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오늘 같은 날엔
이 장소가 더 운치있고 커피맛 제대로 날 것 같다
오늘은 어제 관람한 아트페어 작품 중 한창 활동하고 있는 국내작가들의 작품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제의 글에서 너무 유명작가 작품에만 호들갑을 떨었던 것 같아 좀 미안하다
어제의 유명작가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니 오늘은 그야말로 동시대를 살아가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화가들의 작품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이들 중 누군가는 먼 훗날 박수근 김환기 등의 작품 옆에 나란히 걸려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할 것이다
이 작품에 이끌려 자연스레 안소연 님의 부스로 들어서게 되었다
분명히 평면의 회화가 아닌 듯하여 자세히 보니 자기를 구워서 작업한 작품이다
자꾸만 몸을 굽히며 들여다보니 작가가 다가오더니 작품 제작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도자기를 굽는 모든 과정을 다 거쳐서 작업하는데
세상에나 이 작품속 진열장은 당연히 다른 소재인 줄 알았다가 깜짝 놀랐다
저 장식장의 경첩이나 못 자개 등등의 모양 모두가 도자기로 표현한 하나의 도자기작품이었다
놀라워라
우리의 전통 도자기를 널리 알리고 싶은 작가의 노력과 이런 창의적인 작업방식에 박수를 보낸다
손은심 작가의 화려한 색채가 눈길을 끈다
짠딸은 이태리 포지타노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관심을 보였는데 작가가 다가와 맘에 들면 데려가라고 권한다
450만 원이던데....
난 사실 이 작품이 강렬하게 갖고 싶었다
지중해의 바닷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곳에 나의 테라스가 있고
깔끔한 탁자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
세상의 모든 평화를 나의 공간에서 관조할 수 있는 기분을 날마다 느낄 수 있을 것 같기에
이 작품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관람한 북유럽 여성화가인 한나 파울리의 < 아침식사시간>을 떠 올리게 한다
접시에 레몬이 가득 담긴 걸 보니 짠딸이 느낀 포지타노의 감성이 제대로 맞는 것 같다
그곳의 햇살과 나른한 바람이 잘 담긴 것 같다
사실 작가 손은심 님도 짠딸의 말에 강렬하게 동의했었다
위의 두 개성 있는 여인을 그린 화가는 직접 만나보진 못했지만
이 그림 속 여인들만큼이나 개성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한다
다소 과장적인 미장센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는데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손미량 님의 에폭시를 활용한 독특한 작품도 좋았다
어린 시절 유년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에폭시와 거즈 그리고 마른풀로 고정시키는 시간을 그리는 작가
삶을 살아내느라 바쁜 어느 날 추억의 시점에 서서 쉬어가기를 바란다는 메모가 눈길을 끈다
눈을 아련히 뜨고 그녀의 작품 앞에서 서성거렸다
진달래라는 제목이 붙은 이 그림은 600만 원에 이미 팔렸다
현관에서 거실로 들어가는 통로쯤에 걸어놓으면 진달래 핀 산을 걸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야말로 날마다 꽃길을 걷는 기분일래나?
숲에 담긴 계절을 이렇게 단순하고 멋지게 표현하다니요
여름에 보면 더위를 단번에 잊을 수 있을 것 같고
가을에 보면 당장에 커피를 내리며 눈을 지그시 감고 멜랑꼴리한 감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당장에 숲으로 뛰어들고 싶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벽면을 가득 채운 이 대작을 보면서
언뜻 남프랑스의 생폴드방스를 그린 것 아닐까 하며 제목을 보니
그냥 여행 중에(?)라는 제목이 붙어있었다
어쩜 맞을 수도 아닐 수도
뭐 비슷한 지형은 많으니까....
위의 대작 이외에도
제주나 여러 여행지를 그렸는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이 부스에서도 한참을 머물렀다
저 대작은 그림값이 어마어마했던 기억이....
너무나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려니 집중도는 다소 떨어지긴 했다
취향껏 작품을 골라보는 기쁨도 있었고
독특한 작품을 마치 새로 접하는 장르물처럼 만나는 신선함도 있었다
오늘이 전시 마지막 날인데 많은 사람들이 관람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