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에 두둥실 떠오른 한가위 보름달. 이백의 '정야사'는 그 보름날의 정서를 절절하게 표현한 명시다.
그래서 먼 객지의 나그네 몸으로 한가위 보름달을 올려보며 고향을 그렸던 시를 적어본다. 당나라 최고의 가객, 이백(李白)이 지은 고요한 밤의 생각, 즉 ‘정야사(靜夜思)’다. 이 시는 중고교 시절에 배운 기억이 있다. 아울러 시구가 평이해 암송이 쉬워 친근하다. 床前看月光,
床前明月光,
번역이 문제다. 맥락이 같아 뒤의 판본만을 풀자면 이렇다.
床(상) 앞(前)에 밝은 달(明月) 빛(光)/ 땅위(地上)의 서리(霜)로 보인다(疑是)// 머리 들어(擧頭) 밝은 달(明月) 바라보고(望)/ 고개 숙여(低頭) 고향(故鄕)을 생각한다(思). 먼 객지를 떠도는 나그네로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 한 가닥.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바닥에 깔린 훤한 달빛, 그리고 이어지는 찬 서리의 이미지. 고개 들어 바라보는 달, 다시 숙여 생각하는 고향-. 아주 평이한 흐름이지만, 객지에서 고향 생각하는 그리움의 정서가 절절하다.
銀床(은상)이라고 해서, 고대 우물 주변에 설치했던 난간을 가리키는 단어도 있다. 아울러 이백이 살았던 당나라 때는 이 글자가 ‘침대’를 가리켰는지 불확실하다. 당나라 때는 지금의 침대가 아니라 바닥에 이불 등을 깔고 자는 게 보통이었다. 아울러 당시에는 ‘침대’라기보다 접을 수 있는 간이의자를 가리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는 그저 ‘침대’ ‘침상’으로 풀 수가 없다. 시를 지은 이백의 상황도 실내라기보다는 실외에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발아래 깔린 달빛을 보고 ‘서리 아닐까(疑是地上霜)’ 여기는 낌새가 그렇다. 침대나 침상 아래에 서리 내릴 일은 거의 없지 않은가. 그러니 여기서 床(상)은 우물 주변에 두른 난간 정도로 보는 게 적절하지 싶다. 그러나 글자 풀이에만 너무 매달리지 말자. 이 시가 지니는 고향과 가족의 의미가 살갑게 와 닿는다. 고향과 가족은 뭔가.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뿌리다. 뿌리는 또한 ‘중심’이기도 하다. 우리는 요즘 그런 ‘중심’을 놓치면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올해 한가위에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에 더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중심’이 뭔지를 잘 생각하자. 우리가 이루는 사회 공동체가 저 한가위 보름달처럼 둥글고 원만하면 오죽 좋을까. |
출처: 시간과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재휘애비
첫댓글 멋집니다.
감사합니다.
요즘엔 명절에 고향생각보다는
해외로 놀러가는 연휴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가족을 그리는 마음.. 왠지..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
좋은 글과 그림에 감사드립니다~
중국어 처음 배울때 외우던 시입니다.언젠가 도올 선생께서 논어 강좌에서 외두던게 생각납니다.살뜰한 해석도 감사합니다.
촤앙치엔미잉위에꽈앙 하며 외었는데 창밖의달을 16 일 달을 보면서 시를 읽으니 더욱 감사합니다.
시골서 靑蓮居士 흉내내다 한 방 먹었습네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