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근대 왜 반다이하고 반프로세스는 안나오니?
↑
회사 이름 맞나...?←그걸 물어보면 어쩌자는거?
-----------------------------------------------------------------------------------------------
모델러 프라생은 삼선교 근처에 살았다. 곧장 언덕을 넘으면, 아카데미 본사옆에 셔터가 내려진 오래된 문방구가 서있고,
그 뒷편에 사립문이 열렸는데, 두어 칸 작업실은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프라생은 모형 만들기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킷트박스 접는 부업을 해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인터넷에 작품사진 한장 올리지않으니, 플라모델은 만들어서 무엇합니까?"
프라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54mm 피겨 블랜딩을 다 익히지 못하였소."
"그럼 개라지 킷트 창업이라도 못하시나요?"
"실리콘 복제하는 일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플라모델 관련저서라도 쓰시지 못하시나요?"
"글쓰는 재주가 없는걸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플라모델만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실리콘 복제도 못한다, 책도 못쓴다면, 도둑질이라도 못하시나요?"
프라생은 먹선넣기하던 타이거 전차 포탑을 내려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AFV 천대를 만들기로 기약했는데, 인제 팔백대인걸……." 하고 획 작업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프라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용산으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서울에서 제일 유명한 모델러요?"
'김세랑'씨를 말해주는 이가 있어서, 프라생이 곧 김세랑씨의 집을 찾아갔다.
프라생은 김세랑씨를 대하여 고개 한번 꾸벅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프라모델 관련 일을 좀 해보려고 하니, 10억원을 꿔주시기 바랍니다."
김세랑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10억원을 내주었다. 프라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동호회 회원들과 식구들이 프라생을 보니 거지였다. 바짓단은 도료얼룩이 범벅이 되어 너덜너덜하고
귀에 걸려있는 3M 마스크는 다 찢겨진채 허름한 GMM 티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프라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분을 아시나요?" , "모르지."
"아니, 하루아침에 실력도 모르는 사람에게 10억을 내던져 버리고, 더구나 활동하는 동호회 이름도 묻지 않으시고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실력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오래전에 판매되었던GMM 티셔츠를 걸친 걸 보아 모델러 인생이 길어보이고,
손에 아직 아물지않은 아트나이프 상처가 많으니 입으로 모형만드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10억 원을 주는 바에 동호회 이름은 물어 무엇을 하겠느냐?"
프라생은 10억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국내 쇼핑몰들을 찾아갔다.
인터넷 쇼핑몰은 국내 스케일 모델러들이 킷트와 부수기재들을 공급받는 최고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프라생은 타미야/드래곤/트럼페터/아카데미 1/35 킷트들을 2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조만간 나라안에 AFV 모형 완성작을 보기 힘들어질것이다."
몆개월후 한국의 모델러들은 그 흔한 아카데미제 그랜트전차 하나 만들기가 어려워졌다.
그러자 프라생에게 키트를 팔았던 상인들이 나중에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가게 되었다.
프라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10억으로 온갖 킷트들의 값을 좌우했으니, 우리 모형계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모은돈으로 타미야 본사에 쳐들어가서 도료들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국내 인터넷에서 타미야 색번호를 질문하는 사람들이 사라질것이다."
프라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가서, 도색을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프라생은 폐업하는 모형점 사장을 만나 말을 물었다.
"서울 밖에 혹시 숙식이 가능한 대규모 작업실을 세울만한 빈 땅이 없던가?"
"있지요. 언젠가 모형점 죽돌이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중, 천혜의 요충지를 발견했었는데...
바람이 잘들어서 마스크 없이도 독한 락카신너를 마음껏 쓸 수 있고, 근처에 인적도 드물어서 "다 큰 어른들이~" 하면서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없는땅이 있습니다."
프라생은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와함께 그곳에 간다면, 고수로 인정받는 부귀를 누리게 해주겠네."
라고 말하니, 모형점 사장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가게에 남아있는 재고들을 모두 트럭에 던져놓고 그곳에 이르러서, 프라생은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완성작 1만개를 놓을만한 자리도 없으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습기가 없고 날씨가 선선하니 데칼 보관용 창고로나
쓸모가 있겠구나."
"텅 빈 땅에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완성작 1만개를 늘어놓는단 말씀이오?"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배우려는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오게 마련이지. 실력이 없는것이 걱정이지, 어찌 사람이 없는것을
근심하겠는가."
