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착륙 너머로 향하는 美-中, 달 기지 세워 자원 채굴 경쟁
50여 년 만의 문레이스 2차전《달 탐사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했다. 올해 7월 이후 달을 향한 전 세계적인 탐사 도전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러시아는 8월 ‘루나 25호’를 발사하며 47년 만의 달 착륙을 목표로 나섰고, 인도는 앞서 7월 ‘찬드라얀 3호’를 발사해 인류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웃 나라 일본도 세계 5번째 달 착륙 성공 국가를 목표로 ‘슬림’을 9월에 발사했다.
‘문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다. 올해 말부터 우주 탐사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달을 향한 경쟁’에 합류한다. 미국은 민간 기업이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 탑재체를 달에 배달하는 ‘상업용 달 택배 서비스(CLPS)’ 첫 발사를 이르면 11월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은 내년부터 창어 6·7·8호를 발사해 달 남극 탐사에 나선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세계 각국을 규합해 유인 우주 탐사 및 달 기지 건설에까지 나선다는 계획이다.》
● 미중, 문레이스 참전 본격
CLPS 계획은 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하위 계획이다. NASA는 과학 탑재체 등을 민간 기업의 발사체와 착륙선에 실어 달까지 운반하려 한다. 2028년까지 총 26억 달러(약 3조5714억 원)를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CLPS에 참여하는 첫 번째 주자는 우주개발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 착륙선 ‘노바-C’다.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달의 남극으로 향한다. 지난달 회사는 “달 착륙선 제작을 끝냈으며, 11월 15일부터 6일간의 발사 일정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3회의 발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세 번째 발사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달 우주환경 모니터 ‘LUSEM’도 실린다.
중국은 내년부터 달 남극 착륙에 도전한다. 2024년 발사 예정인 창어 6호는 달 남극의 뒷면에 위치한 SPA(South Pole-Aitken) 분지에 착륙해 이곳의 토양 샘플 등 수집에 나선다. 지름 약 2500km에 달하는 SPA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크고 오래된 달의 분지다. 달의 진화에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돼 연구 가치가 높은 구역이다. 2028년경 발사할 창어 8호는 달 현지 토양 등을 3차원(3D) 프린팅으로 가공하는 실험에 나선다.
양국의 달 탐사는 무인선 착륙 그 너머를 향하고 있다. 미국은 2025, 2026년경 진행될 ‘아르테미스 3’ 임무를 통해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반세기 만에 유인 달 착륙에 나선다. 중국도 7월 우한에서 열린 ‘제9회 중국상업우주정상포럼’에서 2030년을 목표로 ‘유인 달 착륙 계획’을 밝혔다. 미국과 중국은 유인 달 착륙 이후 장기적으로 달에 체류하며 탐사 및 자원 채굴 등을 진행할 달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 ‘달 국경선’ 놓고 논의 치열
미국은 지난해 ‘유인 달 착륙 후보지’를 공개했다. 달 남극 부근 중 자원이 풍부할 것으로 추정되면서도 햇빛을 받을 수 있고, 안전한 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곳이다. 225㎢ 넓이 구획의 13개 지역으로 총면적은 약 3000㎢ 다. 경기도 총면적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달 착륙이 이어지며 자원에 대한 배타적 이용권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 미국 주도로 달 및 천체에서의 활동 원칙 등을 규정해 현재 29개국이 서명한 ‘아르테미스 협정’에서는 각국이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탐사 범위를 정하는 ‘안전구역’을 설정했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 등은 “달의 소유를 금지하는 국제 우주 조약에 배치된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빌 넬슨 NASA 국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 군도)의 영유권 주장을 예로 들며 “중국이 달 영토를 차지하고 미국을 달에서 내쫓을 수 있다. 중국이 과학 연구를 명분으로 달을 차지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말하며 중국발 달 영유권 분쟁을 우려했다.
우주법 전문가인 정영진 국방대 교수는 “아르테미스 협정에서 안전지대는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 프로젝트가 끝나면 사라지는 개념”이라며 “최근 인공위성이 많아지면서 (충돌 등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거리를 설정하는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데, (안전지대도) 이처럼 국가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달의 특정 구역을 독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지 등은 국제적인 합의를 얻어야 하는 부분이다. 신상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현재 실질적인 점유나 영유, 자원의 채굴 등에 대한 국제 논의가 ‘난상토론’처럼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최근 달 탐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러한 논의가 더 발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우주 탐사 장기 로드맵 없는 한국
한국의 달 착륙 목표 시점은 2032년으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선도국들이 이미 유인 탐사를 하거나 달 기지를 건설하고 있을 시점이다. 주요국이 달 자원 활용의 주도권을 가져간 후에야 한국은 탐사에 나서는 것이다.
과학계는 한국의 달 착륙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유인 달 착륙에 그치지 않고 달 기지 건설, 화성 탐사를 위한 달의 전초기지화, 민간 기업의 달 우주정거장 건설 등 장기적인 계획과 연계돼 있다. 중국도 달 궤도 비행―유·무인 달 착륙―달 기지 건설 및 확장 등 촘촘한 달 탐사 타임라인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2032년 달 착륙 및 2045년 화성 착륙이라는 큰 목표만 세웠을 뿐 이와 연계된 명확하고 구체적인 세부 계획이 빈약하다. 우주 개발 추진 전략과 계획 등을 망라한 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도 ‘우주 탐사 확대’, ‘우주 산업 강화’ 등 큰 단위의 목표는 있지만 ‘각론’ 수준의 로드맵은 부족하다. 국내 우주 산업 분야의 한 관계자는 “달 착륙에 실패할 경우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성공할 경우 어떤 목적을 위해 활용할 것인지를 구체화해야 현재 개발이나 예산 투자가 의미 있어진다”며 “우리나라 우주 개발의 큰 문제점은 ‘장기 로드맵’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독자적인 우주 개발이나 탐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가지고 있는 비교우위 기술을 ‘협상카드’로 활용해 국제 협력 틀 속에서 우주 개척을 해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누리와의 통신을 위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경기 여주시에 구축한 심우주지상국과 같은 지상 통신 인프라 등이 해외에서 관심 갖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연말 개청을 목표로 여야에서 특별법 논의를 진행 중인 우주항공청의 주요 역할도 이러한 국제 협력과 우주 외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7월 공개된 우주항공청 설립 및 기본 운영 방향에서는 국제 협력 조직을 청장 직속으로 두는 등 국제 협력과 우주 외교를 강화한 조직 구성을 공개한 바 있다. 미래 우주 개척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주항공청 출범 초기부터 국제 교류와 협력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과학계는 주장하고 있다.
전남혁 산업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