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웃나라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M&A 규모는 397건에 935억 달러로 전년 대비 62%나 증가했다.
일본도 403건에 703억 달러로 전년 대비 53% 늘어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해외 M&A는 줄고 있어 해외에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중국은 성장률 둔화와 증시 불안으로 정부가 자본통제를 강화했음에도 해왜 M&A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국내 경기 둔화에 따른 저성장 돌파구를 해외시장에서 찾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5위 매출의 이탈리아 타이어 업체 피렐리를 약 90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대형 해외 M&A 소식을 전하고 있다.
중국 최대 부호인 왕제린의 다례완다 그룹은 할리우드 레전더리픽처스를 35억 달러에 인수했다.
중국 최대 백색가전업체인 하이얼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사 가전사업부를 54억 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해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단번에 끌어올렸다.
해외 M&A에 적극적인 건 이웃 나라들 만이 아니다.
올해 규모가 가장 큰 M&A는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 샤이어가 해냈다.
미국의 박스알타를 356억 달러에 인수해 세계 최대의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제약사로 거듭났다.
기업들은 넘치는 유동성을 활용하거나, 또는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시세 차익을 노리거나
경영 개선을 통해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 해외 M&A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해외의 관련 기업을 인수해 첨단 기술을 확보하거나
경영 기법을 획득하고,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M&A는 일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에 투자 리스크가 크긴 하지만
창업이나 제휴.합작보다 사업 진출 속도가 훨씬 빠르다.
기술 발전과 시장 확보에 시간을 다퉈야 하는 경영 환경에서 경쟁에 밀리지 않으려면
M&A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M&A 금액 중 절반 가량이 해외 에너지.채광업.공익사업 부문 등에 투입된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석유 등 천연자원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해외 원자재 관련 사업의 인수 가격도 저렴해졌다.
지난 정부의 투자 실패가 트라우마가 돼 해외 자원 투자에 등을 돌려선 안 된다.
일보라도 전진하려면 과거의 실패를 거물삼아 꾸준히 관심을 갖고 검토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해외 M&A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미국 벤처 기업 루프페이를 M&A함으로써 신용카드의 마그네틱 대신
스마트폰을 결제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되는 '삼성페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다.
성공적인 M&A를 도출하기 위해 기업은 전략을 수립할 때 항상 해외 M&A를 염두에 둬야 하며,
유리한 인수 가격을 도출하는 협상과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 전문성을 키워 나가야 한다.
신시장 진출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성공적인 해외 M&A를 위해선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일본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는 해외 M&A의 증가는 일본 정부의 지원이 한몫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내 벤처.중소기업 M&A 활성화를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는 열정으로
해외 M&A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오랜 경기 침체와 성장률 둔화를 돌파하기 위해선 해외 동향과 M&A 정보를 수집해 기업에 제공하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 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