이 때, 인터넷에서는 사재기만 일삼는 이들이 허구헌날 킷트자랑을 하고있었다.
매일같이 벼룩시장에서 관심없어진 킷트들을 대량 내어놓고는 있지만, 판매한 돈으로 다시 새 킷트들을 사니
사재기한 킷트의 산이 나날히 높아져만 가고 완성작은 없으니 인터넷 갤러리에 볼만한 작품이 없었다.
프라생이 인터넷 챗팅창을 열어서 사재기 중독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모델러들이 주로 선호하는 메이커가 어느 업체요?"
"요즘은 부품 정밀하고 에칭도 포함된 드래곤이지요."
"모두들 핀셋으로나 겨우 집히는 에칭을 접을 실력들이 있소?"
"없소."
"깨알같은 연결식 캐터필러를 제대로 완성한적이 있소?"
모델러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그만한 실력이 있다면, 무엇때문에 사재기만 하고있단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실력을 쌓을 생각을 안하고 만들지도 않을 킷트들을 그렇게나 사재기한단말인가?
실력을 쌓아서 멋진 완성작이 나오면 인터넷 갤러리에 올려서 자랑도 할 수 있고 리플 달리는 재미도 있을텐데.
그렇게 하면 오래 보관한 데칼에 곰팡이가 술 염려도 없을테고, 사재기 킷트들이 없으니 새 킷트를 사더라도 가족들의 눈치도
안받으니 얼마나 좋은가?
"허허, 누가 그걸 몰라서 그래? 맘편히 작업할만한 공간이 없으니까 그렇지."
프라생은 웃으며 말했다.
"작업실을 만든다면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 몇개만 치워도 가능한것을, 어찌 작업실 없는것을 한탄하는가?
그럼 내가 당신들이 맘편히 바람붓을 뿌릴만한 장소를 마련해주지.
내일점심때 플라모델 카페 지역별 게시판을 클릭해보면 작업실 사진이 잔뜩 올라와 있을테니, 맘에든다면 내일중으로
여의도광장으로 나와서 문짝에 타미야 마크가 셋팅된 봉고차들이 모여있는데로 오게.
당장 만들 킷트들은 한개씩만 알아서 가져들 오고...."
프라생이 그말을 끝으로 챗팅방 접속을 끊자, 모델러들이 모두들 그를 비웃으며 듣보잡이라며 수군거렸다.
다음날 지역별 게시판에 정말로 모든 환경을 다 구비한 대형 작업실 사진들이 뜨니, 모두들 놀라서 여의도광장에 달려가서
각자 애지중지하는 킷트들을 꺼내보이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저 고수님의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각자 어떤식으로 도색할것인지 계획들을 말해보아라!"
프라생의 말이 끝나자마자 앞다투어 각자 선호하는 색상들을 말하기 시작하나, 모두들 군제락카 색번호를 달달외는
수준에 그치고말았다.
"조색도 못하고, 군제락카 지정색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칠하는 주제에 너희들이 무슨 모형을 만든단말인가!
그렇다고 이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너희들은 이미 사회에서 여친도 없는 오덕후, 씹덕후 취급을 받고있으니
평범한 일상사로 돌아갈 수도 없겠구나.
그럼 잘되었다. 게시판에 올려놓은 그곳에는 숙식도 가능하고, 기본적인 의식주와 모형 부수기자재는 내가 얼마든지
제공할터이니, 너희들은 각자 돌아가서 돌하우스 커뮤니티와 구체관절인형 동호회와 단체미팅을 해서,
한달안에 평생 같이 살만한 여자를 한명씩 구한뒤에, 집에 쌓아둔 사재기 킷트들과 함께 가져와라.
그 킷트들을 모두 리플 50개씩 받는 훌륭한 완성작으로 만들도록 도와줄터이니, 어디 너희들의 잠재실력을 한번 보자."
그동안 프라생은 대박조짐이 있는 아이템들을 설계하고 그동안 모은돈으로 금형을 파서 모형메이커를 세울만한 기반을
잡아놓은뒤에, 그들을 기다렸다.
사재기 중독자들이 각자 여자들과 함께 집에서 킷트들을 한보따리씩 걸머지고 도착하니, 프라생은 그들을 봉고차에 태우고
작업실로 향했다.
