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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산(廣大山)
광대산(廣大山 1,019m) 은 강원도 정선군 동면 '화암8경'으로 수놓인 화암국민관광지 동쪽 몰운리에 위치한 숨은 비경의 산이다. 화암8경중에서 제 2경인 거북바위를 머리에 이고 있는 그림바위에서 동쪽으로 길게 뻗어 올라가는 능선상의 최고봉을 말한다.
광대산이 품은 광대산 들머리 광대곡은 하늘과 구름과 땅이 맞붙은 신비의 계곡으로 태고적부터 인적을 거부한 돌과 물과 산의 신화가 한데 얽힌 천연의 선경이 그대로 간직 하고 있는 신비의 동천으로 우람한 대자연의 비경이며 명산인 고로 부정한 속세 사람들의 출입을 금한다는 전설이 있다.
화암 8경
○ 화암약수
동면 소재지에서 남쪽으로 1km지점 계곡가에 있는 약수로 1910년 경, 처음발견되었으며, 탄산이온, 철분, 칼슘 등이 함유되어 피부병, 위장병,안질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약수터 옆에 화암장호텔과 식당이 있다.
○거북바위
화암약수 입구, 우측 절벽 위에 거북모양으로 생긴 바위로 이 바위를 만지면 장수한다고 하여 장수바위라고도 한다.
○용마소
동면 소재지 남쪽 계곡에 있는 깊은 소로, 전설에 의하면 화암마을에 태어난 아기가 장차 장수가 될 징조가 있자, 조한이 두려워 아기를 죽여버렸는데 이때 용마가 나타나 주인을 찾아 헤매다가 이 소에 빠져 죽어 용마소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화암동굴
정선읍에서 동면 화암리에 들어서기 전 계곡 동쪽 산기슭에 있는 종유굴로, 굴 안에 높이 40m, 직경 100m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종유석이 있다.
○화표주
정선소금강의 본격적인 경관이 시작되는 424번 지방도로 초입에 솟아 있는 기둥바위로 산신들이 이 바위에 신틀을 걸고 짚신을 삼았다는 전설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소금강
화표주에서부터 동대천을 따라 5km 구간에 펼쳐지는 계곡 경관을 소금강이라 하는데, 계곡의 동쪽에 기암절벽이 연이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몰운대까지 도로포장이 말끔히 되어 있어 차를 타고 돌면서 소금강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몰운대
동면 몰운리에 있는 소금강의 마지막 절경으로, 층암절벽과 넓은 반석이 있고 전망이 뛰어나, 예부터 시인묵객들이 많이 찾아 들었다고 한다.
○광대곡
몰운리에서 동쪽으로 갈라져 나가는 동대천의 지류를 광대곡이라 하는데 초입에 병풍바위가 버티고 있어 부정한 사람은 출입할 수 없다는 전설이 있다. 계곡내에는 골뱅이소, 영천폭포, 바가지소 등 태고의 신비를 지니고 있는 폭포와 소가 연이어 비경을 자아내고 있다.
구불구불 끝없는 끝...그림바위마을이 숨긴 비경
최흥수 기자
한국일보 기사 입력일 : 2021.06.16.
<114> 정선 화암면 화암팔경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물길도, 찻길도 그 깊은 골짜기를 바로 넘지 못한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그림 같은 풍경이 숨어 있다. 정선 화암면 이야기다. 면소재지로 들어서는 도로 어귀에 ‘그림바위마을’ 조형물이 있다. ‘화암(畵巖)’을 한글로 풀어 쓴 이름이다. 가로등보다 높은 조형물에는 짙어가는 녹음을 배경으로 두 남성이 한가로이 쉬고 있다. 한 사람은 팔베개를 한 채 먼 산을 바라보고 있고, 또 한 사람은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이따금씩 오가는 차량을 무심히 응시하고 있다. 고된 노동을 끝내고 온 몸에 힘을 뺀 채 편안히 쉬는 모양새다. 산중 마을의 여유로움이 부럽게 느껴진다.
사람보다 풍성한 비경, 화암팔경
화암면은 정선군에서 인구가 가장 적지만 골짜기마다 비경을 품고 있다. ‘그림바위마을’이라는 해석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화암약수와 화암동굴을 비롯해 거북바위·용마소·화표주·소금강·몰운대·광대곡을 묶어 화암팔경이라 자랑한다.
