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여자 체조 대표 아나 바르보수(18)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수도 부큐레슈티에서 거행된 메달 증정 행사를 통해 파리올림픽 체조 여자 마루운동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NBC 투데이쇼가 다음날 전했다. 지난 5일 결선이 열렸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당초 동메달리스트로 결정된 조던 차일스(미국)의 동메달을 박탈하고 바르보수에게 열하루 만에 동메달을 수여함으로써 논란을 일단락지으려 한 것이다.
차일스는 여전히 자신이 동메달리스트라며 동메달을 반환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미국 체조 대표팀도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재심리를 비롯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차일스의 동메달이 옳다는 판정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바르보수는 동메달을 목에 건 뒤 "이렇게 이 메달이 무거울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갖게 됐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밤낮으로 걸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난 바르보수는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슬프다"며 미국 체조 대표팀을 향해선 "내가 오늘 메달을 받으면서도 그들을 생각한다. 좋게 생각했으면”이란 말을 남겼다.
바르보수는 또 “우리는 올림픽 심판들과 스태프들이 그들의 일을 적절히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차일스는 지난 5일 결선에서 당초 13.666점을 받아들었다. 하지만 미국 대표팀은 심판들이 난도 점수를 잘못 계산했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심판진이 이를 받아들여 13.766점으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차일스가 3위로 순위를 끌어올려 바르보수를 4위로, 또다른 루마니아 대표 사브리나 마네카보이니아를 5위로 밀어내고 말았다.
그 뒤 루마니아 선수단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미국 대표팀의 이의제기가 규정된 시간 1분을 넘겨 접수됐다며 이를 바로잡아줄 것을 요구했는데 CAS는 지난 10일 루마니아 측의 손을 들어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다음날 차일스의 동메달을 박탈해 바르보수에게 수여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미국체조협회(USAG)는 다시 CAS에 제소하며 원래 차일스의 득점이 게시된 지 47초 안에 이의를 접수했으므로 규정을 준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USAG는 새로운 동영상 증거도 제출했는데 CAS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USAG는 지난 12일 "모든 가능한" 항의를 시도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CAS는 미국과 루마니아 모두 충분히 주장을 펼칠 수 있었다면서도 재심리할 수 있다는 열린 입장을 보였다.
조던 차일스는 여전히 "못 돌려줘 내 동메달"
차일스는 동메달 박탈 결정에 대해 지난 15일 인스타그램에 성명을 올려 자신의 입장을 처음 밝혔다. 그녀는 우선 "내가 받은 사랑에 압도됐다"면서 진행 중인 논란의 와중에도 응원해준 모든 이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USAG가 진행하는 항의에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재판소의 결정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이어 CAS 결정과 자신이 당해야 했던 온라인 공격은 부당하다고 규탄했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번 결정은 불공정하고 나 자신만 아니라 내 여정을 함께 해온 모든 이에게 상당한 타격이 되고 있다"면서 “인종적인 동기의 공격이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을 향해 벌어져 “심히 상처를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나아가 정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난 이 여정의 끝에 통제력을 지닌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할 것이란 점을 믿는다”고 결론 내렸다.
차일스는 지난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3개의 쪼개진 심장 이모티콘을 올리고 “잠시 시간을 갖고 내 정신 건강을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스스로를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차일스가 끝내 메달을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올림피안들의 메달이 박탈되면 보통 도핑 위반에 연루돼서다. 선수들이 메달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으면 대다수는 순순히 내놓는다.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는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딴 4x100m 계주 금메달을 9년 뒤에 돌려줬다. 계주 동료였던 네스타 카터가 도핑 위반을 했고 자메이카 대표팀의 참가자 4명 모두 메달이 박탈됐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돌려주지 않는다. 2017년에 도핑 위반이 적발돼 메달이 박탈된 러시아 선수 18명 가운데 누구도 돌려주지 않았다고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당시 전했다.
러시아 스프린터 막스 딜딘은 당시 현지 신문 인터뷰를 통해 "집에 메달이 있으니 가져가보라고 하죠 뭐"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고 AP 통신이 인용 보도했다.
사실 차일스의 동메달을 뺏는 일은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의 일이 된다고 AP는 지적했다. USOC가 메달을 찾아오지 못하더라도 IOC가 응징할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IOC 대변인은 "해당 국가올림픽위원회들(NOCs)과 긴밀히 협력해 적절한 절차를 통해 재할당된 모든 메달이 IOC에 반환되도록 해야 한다"고 투데이 닷컴에 전달된 성명을 통해 밝혔다.이런 노력에도 모든 메달이 제때 돌아오지는 않는다. 여러 NOC들이 이런 사례에 해당하는데 이들 역시 선수들의 협조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결론이 내려진다. "메달들이 제때 돌아오지 않으면, IOC는 수상자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메달들을 조직위원회로부터 확보해야 한다. 만약 특정 메달 재고가 없으면 오리지널 몰드를 이용해 새롭고 똑같은 버전을 제조해야 한다."
물론 공식 올림픽 기록에는 바르보수가 동메달리스트로 기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