사재기 중독자들이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입으로만 킷트품평을 하면서 쌉어대는 사람들이 줄어들어서, 모형메이커들이
걱정없이 새제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하고 모형계가 평온을 되찾더라.
사재기만 줄창 하던 사람들은 이제 모형메이커 직원으로써 킷트들을 생산하며, 카탈로그에 올려놓을 견본품들을 만들면서
프라생에게 기법을 터득하니 실력은 점점 늘어만 가고, 여자들은 킷트박스 접는일과 박스안에 런너들을 포장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가니 의식주 걱정은 자연스레 사라지고, 남는 여가시간에 그동안 사재기한 킷트들을 만들 여유도
생기더라.
애시당초 플라모델에 평생을 바친 프라생이 설계한 킷트들이니 품질이야 오죽할까.
프라생은 각종 해외 모형관련 박람회들을 찾아다니며 판촉행위를 하니, 한번 박스안을 들여다본 바이어들은
너도나도 한박스라도 더 주문하려고 장사진을 이루었다.
이렇게 모형메이커를 꾸려나가다보니 어느덧 모인돈이 500억이 되었다.
"이제야 뭘 좀 해본 것 같구나."
프라생은은 탄식하고 나서, 그동안 진정한 모델러로 돌아선 그들에게 알렸다.
"내 처음 너희들과 이곳으로 올때에는, 너희들이 모두 유로밀리테어 베스트오브쇼 메달을 거머쥘 수 있게하기를 바랬다.
그러나 세상에 고수들이 너무많고, 내 덕도 부족하니 이제 나는 이곳을 떠날까 한다.
너희들은 앞으로도 주경야모 사상을 받들어, 실력이 부족한 사람을 비웃지말고, 사재기에 빠진 사람들은 타일러서
불행한 사람이 있게 해서는 안된다.
다만 아이가 태어나면 모형메이커의 색상표에 너무 의지하게 하지말고, 아트나이프는 필히 오른손에 잡도록 가르쳐라."
그러면서 그동안 한권두권 모였던 스쿼드론, 오스프리, 콩코드 자료집들을 불태웠다.
"이 자료집에 나온 실물처럼 똑같이 만들 실력자는 나라안에서도 찾을 수 없다. 하물며 이 조그마한 땅에서 어디다 쓰겠느냐."
마지막으로 사람들 중에서 인터넷에서 나름 유명했던 고증 전문가들을 모아서 차에 태우면서 말했다.
"이 땅에서 화근을 뽑아버려야 한다."
이로부터 프라생은 온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저렴한 아카데미 킷트들도 못사는 가난한 모델러들을 구제했다.
AFV 매니아에게는 1/35 스튜어트 전차를, 에어로 매니아에게는 1/48 미그 29를 하나씩 쥐어주며 접합선 수정부터 에칭 접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주었고, 그들이 모형 쇼핑몰을 창업할 자금까지 제공해주었으며, 그러고도 100억의 돈이 남았다.
"이 남은 100억으로 김세랑씨에게 빌린돈을 갚아야겠군."
프라생은 실로 오랜만에 김세랑씨를 찾아갔다.
"그대는 나를 기억하겠소?"
김세랑씨는 놀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대는 얼굴빛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군. 10억을 몽땅 털린 모양이구려."
프라생은 웃으며 말했다.
"재물로 인해서 얼굴이 좋아지는 것은 그대들처럼 모형으로 밥을 먹고사는 프로들에게나 있는 일이요."
그러고는 100억짜리 수표를 김세랑씨에게 주었다.
"내 하루아침의 주림을 견디지 못하여 AFV 1만개 제작이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소. 그저 부끄러워할 따름이오."
김세랑씨는 크게 놀라 일어나서 절했다. 그리고 100억을 사양하고 옛날 빌려준 돈에다 이자로 레진 별매품 몇개만을
계산해서 받으려 했다. 그러자 프라생은 화를 벌컥 내며,
"그대가 어찌 나를 장사꾼 취급을 한단 말이오."
하고는 소매를 홱 뿌리치고 일어나 가버렸다. 김세랑씨는 더 말해야 소용이 없을 줄 알고 가만히 그 뒤를 밟아보았다.
그는 곧장 아카데미 본사쪽으로 걸어가더니, 근처 골목길의 다 쓰러져가는 어느 작업실로 들어가 버렸다.