마을로 들어서면 화암팔경을 주제로 한 벽화와 조형물이 골목과 담장을 장식하고 있다. 2013년 ‘반월에 비친 그림바위마을’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설치한 작품이다. 주제는 크게 ‘심원ㆍ고원ㆍ평원의 시선’이다. 해발 460m 고원을 1,000m급 고산이 둘러싼 지형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반월’은 마을 앞으로 흐르는 하천이 반달 모양으로 휘감아 돌기 때문에 붙은 수식이다. 화암면을 적신 어천은 정선 읍내에서 조양강에 합류된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주도한 것은 ‘그림마을예술발전소’다. 옛 변전소를 개조한 작은 미술관으로 현재 백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마을 앞 어천 변에 화암팔경의 하나인 용마소가 있다. 아담한 퇴적층 절벽 아래에 넓은 반석이 형성돼 있고, 그 위로 맑은 물이 흐른다. 주변은 작은 공원으로 꾸몄다. 주민들에겐 평범한 쉼터지만, 여행객에겐 더 없이 좋은 피서지다. 용마소 상류, 울창한 나무 사이에서 독특하게 생긴 바위 하나가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역시 화암팔경의 하나인 거북바위다. 액운을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수호신 같은 존재다. 험준한 주변 산세에 비하면 한없이 소박하지만, 늘 가까이서 주민들에게 마음의 평온을 안겨주는 존재로 화암팔경에 선정된 듯하다.
화암약수는 화암팔경의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을 맞은편 산자락의 작은 계곡에 바위를 뚫고 샘솟는 탄산수로,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이다.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 바로 옆에 붙은 약수터 주변은 철분이 산화해 붉은 반점이 찍혀 있다. 칼륨 불소 외에 9가지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위장병, 눈병, 피부병 등에 좋다고 자랑한다. 약수가 솟는 계곡의 3개 지점은 산책로로 연결돼 있다. 호젓하게 숲길을 걷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마을 인근 화암동굴은 화암팔경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관광지다. 폐광과 천연 석회동굴을 연결해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동굴 전체 길이는 1,803m다. 금을 캐던 천포광산 상부 갱도 515m와 하부 갱도 676m, 이를 연결하는 365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졌다. 미로 같이 연결된 금광, 수직에 가까운 철제 계단, 천연 동굴의 종유석과 광장 등이 거대한 지하 궁전을 연상케 한다. 동굴 체험장이자 광산촌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교육장으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늘 선선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어 여름 피서지로도 제격이다. 관람 동선은 모노레일로 상부 갱도까지 가서 동굴을 통과해 되돌아오게 설계돼 있다. 성인 기준 동굴 입장료는 5,000원, 모노레일 탑승료는 3,000원이다.
산수화 풍경 소금강, 그 끝자락에 숨겨진 폭포
화암팔경의 진짜 절경은 소금강에서 광대곡으로 이어지는 계곡에 흩어져 있다. 황동규 시인은 ‘다시 몰운대에서’라는 시에서 정선 소금강에 대한 감상을 이렇게 적었다.
“저기 벼락 맞고 부러져 죽은 척하는 소나무 / 저기 동네 앞에서 머뭇대는 길 / 가다 말고 서성이는 바람 / 저 풀어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몸 매무시하는 구름 / 늦가을 햇빛 걷어들이다 밑에 깔리기 시작하는 어스름 / 가끔씩 출몰하는 이름 모를 목청 맑은 새…(중략) 더 흔들릴 것도 없이 흔들리는 마른 풀 / 끝이랄 것도 없는 끝”
빼어난 경치야 말할 것도 없으니 미련 없이 생략하고, 그 속에 들어앉았을 때의 느낌을 속삭이듯 잔잔하게 읊었다. 아무것도 아닌 나무, 구름, 새, 풀, 길 하나하나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그런 곳이다.
소금강은 그림바위마을에서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약 4㎞ 협곡이다. 들머리 왼쪽 산자락에 기둥 2개를 겹쳐 놓은 것처럼 보이는 절벽이 있는데 화암팔경의 제5경 화표주다. 화표주는 무덤 양쪽에 세우는 석조물이다. 아슬아슬하게 층층이 쌓인 퇴적암 꼭대기에 소나무 한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 더욱 신비롭게 보인다. 겸재 정선의 ‘화표주도(華表柱圖)’가 이 모습을 그린 게 아닐까 해석하기도 한다.
