다. 옳은 판단이었습니다.
저 또한 그 회의를 가야하는가 잠시 망설였으나, 그럼에도 비상계엄 선포이전 중대절차인 국무회의에서 적극 이를 만류하신 분이라는 뉴스를 듣고 그렇다면 가야겠다는 판단을 하며 나섰습니다.
저는 당시 경제부총리께서 하신 말씀을 지금도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경제부총리께서는 이번이 자신이 공직자로서 겪는 세 번째 탄핵이라면서 "어차피 탄핵은 기정사실"이라며 의외로 담담하셨습니다. 예 저는 똑똑히 기억합니다.
"어차피 탄핵은 기정사실"
이어서 "문제는 이것이 얼마나 장기화될 것인가"라고 진단하셨습니다. 따라서 대외부문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물으셨습니다.
이에 저는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외발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외부에서 믿게끔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일상적인 활동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이어서 저는 "이 나라의 소프트 파워는 법치(rule of law)이며 절차적 민주주의의 작동이라는 점을, 우리 민주주의의 회복탄력성을 우리 국민과 국회가 보여주었으니 그것을 신뢰해 달라고 대외발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날 이후 전 이 나라 법치가 상상을 초월하는 비열하고 반민주적인 자들에 의해 벼랑 끝에 선 현실을 매일같이 목도하고 있습니다. 엄동설한에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싸우는 국민을 일고의 가치도 없이 개돼지 취급하는 이들을 매일같이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외적으로 발신한다는 것이 그저 기만에 불과할 뿐입니다. 제가 그날 했던 그 말을 취소합니다. 아니 부끄럽습니다. 이 나라 정치와 관료가 이 정도로 썩은 수준일 줄 미처 몰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어차피 탄핵은 기정사실"입니다.
전 당시 그 말씀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믿습니다. 설마 이제와서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하지는 않으시겠지요.
당시 '일개' 경제부총리의 역할은 문제를 벌인 자들이 엎질러 놓은 물을 경제에 국한해 쓸어담는 부수적인 것이었다면, 지금 대통령권한대행의 역할은 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결정적인 것입니다.
12월 27일, 비상계엄 선포 뒤 어느덧 24일이나 지나버린 어제, 대통령권한대행의 직무를 맡게 된 뒤 권한대행께서는 “정부는 국정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정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도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 그 말을 믿겠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내란 수괴와 동조자의 궤변을 들으며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닙니다. 이제는 더 이상 서민경제를 나락으로 빠트리고 국가신인도를 추락시키며 이 엄동설한에 평범한 시민을 광장으로 내몰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 "어차피 기정사실인 탄핵"의 강을 최대한 빨리 건너는 것입니다.
현재는 이것이 최선입니다. 지금 그것을 막는 세력은 어떤 이유를 대든 내란동조자일 뿐입니다.
부디 "어차피 기정사실인 탄핵"을 위해 결단하시기 바랍니다. 부디 "어차피 기정사실인 탄핵"을 위해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결단하시기 바랍니다. 부디 "어차피 기정사실인 탄핵"을 지연시켜 역사의 죄인으로 남지 말기를 바랍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님, 이 나라 최고 엘리트로서의 사회적 책무와 이 나라 한 시민으로서의 양식에 절절히 호소합니다.
매일같이 좌절감에 무력감에 패배감에 빠져들려 할 때 그나마 희망의 우물을 길러 올리게 하는 것은 이 나라 장삼이사, 보통사람들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뜨거운 열정과 신념입니다. 이를 배반하지 말아 주십시오.
(비공개회의석상에서의 발언이었으나 워낙 엄중한 시국이라 불가피하게 일부 발언을 공개함을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