마침 한 모델러가 문방구에서 아카데미 킷트를 사들고 나와서 부품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저 작업실이 누구 집이요?"
"프라생 댁이라우. 늘 킷트 하나에 만족하며 모형제작에 열심이더니, 하루아침에 셔터를 내리고 나선 후로 소식이 끊긴지
10년이오. 그 처가 혼자 살면서 남편이 나간 날로 제사를 지낸다우."
김세랑씨는 비로소 그의 성이 '프'가라는 것을 알고 한숨을 내쉬고 돌아섰다.
다음날 김세랑씨는 프라생에게서 받았던 돈을 모두 거두어 가지고 작업실을 찾았다. 그러나 프라생은 여전히 사양했다.
"내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500억를 버리고 100억을 취하겠소?
내 이제부터는 그대의 덕을 보고 살 것이니, 그대는 수시로 나를 돌보아주오. 식구를 계산해서 양식을 보내고
락카신너 병이 비지않도록 해준다면 한평생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오.
무슨 까닭으로 재물을 가지고 나를 고단하게 만든단 말이오."
김세랑씨는 여러가지 말로 프라생을 달래보았지만 프라생은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이로부터 김세랑은 프라생 집안의 쌀뒤주가 바닥나는 것을 계산하고, 산너와 도료의 남은 잔량을 헤아리고
때를 맞추어 손수 엄선한 명품킷트들을 날라다주었다.
그러면 프라생도 흔연히 반가워하였지만 혹시 레진 별매품과 에칭으로 떡칠된 킷트들이 보이면 곧 좋아하지 않았다.
"어째서 내게 재앙을 물려주려 한단 말인가?"
그러나 새로 발매된 킷트 시제품 런너를 가지고 찾아가면, 평소보다 더욱 반가워하면서 서로 디테일을 두고 토론하면서
밤새도록 프라얘기로 지새웠다.
언젠가 김세랑씨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10년 사이에 어떻게 해서 500억을 벌었는가?"
"그건 쉽게 알 수 있는 일일세. 이나라는 서민들의 봉급이 박하고 여가시간을 내기가 쉽지않으니, 키트값이 비싸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라네. 더우기 사포질할 시간도 없는데 에칭이니 레진 별매품이니 잔뜩 넣어봐야
애시당초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지. 어차피 실물과 같은 크기로 못만들바에야 다소의 디테일이 생략된다 한들 무엇이
문제인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킷트를 제작하면서 꼭 필요한 디테일만을 넣는다면 가격거품도 빠지니 더 많은 사람들이
이쪽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지 아니한가?
지나친 고품질, 고퀼리티가 오히려 이바닥을 더욱 좁게 만든다네."
김세랑씨는 듣고나서 다시 물었다.
"그럼 처음에 내가 10억을 내어줄 것을 어떻게 알고 나를 찾아왔던가?"
프라생은 말했다.
"자네가 꼭 내게 줄 것이라고 믿은 것은 아니지만, 프로 모델러라면 누구라도 내주지 않을 수 없을 거야.
이나라의 모형취미인들의 발전이 자신들의 이익에도 직결되니만큼, 그걸 막고 나설만한 사람은 없지않은가?"
김세랑씨는 프라생의 재주가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정도 실력이면 능히 유로 밀리테어와 시카고 컨벤션을 휩쓸어버릴수도 있으련만, 이런 큰그릇을 어찌 썩힐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이나라는 하나뿐이던 모형전문지도 폐간되고 갈수록 동호인들의 수가 줄고있네. 자네같은 실력자라면
이나라 모형취미 발전을 위해서 일어설수도 있으련만, 어째서 묻혀 살며 그대로 썩힐 수가 있단 말인가."
"허허, 예로부터 묻혀 산 삶이 어찌 한둘에 그치겠는가? 저 유승식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국내 모형고증이 전쟁영화 스틸샷에만
머물러있을때 수많은 자료들을 번역하며 초보자들에게 모형고증의 중요성을 깨우쳤지만, 지금은 아예 모형쪽에서 손을
놔버렸고..... 신이 내린 에어로 전문가라는 토끼 최형인씨는 그저 간간히 인터넷 커뮤니티에 댓글만 간혹 올라올뿐일세.
나는 플라모델이 좋아서 지금까지 아트나이프를 잡고있으니 실력자체야 빌호란을 능가하지만 그만둔 까닭은
프로가 아닌 평범한 아마추어 모델러도 얼마든지 실력이 우수하다는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오."
