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因緣
<제17편 따뜻한방>
②코보라는남자-41
“즈그가 가꼼 보문, 차 선상이 대청문얼 열으놓거서나 꽃망울이 맺힌 찔레넝쿨이다 눈을 주거 하염읎이 바라보먼, 즈그 마음더 울쩍혀져라오.”
어느새 따라 나왔는지, 코보가 담장 밖에서 말하자, 천복이 얼른 몸을 돌리고는 사립 밖으로 나오면서 말하였다.
“그게 다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상련이란 거지요.”
“신령님, 상련이 뭔 뜻이라오?”
코보가 문득 상련이란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천복이 말하였다.
“내가 어려운 말을 써서 미안합니다! 상련이란 서로 불쌍히 여긴다는 말인데, 고 선생님의 처지가 그러니, 남을 보는 눈도 따라가게 마련이지요. 아버지의 시신이 상처투성이라니, 얼마나 참혹하게 돌아가셨는지를 알만하잖아요? 나도 그렇고, 저 금순도 그렇듯, 참혹하게 아버지를 잃었답니다!”
천복은 그가 알 리 없는 자신과 금순이 다 그러한 뼈저린 사연을 가슴에 품고 있음을 어렴풋 털어놓고 있었다.
“즈근 지금까장 그적이 동네사램 몇이랑, 즈그 아버지만 겪언 일이라거 샹각혔어유. ...즈그넌 오널부텀 신령님얼 위혀서나, 즈그 몸이 부서져더, 도어드릴 거라오!”
“아하하, 그럴 거까지야? 하지만, 제가 소소하게라도, 도움을 받아야할 게 있으면, 청하겠어요. 전화가 금순의 방에만 놓였는데, 고 선생님 방에도 저와 직접 통화할 수 있는 회선을 늘려달라고 하겠어요.”
천복은 그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가 수화기만 들면, 통화할 수 있는 전화회선을 늘리어달라고, 전화국에 요청하겠다고 말하였다.
“신령님, 고로코럼혀주시오.”
코보는 허리를 굽실거리면서 반기고 있었다.
날은 환히 새었으나, 사위가 고요하여 잠자리에 들기도 무엇한데, 그는 지난밤 전등불을 환하게 밝히어놓고, 한창 남녀가 뜨겁게 열을 쏟던 일이 되살아나자, 집으로 들어가는 대로 곧장 이층으로 불상 방을 올라가 보았다.
그런데 아직도 문은 빠끔하게 열린 채, 전등불빛조차 밝히어지어있었다.
그는 순간 동혁혼령의 방으로 들어가 지난밤 대전 대흥동 한의원에 다녀오신다고 하셨다는데, 돌아오셨는지도 궁금하여 그리로 들어갈까, 하다가 불상 방 문틈으로 눈을 보내어보자니, 벌거벗은 남녀가 들어붙어 두영이 괴이쩍은 몸짓을 하고 있었고, 옥희는 발랑 누운 채 거센 호흡을 뿜어내면서 헉헉거리고 있었다.
참으로 화끈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저절로 끌리어 살며시 방으로 들어서면서 방문을 소리 없이 지그리고, 그네 옆으로 다가가 풀썩 주저앉아보았다.
그러나 두영과 옥희는 그가 들어와 곁에 앉아있는 줄 의식하지 못하였다. 두영은 등을 두고 있었고, 옥희는 발랑 누운 채 흥분에 겨워 눈을 감고 있어서일 거였다.
그네는 필시 자정 무렵에서 이제껏 연이어온 정사는 아닐 거였다.
새벽녘에 눈이 떠지자, 다시 붙당긴 게 틀림없었으니, 남녀가 얼마나 정분이 좋은지를 짐작할 수가 있었다.
두영은 너부죽한 엉덩이에 힘살을 싣고, 여체의 국부를 향하여 끊임없이 앞으로 굴러대었다. 그러면 여자는 손을 보내어 남자의 몸통을 더듬으면서 애욕에 차서 가쁜 숨을 뿜어내었다.
두영은 그러면서 여자의 소복소복한 젖무덤을 움켜쥐고, 때로는 입술을 가지어가서 젖먹이처럼 유두를 빨다가 입을 맞추면서 온갖 기교를 다 부리면서 여자를 가물거리게 하였다.
천복은 옥희가 행복해하는 순간순간을 바로 곁에서 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 두영은 조용히 여체위로 주검처럼 엎디었다. 그러자 여자의 팔이 격하게 남자의 몸통을 끌안는 거였다.
‘지흥엄마의 행복한 순간!’
천복은 두영의 등이라도 어루만져주고 싶은 심정을 억누르면서 불상 방을 나와 곧장 동혁혼령의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동혁혼령은 여느 때와 같이 정좌하고 있었다.
“아버지, 대전에 가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떻게 다녀오셨어요?”
“으흐흐, 내가 대전에 간 걸 네가 어떻게 아느냐?”
“코보라는 사람에게 들어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천리인들 못 가겠느냐. 예전 그 대흥한의원을 다시 가게 된 목적은 네가 여러 여자들한테 정력을 많이 빼앗긴다만, 특별한 무한강정제가 없는지, 다시 가서 짚어보려고 했고나! 으흐흐.”
“아직은 괜찮습니다! 아버지, 너무 노심초사하시지 마세요. 후제 나이 먹어 쇠약해지는 거야, 진리가 아니겠어요? 아버지!”
천복이 빙긋이 웃으면서 말하자, 동혁혼령이 말하였다.
“넌, 많은 여자가 팔자에 탰으니, 그 비법을 반드시 배워야한다! 으흐흐.”
첫댓글 바쁜 걸음 할 것 없이 대흥한의원에 전화 한 통이면 될걸 그랬나봅니다~ ㅋ
ㅎㅎㅎ 동혁혼령은 귀신이라 전화가 무용지물이겠지요.
대흥한의원에 가서도 누구와 만나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천병만약의 처방전이라든가 그 흔적을 찾아서 나름대로
알아볼 터이니 생자와는 다를 것이지요. 천복이 천복을
타고난 그 하나가 동혁혼령이지요. 비록 자신은 참혹하게
죽었더라도 자식의 삶을 인도하고 심지어 여러 여자들을
거느린 아들에 대한 극진함이 있네요. 그것이 다 자식이
자손을 퍼뜨리면 혼령 자신이 영생한다는 뜻이지요. 사람은
연속성이죠. 슬하에 자식이 없으면 살아갈 필요조차 없지요.
돈과 권력과 명예가 다 재가 되고 말지요. 삶은 후대를 위해
사는 거죠. 후대가 없다면 하루살이가 되죠. 하긴 하루살이도
번식하는데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