계곡과 나란히 이어진 도로를 따라가면 산은 점점 높아지고, 한 굽이 돌 때마다 계곡 양쪽으로 수직에 가까운 바위 절벽이 나타난다. 검붉은 퇴적암층이 더러는 거대한 장벽 같고, 더러는 곧장 허물어질 듯 아슬아슬하다. 지나다니는 차량이 많지 않아 눈앞에 펼쳐지는 비경이 모든 소음을 삼킨 듯 고요하다. 어느 한 곳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데, 그중에서도 경치가 빼어난 2곳에 차를 대고 감상할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소금강 상류 몰운대 역시 깎아 세운 듯한 암벽이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구름도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다. 천상의 선인이 학을 타고 내려와 시흥(詩興)을 즐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몰운대는 아래서 올려다보는 게 아니라 꼭대기에서 주변 풍광을 내려다보며 감상하는 구조다. 도로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길을 조금만 걸으면 수십 명은 족히 앉은 수 있는 암반이 나타난다. 바로 몰운대 정상이다. 소나무 몇 그루가 뿌리를 내린 바위 끝에는 생명을 다한 노송 한 그루가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황동규 시인이 ‘죽은 척하는 소나무’라 표현한 바로 그 나무다. 은빛을 띠는 뒤틀진 가지가 희한하게도 썩지 않고 화석처럼 굳어 몰운대의 상징이 됐다. 죽어도 살아 있는 나무다. 주변이 구름에 덮이면 이름처럼 신비스러운 풍광을 연출하는 곳이다.
몰운대에서 조금만 가면 화암팔경의 마지막 광대곡이다. 광대산(1,019m) 서편 자락을 흐르는 약 4㎞ 계곡으로 소도굴, 촛대바위, 층대바위, 영천폭포, 골뱅이소, 바가지소 등 12개의 동굴과 폭포와 소가 이어진다. 심마니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곳으로 오랫동안 외지인의 출입을 금했던 계곡이다.
등산로는 입구(광대사)에서 1.7㎞ 떨어진 영천폭포까지만 개설돼 있다. 초입에 멀쩡하게 숲길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서 탐방로도 그렇겠거니 여겼다가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 미리 말하자면 길은 있다가도 끊어지고, 없다가도 연결된다. 인적이 뜸한 탐방로는 수풀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 힘든 오솔길이다. 험한 바위투성이 계곡을 여러 차례 가로질러야 한다. 비가 내리는 날은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주민들은 통상 20분이 걸린다고 말하는데 실제는 30분이상 잡아야 한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은 게 그나마 위안이다.
탐방로로 접어들어 조금만 걸으면 길은 바로 계곡으로 내려간다. 계속 갈 수 있을까 미심쩍을 때 좌우로 유심히 살펴보면 다시 길이 보인다. 초반 풍경은 안내판이 과장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평범하다. 약 700m를 올라가면 갑자기 계곡이 깊어지고 어두컴컴해진다. 새소리, 바람소리에 섞여 희미하게 들리는 물소리를 따라가면 초록을 가득 머금은 널찍한 소(沼)가 나타난다. 잔잔한 수면을 따라 시선을 이동하면 바위 사이로 하얗게 떨어지는 낮은 물줄기가 보인다. 선녀폭포다. 바위에 걸터앉아 발을 담갔더니 물이 얼음장처럼 차다. 아무리 버텨도 1분을 넘기기 힘들다.
이곳부터 본격적으로 폭포와 소가 이어진다. 떨어지는 물줄기가 바위를 나선형으로 깎으며 돌아 흐르는 골뱅이폭포, 커다란 표주박 모양의 물웅덩이가 에메랄드빛 계곡물을 가득 담고 있는 바가지소가 바로 위에 나타난다. 골뱅이폭포 아래에는 널찍한 암반이 형성돼 있다. 계곡에서 유일하게 편안한 자세로 쉴 수 있는 장소다.
