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4월 12일 토요일
[자] 사순 제5주간 토요일
에제키엘 37,21ㄴ-28 요한 11,45-56
놀라운 겸손의 덕이요 자기 낮춤!
수석 사제들과 대사제, 바리사이... 이들은 예수님 시대 당시 사회를 주름잡던 최고위층 인물들이었습니다.
비록 로마 식민 통치하에서 제한된 권력을 지녔지만, 그래도 당시 실세요, 권력의 핵심부에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 대사제 카야파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의회를 소집했는데, 오늘날로 치면 국회 본회의가 소집된 것입니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오직 한 사람 예수님 때문이었습니다.
백성들 앞에 혜성처럼 등장하신 예수님은 유다 고위층 인사들에게 눈엣가시같은 존재였습니다.
자신들에게로 향해야 할 백성들의 시선과 관심, 박수갈채가 하루아침에 예수님에게 집중되니,
분노가 치밀고 열불이 가시지 않았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종래 예언자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그 어떤 위대한 예언자도 보여주지 못했던 놀라운 기적과 표징들을 밥 먹듯이 일으키니, 수많은 유다인들이 그를 따라다니고, 제자단에 가입하고, 그를 구세주로 고백하니, 미치고 환장하고 펄쩍 뛸 일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다 최고위층 인사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한 것입니다.
그들 중에서도 막중한 직책을 맡고 있던 그해의 대사제 카야파는 고민 끝에 한마디 하는 데, 묘하게도 그의 말이 예수님의 운명을 정확하게 예견하는 말이었습니다.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
카야파는 자기 생각으로 위 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 엉겁결에 그해의 대사제로서 정확하게 예언한 것입니다.
대사제 카야파의 이 발언에 동조한 그들은 그날 예수님을 죽이기로 결의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이 지어 만드신 피조물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하신다는 것,
참으로 납득하기 힘든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반역이요 천부당만부당한 비극입니다.
이 모든 자초지종을 다 지켜보셨고, 다 알고 계셨던 예수님이시지만, 아버지의 크신 계획과 뜻에 순명하는 마음으로, 묵묵히 견뎌내시고 참아내십니다.
억울한 누명과 참혹한 죽음조차 기꺼이 수용하시고 이겨내십니다.
놀라운 겸손의 덕이요 자기 낮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유는 당신 홀로 돌아가심을 통해 세상 모든 사람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첫댓글 억울한 누명과 참혹한 죽음조차 기꺼이 수용하시고 이겨내십니다.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