김세랑씨는 크게 탄식하며 돌아갔다. 김세랑씨는 전부터 아카데미 관계자와는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마침 신제품 아이템 설정차 둘이 만났다가 인재가 어디 없느냐는 질문을 받아서 프라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아카데미 관계자가 깜짝 놀라면서 되물었다.
"그의 이름이 무엇인가?"
"소인 그분과 상종하여 3년이 되도록 이름조차 모르옵니다."
"그분은 이인이야. 나와 함께 가 보세."
김세랑은 아카데미 관계자와 함께 프라생의 작업실을 찾아갔다.
프라생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도
"당신 가져온 K1A1 A런너나 내놓으시오."
그리고 런너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킷트품평을 하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가자 프라생은 아카데미 관계자를 안으로 들였다.
"밤은 짧은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아카데미에서 어떤 지위에 있느냐?"
"개발부에서 차기 아이템 기획서를 제출하면 검토를 합니다.."
"그렇다면 너는 필시 그동안 수많은 한국군 관련 아이템 기획서를 쓰레기통에 던졌겠군."
"내가 원영진씨나 이대영씨같은 이를 천거할테니, 그들이 말하는 아이템들을 킷트화할 수 있느냐?"
"어렵습니다. 제 이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나는 원래 '제 이'라는 것은 모른다."
그러나 장관이 계속 부탁하자 다시 말을 꺼냈다.
"아카데미가 내부재현 타이거 I과 워리어스 보병전투차로 그동안 해외 모델러들 사이에 쌓아올렸던 AFV 명성을
날려버린건, 새제품을 개발할때마다 꼭 한두군데 결정적인곳에서 초를 쳤기 때문이다.
셔먼전차의 서스펜션 높이와 리/그랜트의 차체장갑판 경사를 수정하고, 쉐리던 금형을 완전 폐기한뒤에 신금형으로
뽑아낼 수 있느냐?"
아카데미 관계자가 다시 곰곰히 생각하다 말했다.
"어렵습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니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가장 쉬운 방법이 있는데, 네가 능히 따를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지금 K1A1이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있으며 대형마트에서의 플라모델 판매량도 만만찮은데, 이참에 한국해군 전투함정들을
1/350 스케일로 뽑아내서 해군 PX를 중심으로 대량 공급한다면, 간부숙소에서 시간을 때우고있는 초급 장교/부사관들에게
상당히 호평을 받으며 팔릴 수 있을것이다."
관계자가 힘없이 말했다.
"함선모형의 인기는 스케일물 전체를 통틀어서 바닥이고, 아무리 구축함이라 하더라도 1/350으로 뽑을려면 금형값이
만만찮은데, 하물며 해외수출 효과도 미미한 한국해군 함선이라면 과연 개발비의 절반이라도 건질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프라생이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소위 개발비라는게 무엇이냐!? 개발비에서 가장 많은 위치를 차지하는게 금형파는 비용이 아니더냐!?
그옛날 타미야제 카피를 일삼으며 박스아트까지 그대로 베껴대면서 신제품 아닌 신제품을 문방구에 뿌려댈때는
금형을 공짜로 파주는 공장이라도 있었단말이냐!?
드래곤은 사소한 문제 하나를 가지고 몇번을 금형수정을 다시하며 최고 메이커의 인식을 다져갔건만, 너희들은
허구헌날 개발비와 이익타령만 하니, 정말로 이익을 볼려거든 플라모델 시장에서 완전히 손떼고 완구수입대행이나 하면서
먹고사는게 좋겠구나!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할 생각은 않고 그저 제품 팔 생각만을 하니, 너같은놈은 당장 목을 베어야 할것이다!"
하면서 공구박스 속에 있던 타미야제 특대형 레이저소우 톱날을 꺼내들고 휘두르니 관계자가 놀라 뛰쳐나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작업실 안에는 텅 빈 험브롤 에나멜 깡통들 몇개가 나뒹굴고 있고 프라생은 간 곳이 없었다.
------------------------------------------------------------------------------------------------------
....자주 애용하는 카페에서 퍼온글
[출처 : 박신애 공식 팬 카페 ]
첫댓글 모...모릅니다 이런거!!
..........................머엉..............
뭔가 감동적입니다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