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레슬링 대표인 비네슈 포갓(29)은 파리올림픽 여자 50kg급 금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100g 몸무게가 더 나가는 바람에 실격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국 NBC 투데이 쇼가 16일(현지시간) 전했다. 국내 언론들은 그녀가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계체량에서 몸무게가 150g를 넘기는 바람에 실격됐다고 보도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적은, 조그만 사과만한 무게 때문에 어떤 메달도 목에 걸지 못한 것이다.
포갓은 이날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는데 실격 판정이 불공정하게 내려졌다고 말했다. 성명 중에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우리의 노력은 중단되지 않았다는 것이며 우리는 항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계는 멈췄고, 그리고 시간은 공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운명이었다”는 대목이 있다.
그녀는 이어 “아마도 다른 여건이라면 난 내가 2032년까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안의 싸움, 내 안의 레슬링은 항상 그곳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포갓은 은메달이라도 공동 수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원했으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지난 14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계체량을 앞두고 체중을 덜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절박한 수단들을 시도해 봤다"면서 극단적으로 식단을 줄이고, 사우나에서 몇 시간을 보냈으며, 심지어는 머리카락을 잘라도 봤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포갓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인도 선수들을 후원하고 포갓을 응원해 온 시민단체인 올림픽 골드 퀘스트의 비렌 라스퀸하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금메달 결정전 전날 아침 계체량을 통과해 근력을 얻으려 회복식을 들었다. 준결승을 마친 그날 저녁 그녀 몸무게는 52.7kg이었다. 따라서 12시간 뒤인 다음날 아침까지 2.7kg을 줄여야 했다.
해서 포갓은 물도 음식도 일체 먹지 않아야 했다. 잠자는 대신 밤새 운동을 해야 했다. 증기도 쐬고, 사우나도 하고, 사이클링 머신에 앉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웨이트 단련 등 가능한 모든 것을 해봤다. 의사, 영양사, 코치 등의 감독을 받으며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계체량 결과 100g이 더 나가는 바람에 통과하지 못했다.
그녀는 평상시 55kg 체중을 유지했는데 많은 레슬러처럼 더 낮은 체급에 출전했다. 다른 레슬러가 올림픽 출전 자격을 따내 인도 쿼터를 가져오는 바람에 지난해 무릎을 크게 다친 포갓은 부득이하게 50kg급 출전 결정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계체량을 통과하지 못하는 바람에 준결승에서 자신에게 패했던 유스네일리스 구스만 로페스(쿠바)가 금메달 결정전에 대신 나서 사라 안 힐데브란트(미국)에게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포갓은 선수촌 클리닉에서 탈수 증세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곤 곧바로 은퇴 성명을 발표했다. "난 더 이상 계속할 힘을 갖고 있지 않는다. 2001~2024 레슬링에 작별을. 여러분 모두에게 빚을 졌다. 제발 날 용서해 달라”고 X에 성명을 올렸다.
14억 인도에 금메달 0개 어울리는 일인가
포갓의 실격과 은메달 공동 수상이 좌절된 것이 안타까운 이유는 14억이 넘는 인구를 거느린 인도가 이번 대회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 중 소중한 하나를 놓쳤기 때문이다. 인도가 이번 대회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딴 창 던지기의 니라즈 초프라가 은메달을 추가한 것, 사격 대표 마누 바커가 동메달을 둘이나 따 단일 대회에서 최초로 두 개의 메달을 딴 인도 여자 선수가 됐다는 것뿐이다.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7개 땄는데 이번 파리 대회는 6개로 오히려 뒷걸음질 했다.
1900년 파리 대회 참가로 올림픽 무대에 데뷔한 인도는 지금까지 41개의 올림픽 메달을 수확했는데 모두 하계 대회에서만 거둬들였다. 이 나라 최초의 금메달리스트는 2008년 베이징 대회 사격 남자 공기소총 10m 결선에서 슛아웃으로 승부를 겨룬 아비나브 빈드라다.
인도 인구의 4분의 1이 안 되는 미국이 126개의 메달로 1위를 차지했고, 최다 인구 대국의 지위를 인도에게 양보한 중국이 91개로 뒤를 이었다. 인도는 조지아, 카자흐스탄, 북한 등 인구가 훨씬 적은 국가보다 메달 순위(갯수 종합 기준)에서 뒤져 71위를 차지했다.
인도가 인구나 경제 규모, 우주과학 등에서 앞서고도 이렇게 초라한 올림픽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전통적인 올림픽 강국과 달리 국가적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원을 투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올림픽을 꿈꾸는 인도 선수들은 자금 부족과 지원 부족,시설 접근성 부족과 같은 장애에 맞닥뜨린다.
14억의 인구 가운데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는 이는 1000만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미국이 600명이 넘는 선수단을 파견한 반면, 인도는 고작 117명의 선수단을 파리에 보냈다.
더 넓은 범위에서는 인도 어린이들의 건강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인도는 지난해 세계 기아지수 보고서에 125개국 가운데 111위를 차지할 정도로 건강 문제에 직면해 있다. 키에 견줘 너무 마른 아동의 비율이 18.7%로 상당한 영양 실조에 시달리는 아이가 많다. 다섯 살 미만의 인도 어린이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발육이 제한돼 나이에 견줘 몸집이 아주 작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가부장제와 남성 우위가 엄존한 인도 사회의 보수성 때문에 여성 선수들이 운동할 여건을 만들지 못한다는 점도 꼽힌다. 포갓은 지난해 레슬링협회장이 성추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시위에 앞장선 선수다. 2016년 리우 대회 여자 레슬링 동메달을 딴 사크시 말릭은 결국 레슬링을 그만 뒀다.
달라질 조짐이 전혀 없지 않다
물론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는 올림픽 같은 글로벌 스포츠 무대에서 인도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깨닫고 이제야 지원 체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8년 모디 총리가 도입한 '켈로 인디아'나 '렛츠 플레이 인디아'가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또 엘리트 선수를 위한 훈련, 국제적인 경쟁과 장비 및 코칭스태프를 지원하는 타깃 올림픽 포디엄 스킴(TOPS)도 개편하는 등 달라진 면모를 보인다.
1900년 대회에만 도입됐던 크리켓이 2028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 정식 종목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막대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크리켓 응원 열기가 전반적인 인도의 스포츠 종목에 대한 지원과 응원 열기를 끌어올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