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에 적용하는 한약제제
1. 무기력하고 아랫배의 긴장도가 떨어지는 환자에게 적용하는 처방
(2) 계지가작약탕가촉초인삼탕(桂枝加芍藥湯加蜀椒人蔘湯)
위에서 설명한 방제이다. 대황이 들어있는 강한 하제를 써도 오히려 대변이 나올 듯 하면서도 안 나오거나, 복통이 있는 경우 적용한다.
(3) 소건중탕(小建中湯)
계기가작약탕에 교이(찹쌀로 만든 엿)를 가한 처방으로 무력 체질로 피로하기 쉽고 혹은 과다한 활동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고 복통, 입마름, 코피 등 출혈, 몽정, 잠잘 때의 땀, 수족의 권태 등이 있는 사람에 적용한다. 본래 밥맛이 없고 코피가 자주나는 아이, 팔다리에 성장통이 있고 손발에 열감이 있는 아이 등에게 잘 적용하는 방제로서 보통 '인체에 영양이 잘 공급되도록 하면서 복부의 무력함을 해소하려는 목적'과 '상습변비 환자의 장운동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투여한다.
변이 잘 안나오는 환자에게 무조건 차고 강하게 내려주는 약만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할 필요가 있다. 현대인들은 영양상태가 좋고 열이 많은 편이지만 항상 '무조건' '열이 많으니까' '이렇게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늘 조심하는게 좋다. 확률 높은 처방을 사용하면서도 미세한 차이에 대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언제나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점이 한약제제 혹은 한약을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다.
한약제제를 치유를 목적으로 적용하려면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관심과 에너지를 투여해야 하는데 그러기는 쉽지 않다. 특히 변비와 같은 생식기에 적용하는 한약은 전통의학의 근본원리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단순 일반약을 적용하고 마는게 아닌 치유의 효과를 보려면 치유하려는 사람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신진대사가 극도로 쇠약하여 혈색이 나쁘고, 수족이 차가운 환자의 상습성 변비의 치료에는 부자, 건강, 인삼 등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를 항진시키는 생약의 조합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참고한다.
(4) 마자인환(麻子仁丸)
병후의 변비, 노인이나 허약체질의 상습성변비에 사용하는 약으로 소변도 자주 많이 보는 환자에게 더 적합하다. 후박, 지실이 함유되어 있어서 흉복만통(가슴과 배가 그득하여 팽만하고 통증이 있는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보다 적합하며 작약이 함유되어 장운동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한다. 비(脾)의 운화기능 장애로 진액의 생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이거나 땀을 많이 흘리고 소변도 많이 봄으로써 진액이 마른 사람이 대장이 건조해져서 딱딱하게 굳은 변을 보는 경우에 적합하다.
마자인환, 윤장탕은 윤하제(潤下劑)에 속한다. 윤하제(潤下劑)는 장관이 메말라서 조결(燥結)되어 생긴 변비에 대해서 장을 촉촉하게 하는 윤조활장(潤燥滑腸) 작용으로 대변 배출을 돕는다. 화기(火氣)가 성(盛)한 체질이거나 열사(熱邪)에 의하여 진액이 메말라서 장(腸)과 위(胃)가 마른(燥) 사람의 변비에 사용한다.
열사나 화로 인한 진액 건조에 대해서 화열을 제어하는 방제와의 합방이 필요할 수 있으며 마자인환, 윤장탕 등의 구성 생약인 마자인, 행인(杏仁) 및 육종용(肉?蓉), 당귀(當歸)는 배설의 힘은 약하기에 보통 차가운 약인 대황(大黃)이 함께 적용된다.
대표 처방인 마자인환(麻子仁丸)은 신허로 인해서 소변 배설에도 이상이 있는 환자에게 적용하는데 신양부족(腎陽不足)이 있는 환자는 기화기능(氣化機能)에 장애로 빈뇨, 소변불리(小便不利)나 수종(水腫)이 발생된다. 신양부족이 심한 환자는 따로 온보신양(溫補腎陽)하고, 윤장통변(潤腸通便)하는 육종용(肉?蓉) 등이 더 필요하다.
전통의학에서는 노인의 변비를 체내의 진액(津液)이 부족해져서 온다고 여긴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체의 정(精)과 진액(津液)은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보통 젊은 사람들의 변비는 실증(實證)성 변비로 대황(大黃)과 같은 약성(藥性)이 강한 약재를 종종 사용하는데 허증(虛症)이 많은 노인들에게 대황(大黃)을 사용하게 되면 진액(津液)이 더 부족해져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노인들에게는 변을 강하게 밑으로 내려 보내는 처방을 쓰기 보다는 진액(津液)을 보충해주어 부족한 부분을 보(補)해주는 처방을 쓰게 된다.
