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시사칼럼] 발렌타인데이, 안중근을 생각하다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전) 동의대 철학윤라문화학과 외래교수
매년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로 유명한 날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다. 하지만 이날은 고대 로마시절 젊은 연인들을 위해 몰래 주례를 서다 처형당한 성 발렌타인 신부를 기리기 위한 날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그 의미가 변모되더니 이제는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사랑'은 증발하고 '초콜릿'만 주고받는 날로 변질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을 고백하는 행동은 아름답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용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아, 그 의미가 상술에 훼손되거나 변질되면 안 된다.
더구나 오늘은 대한의 자주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안중근 의사가 사형을 선고 받은 날이기도 하다. 안중근 의사는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는 하얼빈 공원 옆에 묻어뒀다가 나라를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라는 유언을 남기고 3월 26일에 순국하게 된다.
그런데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기 전에 쓴 글귀가 바로 '견리사의(見利思義)와 견위수명(見危授命)'이다. '이익을 마주하면 대의를 먼저 생각하고, 나라가 위태로울 때 목숨을 바친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올바른 삶과 조국만을 생각했던 그의 기개와 의로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글이다. 그는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원칙을 우선하는 의를 좇는 군자의 도리를 실천했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인 '견리사의(見利思義)'는 지난해 말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견리망의(見利忘義/ 눈 앞의 이익을 보고 의리를 잊는다)'라는 고사성어와 대립하는 글귀이다. 논어에 나오는 글로 '이익을 보거든 대의를 먼저 생각하라'는 뜻이다.
공자는 자고로 군자는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올바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맥락으로 맹자는 이(利)를 버리고 의(義)를 따르는 자를 군자라 했다. 그렇다면 '의(義)'란 무엇일까? 맹자는 의란 공공의 선, 즉 공익이라고 답한다.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 추구보다 공동체의 원칙을 우선하는 것이 의를 좇는 군자의 도리라 본 것이다.
'견리사의’와 '견리망의’는 글자 한 자 다를 뿐인데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는 오늘 이날을 맞이하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