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734) - 가문에 퍼진 송로버섯 향기
엊그제가 추분, 높아진 하늘과 벼 이삭이 누렇게 고개숙인 들녘의 가을 정취가 향긋하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문화의 향연, 모두들 멋진 가을을 가꾸시라.

추분 지난 석양에 찾은 들녘, 9월의 두 차례 태풍을 잘 견딘 벼들이 튼실하다.
지난 추석에 사촌 집안에서 200명 넘는 가문의 일족에게 프랑스 3대 진미의 하나로 알려진 송로버섯 식품을 선물하였다. 해마다 기일에 즈음하여 한 자리에 어울려 즐기라는 숙모님의 유지 따라 가족모임을 갖는데 금년은 추석 연휴 바로 다음날이 기일이어서 번거로움을 피하여 이로 대신한 것이다. 고급포장세트에 담겨 배달된 상품은 송로버섯 오일과 소금, ‘샐러드에 뿌리고 고기에 찍어 먹어보니 맛과 향이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듣기는 하였는데 처음 먹어봅니다. 입안이 호화롭네요.’ 등 신선한 반응이다. 아내도 한 마디, 향이 진하면서도 고소하네요!
이번 주 읽은 흥미로운 책은 곰부리치 세계사, 복잡하고 유장한 인류 역사의 대강을 청소년이나 일반인이 알기 쉽게 정리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책이다. 내게 꽂힌 한 대목, ‘우리는 과거를 비추는 데 기억을 활용한다. 먼저 우리 자신의 과거를 기억에 불러내고, 다음은 어른들에게 질문하며, 그다음에는 오래전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편지를 찾아 읽는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점점 더 먼 과거의 일을 알아낸다. 옛날 사람들이 남긴 글을 보관해 놓는 문서보관소가 있다. 이곳에는 수백 년 전에 쓰인 편지들이 보관되어 있다. 내가 그런 문서 보관소에서 읽은 어떤 편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엄마, 어제는 귀한 송로 버섯을 먹었어요. 아들 빌헬름이.” 이 아이는 400년 전 이탈리아의 왕자였다. 송로 버섯은 아주 값비싼 음식이다.’

이를 접하며 두 가지를 새겼다. 하나는 내가 쓰고 있는 편지 형식의 인생은 아름다워 시리즈도 먼 훗날 과거를 비추는 기억의 하나가 되겠구나. 또 하나는 우리가 받은 송로 버섯 식품이 역사에도 기록된 것이구나. 송로버섯 식품의 향기로 우리에게 다가온 숙모님의 기일에 가족카페에 올린 글이 두 가지를 함축한 것이기에 이를 덧붙인다.
가문에 그윽한 향기 가득하라
오늘(9월 16일), 최0순 숙모님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5주기를 맞는다. 새벽 일찍 일어나 숙모님의 10주기에 펴낸 문집 ‘어머니의 향기’를 살피며 숙모님께서 걸어가신 현숙하고 충실한 삶의 족적이 고결하고 순전한 것을 되새겼다. 자녀들은 숙모님을 장한 여인, 위대한 어머니로 회상하였고 가족과 친지들도 숙모님의 인품과 행적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에 가슴이 뭉클하다.

그 문집에 내가 쓴 글의 제목은 향기로운 꽃으로 피소서, 2000년 12월에 가족들과 함께 일본을 여행하면서 숙모님께 쓴 편지글을 정리한 것이다. 그해 11월, 사촌이 규모가 큰 공단의 간부로 승진하였는데 이에 이르기까지 자녀들을 잘 길러주신 숙모님의 노고가 새삼 위대하게 여겨져 그 기회에 숙모님과 여행 중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그때 이렇게 적었다. ‘저는 외국여행을 할 때마다 가족, 학생, 친구에게 편지 형식으로 여행기를 적어왔습니다. 이번 여행기를 숙모님께 드리는 것은 금년(2000년)이 1950년 6∙25 때 숙부님과 헤어진 후 홀로 3남매를 키우시며 살아오신 지 어언 50년이 되는 것을 회고하고 그간 숙모님의 고난과 인내, 용기와 절제, 보람과 성공으로 이어진 장한 삶을 기리며 감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해 말 가문에서는 숙모님께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로패를 드렸다.
‘님께서는 1950년 민족적 비극인 6∙25전쟁으로 남편과 생이별한 체 홀로 어린 삼남매를 키우시어, 나라와 사회의 중진으로 성장시키셨습니다. 특히 온 겨레가 곤궁에 처한 험난한 시절 속에서도 곧은 의지와 절제로 50년 세월을 잘 견디시면서 현숙한 아내로서의 본분과 3남매의 장한 어머니 역할을 훌륭히 감당하셨습니다. 이에 하용공 후손 일동은 님의 75회 생신을 맞아 그 숭고한 정신과 공덕을 기리는 뜻을 이 패에 담아 드립니다. '
해마다 자녀들은 기일인 9월 16일 즈음에 추모행사를 챙겼는데 금년은 추석연휴가 끝난 다음날이라 번거로움을 피하여 가족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귀한 선물로 가족모임을 가름하였다. 보낸 선물은 프랑스 3대 진미 중 하나라는 송로버섯 오일과 그 맛이 들어간 소금, 이를 받은 가족들은 맛과 향이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다. 15주기에 즈음하여 숙모님께서 또 다른 향기로 가족들을 찾아오셨네요!

매년 이맘때 우리 고장의 명찰 선운사에는 풍성한 가을을 상징하는 백일홍과 화사한 색깔의 꽃무릇이 절정을 이룬다. 숙모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어도 자애로운 향기로 늘 곁에 머무시는 것을 감사드린다. 가족 모두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후예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