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은 건축·디자인·패션을 싫어한다. 무인양품의 목표는 조금씩 생략하고, 빼내고, 간소화해서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면봉이 조금 더 짧아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테이프 폭이 더 좁아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주로 이런 고민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는 실적 악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품 호응도를 살펴보려 매주 점검 회의를 열었다.
두루마리 휴지를 만들 때도 심지 크기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살펴보고, 수납 케이스를 만들 때는 플라스틱에 색 염료를 넣지 않고 만든다. 수건은 나중에 걸레로 쓸 수 있도록 절취선을 따로 만들었다.
2015년 개장한 나리타공항 3터미널 디자인도 무인양품이 맡았는데, 예산이 통상 규모의 절반에 불과해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를 설치할 수 없는 구간이 1.5㎞에 달했다.
그래서 긴 통로에 경기장처럼 트랙을 그려 걷는 지루함을 줄였다.
3. No Marketing ⊙ 기존의 경영·마케팅 이론과 달리 간다
무인양품이 마케팅 성공 방정식을 거부하는 점은 다른 기업이 무인양품을 쉽게 넘볼 수 없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일반 소비재 기업은 세그먼트(segment), 타기팅(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 등 상세한 분석을 거쳐 목표 고객군을 설정하고 고객군에 따라 같은 제품이라도 차별점을 부각시키려 한다.
이에 반해 무인양품은 가장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마케팅 학자들이 흔히 강조하는 '선택과 집중' 이론도 무인양품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스타벅스(커피), 유니클로(의류), 니토리(가구) 등 성공한 많은 소비재 기업과 달리 무인양품엔 대표 상품이 없다.
의류·생활용품·문구류·식품은 물론, 직접 단독주택도 지어 판다. 상품 개수가 7000개가 넘는다. 심지어 식빵의 버려지는 부분인 가장자리에 카레맛이나 치즈맛을 더해 진열대에 올려두기도 한다. 상품 품목 수가 많으면 경영에 방해가 되어 한때 상품 품목 수를 줄여보기도 했다.
그러나 실적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제 역할을 하는 물건을 만든다'는 목표에 맞춰 상품을 만들다 보니 품목 수가 많아 보이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호텔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중국을 방문하다 보면 직원들이 매우 넓은 방을 예약해주는데, 이런 호텔에서 묵으면 방이 너무 넓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반대로 이렇게 방이 넓은 고급 호텔이 아니면 서비스나 방 면적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호화롭지는 않지만, 서비스는 좋은 그런 적절한 호텔을 만들 계획이다.
가나이 회장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으로 남고 싶다"고 한다. 아무튼 일반적인 경영자와는 사뭇 다른 경영자인 것 같다.
☞ 북유럽의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면서 보다 실용적인 생활 디자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가격적인 면보다는 가성비가 우수한 제품의 디자인이다.
신세계에서 점차 고객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는 노브랜드의 성격도 바로 실용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고 있기에 고객의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모든 것이 트렌드의 주기가 빨라지고 패션의 흐름이 패드(fad)의 형태로 흐름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목적을 두기 보다는 고객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경영이 기업의 경영방침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