바가지소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최종 목적지인 영천폭포다. 탐방로에서 물소리를 따라 천천히 계곡으로 내려가면 뜻밖의 풍경에 짧은 감탄사를 내뱉는다. 평범한 산길에 이런 폭포가 숨겨져 있으리라고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깎아지른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검푸른 소를 만들었다. 길쭉하고 커다란 옹기 항아리에 양동이로 물을 쏟아 붓는 모양새다. 계곡물이 많지 않아 물줄기가 웅장하지 않음에도 은은하게 물안개가 번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절벽에 자라는 우산나물과 돌단풍은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나뭇가지는 하늘을 덮어 햇볕이 거의 들지 않는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 태고의 신비로움을 고이 간직한 모습이다.
[조용준의 여행만리]굽이굽이 숨겨진 '화암팔경'…굽이진 인생을 위로하다
글 사진 :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아시아경제 기사 입력일 : 2021.08.25.
정선 424번 지방도 따라 가는 화암팔경 여정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처서(處暑)를 지나자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선선해졌습니다. 이제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두 번째 맞이하는 가을입니다. 코로나의 기세는 여전히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행를 떠나기도 머뭇거려지는 그런 날들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늦은 휴가나 잠시 지친 몸과 마음에 콧바람이라도 마시고 싶다면 비대면 드라이브를 권해봅니다. 볼거리 즐길거리 풍부한 강원도 정선이 목적지입니다. 정선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관광 자원이 많지만 자연경관만 놓고 보면 지방도로 424번과 함께 하는 화암팔경이 으뜸입니다. 명승지들과 함께 달리지만 길은 외지고 한적해 코로나시대에 어울리는 여행지입니다. 이 길에는 1경인 화암약수를 비롯해 4경인 화암동굴, 7경인 몰운대, 8경인 광대곡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소금강, 문치재 등 정선의 손꼽히는 명소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드라이브 도중 살짝 찾아봐도 되고 달리면서 즐길 수 도 있는 곳들도 여럿입니다.
정선군에서 59번 국도를 따라 가다 덕우리체험마을을 지나 424번 지방도로 들어선다. 길에서 가장 먼저 만날 곳은 화암동굴(화암 4경)이다. 동굴을 중심으로 반경 5㎞ 내에 화암1~8경의 비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동굴로 가기 전 먼저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북동리 문치재다. 동굴을 1.3km 앞두고 좌회전해 오산교를 건너 휘어지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자 순간 시야가 확 열린다. 오산에서 북동리 무내리로 넘어가는 고개인 문치재가 구불구불 한 눈에 들어온다. 문치재는 고양산과 각희산, 곰목이재 등 해발 1,000m 넘는 산에 둘러싸인 북동리로 들어가는 길의 문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전망대에 서면 한없이 구불거리며 북동리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신기하기도 하고 아찔하기도 하다. 북동리는 너무나 깊어서 6,25 한국전쟁도 모르고 지나갔다고 하는 오지중의 오지였다. 현재는 문치재길이 롱보도 최고의 코스로 입소문이 나면서 보드매니아 들이 찾고 있다.
잠시 샛길로 빠졌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화암8경으로 들어간다. 화암동굴이 먼저다. 1922년부터 해방 때까지 금을 캐던 광산이었다. 천포광산이라 불리던 동굴의 길이는 1,803m로 동굴 중간에는 넓은광장이 있고, 광장 주변으로는 종유석과 석순ㆍ곡석ㆍ석화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광장 남서쪽에는 둘레 5m, 높이 8m의 대석주가 서 있고, 동쪽 벽과 천장에는 기기묘묘한 석순과 종유석이 장식처럼 매달려 있다. 주차장에서 동굴 입구 매표소까지는 모노레일을 이용하거나 걸어 올라가면 된다.
화암동굴을 나와 421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2경 거북바위와 3경 용마소를 거쳐 1경 화암약수에 다다른다.
