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시간
고요의 우물 속에서 청신한 영혼의 수액을
끄집어 목에 넘겨봅니다. 어제 사실 36번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생일을 포함한 생의 기념일에
무덤덤해져가더군요. 그냥 살아있음을 감사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나누고 그렇게 나를 움직이는 생의 원동력인
미술을 만나게 해주신, 내 안의 고마운 분에게 또한 감사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새해가 시작된지도 이제 한달이 훌쩍 넘어가는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서. 2006
어린시절 제 집 앞 우물가와 그 옆에 놓여있던 펌프
시원한 지하수를 끌어올려 등목을 하고 마시고, 그래도 참 좋았던 그때
배우게 된 한가지 사실은 녹청과 검정빛이 물든 그 펌프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한 바가지의 물을 무조건 그 속에 부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흔히 마중물이라 부르지요.
마음속 영혼의 펌프를 움직이기 위해 여러분은 과연 어떤 마중물을
집어 넣으시려는지요. 요즘 유행하는 CF의 멘트를 따라 이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여러분에게 있어 H는 무엇인가요? 홍기에게 H는 Hope, 희망입니다.
희망의 마중물을 청신하고 투명한 마음의 창에 뿌리고 더깨더깨
구석구석 물들어 버린 상흔들, 이제는 지워버리고, 그렇게 한해를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우리들의 마음의 창, 이 유리를 통해 빛과 색을 입혀 그려낸 그림
바로 스테인드 글라스의 근대적인 장인,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Louis Comfort Tiffany)
의 작품을 다루어 봅니다.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
<가을 풍경 창> 1923, 리디드 파브릴 유리, 11*11.6 ft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유럽여행을 할때 뭐니뭐니 해도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유럽의 고풍스런 건축양식과 대 성당들일겁니다. 하지만 더욱
우리를 매력의 세계로 빠지게 하는 것은 그 내부의 형형색색의 빛의 미감을 빚어내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파리를 가도 혹은 이탈리아를 가도
대성당과 교회의 창은 항상 청,녹,적,황색의 빛깔의 유리로 그려진
성화들을 통해, 영성의 빛깔과 색채를 말하는듯 합니다.
중세의 암울함 가운데에서 화려함을 빛냈던 그 스테인드 글라스 예술을
가장 획기적으로, 현대적으로 변화시킨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루이스 컨포트 티파니란 사람인데요. 그는 티파니 유리회사를 운영하는
장인이자 화가였습니다. 그는 다양한 유리 제작 기술과 스테인드 글라스의
제작 방식을 개발해서 중세 이후 19세기 전반가지 지속되던
전통을 아주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시킨 사람이지요.
<목련과 붓꽃> 1908, 리디드 파브릴 유리
찰스 호스머 모스 미국 미술관
그의 작품 속 스테인드 글라스는 마치 일종의 회화처럼
다양한 깊이와 빛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유리공예 작업을 하는 장인이기에 앞서 사실 미국의 풍경을 파스텔 톤으로
그리길 좋아하는 수채화가였기도 했지요. 그래서인지 그의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 속엔
투명과 불투명이 그 경계를 이루며, 자연과 물상의 형태를 오롯하고
아름답게 빚어냅니다. 마치 빛이 색이란 질료와 만나 서로에게
구애를 하듯, 꼭 연인의 만남처럼 말이죠.
<생명>1908, 리디드 파브릴 유리
유니언 교회, 몽클레어
그는 유리 자체가 일종의 빛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화가이자
장인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중세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성당의 벽면을 위한
일종의 색유리 장식이었을 뿐이었지만, 티파니를 통해 스테인드 글라스는
빛과 색채를 통해 아름다운 환상을 빚어내는 일종의 회화가 된 것이죠.
그는 이러한 자신의 작업을 위해서
다양한 유리들을 개발하게 되는데요. 지금까지 보신 그의 작품 소개에
제가 소재를 쓰는 란에 '리디드 파브릴 유리'라고 쓴걸 보실수 있을거에요
이 파브릴(Favrile)이란 것이 바로 1894년 티파니가 개발하고 제작해서
미국 특허청에 등록까지 한 광채나는 다색의 유리입니다.
이것은 흔히 진줏빛 색채를 머금으며 주변의 빛과 색채를
함께 포용해 토해내는, 그런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일까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천사의 모습이
유리 표면위에 더욱 신비롭게 자리잡는것만 같습니다.
<목련> 1908 리디드 파브릴 유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그는 꽃 잎파리 나무 가지 하나를 묘사하기 위해서도 심혈을 기울였는데요
유리 하나하나에 덧칠을 하고 투과되는 햇빛의 효과를 살려냅니다.
그의 작품을 보시면 유리를 잘라서 동으로 만든 테이프로 하나하나 유리를
붙여서 만들었다는 걸 아시게 될 거에요. 참 섬세하지요?
더구나 그는 의상의 주름을 표현하기 위해
(이 부분 때문에 사실은 그를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주름유리란걸 사용했다고 해요. 이것은 말 그래도 유리의 표면에 주름이 있는 것인데
이런 표면에 의상과 패션의 효과를 덧붙였으니 더욱 옷의 상세한 묘사가 이루어 졌겠지요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 한구석에
따스한 온기의 햇살이 조근조근 들어와 비추이는 것만 같습니다.
올 한해, 희망이라는 마중물과 앞길을 비추는 그 따스한 온기의 햇살이
여러분의 생을 환하게 피어나게 하기를 기도해 봅니다
36살. 이제 서른도 중반을 훨씬 넘어서네요.
아름답게 살아갈께요. 항상 옆에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첫댓글 유리에 그린 예술작품 즐감했습니다.
특히 성당은 장엄하고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