(5) 윤장탕(潤腸湯)
윤장탕의 윤장은 장을 윤택하게 한다는 뜻이다. 마자인환과 마찬가지로 주로 노인이나 허약자의 상습 변비에 적용한다. 몸에 윤기가 없으며 피부와 점막이 메말라 대변도 딱딱한 환자로 수분결핍이 심한 환자에게 적합하다. 또 동맥경화증, 만성 신염 환자로 체액이 매우 메말라 버린 노인의 상습변비에 좋으며 습관성이 생기지 않는다.
윤장탕의 구성 생약은 대황, 감초, 지실, 후박, 마자인, 행인, 당귀, 지황, 황금, 도인이다. 즉 대황, 지실, 후박의 소승기탕에 마자인, 행인의 마자인환 구성과 당귀, 지황, 도인, 황금의 활혈화어 및 항염 작용의 생약까지 가미된 구성으로 주로 메마른 노인의 상습성 변비에 쓴다고 알려져 있다.
마자인환과 유사하지만 이 약은 혈을 보하고 장을 촉촉하게 하는 생약이 함유되어 있고 기의 흐름을 좋게하는 지실, 후박 등의 생약과 사하제인 대황과 어혈을 풀고 장의 내열을 식히는 생약이 함유되어 있다. 내열을 식히는 약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장기 복용할 때는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한편 윤장탕은 CFTR을 활성화하여 염소이온을 장관내강으로 보냄으로써 장관내 분비액(대장 상피세포의 체액 분비)을 증가시켜 배변을 촉진한다. 장관 수분량을 늘려줌으로써 배설을 촉진하는 약으로 진액이 메마른 환자의 변비에 사용한다고 하는 약에 대한 설명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다고 하겠다.
장내에 염소이온이 많으면 수분량이 증가해 배변이 용이해진다. 윤장탕은 대장의 염소 이동통로를 통하여 대변 속 염소이온을 증가시킴으로써 대변 속 수분량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CFTR 채널의 활성화가 장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면 윤장탕은 점액생성 즉 가래 생성을 방지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CFTR채널이 불활성화되면 점액이 쌓이게 되며 이는 이른바 전통 의학에서 말하는 담이 생성되는 원인이 된다. CFTR채널만이 아니라 윤장탕의 구성 생약의 특성만 보아서도 윤장탕을 가래 제거하는 약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가래에 대한 설명은 허가사항은 아닌 구성 생약 및 방제의 특성을 살펴보는 이야기였다.
마자인환에는 감초가 없지만 윤장탕에는 감초가 함유되어 있다. 감초가 들어 있으므로 감초에 의한 저칼륨혈증 위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윤장탕은 사물탕의 구성 생약인 당귀, 지황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혈허로 인해 안색이 좋지 않고 피부에 광택이 없으며 건조하고 혀도 붉고 말라서 균열이 있으며, 현기증, 두근거림 등의 혈허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 주로 노인이나 산후의 변비로 대변이 토끼똥 같은 모양으로 탱글탱글할 때 효과적이다.
(6) 당귀작약산(當歸芍藥散)
무기력하여 피로하기 쉽고 빈혈 경향에 안색이 나쁘고 어깨가 뻐근하고, 속이 울렁거리며 허리와 다리가 차고 아랫배가 물컹하여 배에 탄력이 없고 소변을 자주 보는 여성의 변비에 사용된다. 이 약은 수독을 제거하고 혈행을 도움으로써 장관과 신체의 내부를 따뜻하게 하며 장 연동운동을 돕는 작약의 작용으로 배변으로 돕는다.
(7)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
갱년기 여성의 스트레스로 인한 변비에 가미소요산을 사용하기도 한다. 복통을 동반한 변비에 적합하다. 스트레스 및 긴장으로 인한 변비에는 사역산, 시호계지탕도 적용가능하다.
- 예: 가미소요산+대시호탕+계지가작약대황탕
(8) 신효탕(神效湯)
수술 후의 유착에 의한 변비에 투여한다. 외과나 산부인과에서 개복 수술한 뒤 장의 일부가 유착되어 협착으로 인한 변비 및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가 있다. 신효탕은 향부자, 창출, 당귀, 목향, 소회향, 현호색, 익지인, 오약, 치자, 사인, 등심, 감초, 건강, 오수유로 구성되어 협착으로 인한 통증을 풀고 장의 운동성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된다. 순환장애로 발이 차고 배가 부푼 느낌이 있는 환자, 변이 나올 듯 하면서도 나오지 않는 환자에게 적용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