화암약수는 1910년 이 마을 주민이 군의산(923m) 구슬봉 바위 아래에서 청룡ㆍ황룡 두 마리가 서로 엉켜 몸부림치다 승천하는 꿈을 꾼 후 그 장소를 찾아가 땅을 파보니 바위틈에서 물이 솟구쳐 약수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약수 한 모금 들이켜고 다시 길을 나서면 이내 화표주에 이른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거대한 돌기둥이다. 기둥 모양의 바위 두 개가 솟아오른 모습으로 산신령이 이 기둥을 신틀 삼아 짚신을 삼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화표주부터 7경인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계곡을 '정선 소금강'이라 부른다. 설경이 아름다워 설암이라 불리는 소금강은 어천에 발을 담근 기암괴석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금강산 만물상의 경치를 빼닮았다는 소금강은 고작 4㎞ 남짓이라 아쉽기도 하고, 차를 타고 휙 지나친다면 싱겁기도 하다. 하지만 녹음이 우겨진 절벽의 풍광도 나쁘지 않다.
소금강을 지나면 몰운대가 나온다. 도로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길을 조금만 걸으면 수십 명은 족히 앉은 수 있는 암반이 나타난다. 바로 몰운대 정상이다.
몰운대는 어천변에 층층이 포개놓은 듯 깎아지른 절벽 위에 너른 반석이 펼쳐진 절벽이다. 어천의 물가에서 피어오른 안개에 잠겨있는 듯하다 해서 몰운(沒雲)이란 이름이 붙었다. 몰운대는 화암팔경 중에서 가장 극적인 경관을 갖고 있어 "아,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구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몰운대에 서면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비장미가 느껴진다. 특히 절벽 끝에 수백년은 됐음직한 고사목이 결연한 자태로 서있어 풍경에 짜릿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황동규 시인이 '죽은 척하는 소나무'라 표현한 바로 그 나무다. 은빛을 띠는 뒤틀진 가지가 희한하게도 썩지 않고 화석처럼 굳어 몰운대의 상징이 됐다. 노송 너머 발아래로 보이는 소금강 계곡이 아련하다. 몰운대로 올라가는 길 왼쪽에는 작은 정자가 있어 잠깐 들러 바람에 땀을 씻어볼 만하다.
몰운대를 지나면 8경인 광대곡이다. 화암팔경 중 사람들에게 가장 덜 알려진 곳이다. 그만큼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다. 광대산(1,019m) 서편 자락을 흐르는 약 4㎞ 계곡으로 소도굴, 촛대바위, 층대바위, 영천폭포, 골뱅이소, 바가지소 등 12개의 동굴과 폭포와 소가 이어진다.
광대곡은 하늘과 구름과 땅이 맞붙은 신비의 계곡으로, 원시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태곳적부터 부정한 사람들이 출입하는 것을 금하는 전설을 품고 있다.
광대사에서 1.7㎞ 떨어진 영천폭포까지 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초입에 숲길 안내판이 있어 탐방로도 그렇겠거니 여겼다가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 미리 말하자면 길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인적이 뜸한 탐방로는 수풀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험한 바위투성이 계곡을 여러 차례 가로질러야 한다. 탐방로로 접어들어 조금만 걸으면 길은 바로 계곡으로 내려간다.
선녀폭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폭포와 소가 이어진다. 떨어지는 물줄기가 바위를 나선형으로 깎으며 돌아 흐르는 골뱅이폭포, 커다란 표주박 모양의 물웅덩이가 계곡물을 가득 담고 있는 바가지소가 나타난다. 골뱅이폭포 아래에는 널찍한 암반이 형성돼 있다.
바가지소에서 계곡을 따라 미끄러운 이끼를 밟고 협곡을 더듬어 들어가면 드디어 영천폭포를 만난다. 서늘한 바람이 물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절벽에 자라는 우산나물과 돌단풍은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나뭇가지는 하늘을 덮어 햇볕이 거의 들지 않는다. 늦여름의 더위는 한순간에 사라진다. 계곡의 공기가 어찌나 차가운지 오슬오슬 소름이 돋아 날 정도다.
◇여행메모
△가는길=정선 424번 지방도로 가는방법은 두가지다. 영월에서 태백으로 가는 35번 국도를 타고 가다 미동초등학교 삼거리에서 좌회전 하면 광대곡, 몰운대, 화암동굴, 문치재 순으로 갈수 있고, 반대로 정선읍에서 시작하면 문치재, 화암동굴, 몰운대 순으로 이동할 수 있다.
△볼거리=정선에는 화암팔경 뿐만 아니라 병방치스카이워크, 정선5일장, 아우라지, 레일바이크, 나전역, 동강자연휴양림 등이 있다.
정선군 광대산 산행지도
정선군 화암8경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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