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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천 광덕초 학생들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점심을 먹고 있다. 화천/서 영 |
♬♪김치 좋아! 참외 좋아! 밥맛도 좋아!
먹을수록 키도 쑥쑥! 건강도 지켜주네~
나나 나나나나~
친환경 급식먹고 광덕초에 다니는
우린 건강어린이 ♪♬
부르기만 해도 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 이 노래는 화천 광덕초등학교 학생들의 작품. 전교생은 유치원생까지 합쳐 달랑 50명이지만 우수한 친환경 급식 정책으로 전국이 주목하고 있는 학교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식재료만으로 이뤄진 친환경 급식을 8년째 이어오고 있는 작지만 매운 고추, 광덕초등학교의 점심시간을 엿보고 왔다.
■ 엄마가 해주는 밥 같아요
지난 8일 오후 12시 30분, 화천 광덕초등학교 급식실.
‘친환경 광덕급식, 웃음꽃 피는 밥상’이라는 문구가 가지런히 붙어 있는 출입문이 활짝 열렸다. 제일 먼저 도착한 2학년 개구쟁이들이 식판 가득 음식을 담아 제자리를 찾아 앉는다. 이날 메뉴는 흑미밥, 감자수제비국, 시금치장무침, 포크커틀릿과 소스 그리고 김치. 메뉴가 적힌 이 주의 식단표에는 반찬 옆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마크가 붙어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이라는 표시다.
감자수제비국에 들어간 호박은 급식 담당 선생님이 텃밭에서 길러 직접 가져 온 것을 넣었고, 김치는 학부모들이 담가 둔 김장김치다. 포크 커틀릿도 냉동 식품이 아니라 국내산 돼지고기를 구입해 조리사 선생님이 직접 만들었다. 소스 역시 토마토 케첩에 양파와 마늘 다진 것, 갈아 둔 사과를 넣고 직접 만든 엄마표다.
2학년 전서빈(8)군은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만큼 맛있어요”라고 말하며 수북이 쌓여 있던 식판을 깨끗이 비워냈다.
유치원 꼬마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날 급식 도우미 봉사를 온 유치원 학부모 오순근(58)씨는 “집에서는 밥 잘 안먹는 우리 손녀가 학교에만 오면 너무 잘먹어서 신기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손녀 양지호(5)양은 집에서도 학교에서처럼 잘 먹기로 할머니와 약속했다.
■ 엄마표 밥상을 학교에서도. 지역 제철 농산물 로컬푸드(local food)로 가득.
친환경 급식은 국내산 유기농, 무농약,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광덕 초등학교는 2003년부터 친환경 급식을 실시해 왔다. 서울 지역의 위탁 급식 학교 집단 식중독 사건에 놀란 학부모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들을 학교로 가져오면서부터다. 지난해에는 도교육청 지정 친환경 급식 연구 시범학교로 지정되기도 했다.
광덕초등학교의 식단표는 인스턴트 식품보다는 제철 음식과 전통 음식 위주로 짜여 있다. 밥은 화천군에서 전액 지원하는 화천 무농약 쌀을 사용해 짓고, 반찬에 사용되는 식재료 역시 20여가구의 학부모들이 기부하는 유기농 식품이 30~40&에 이른다. 나머지 재료도 인근 마트에서 무농약 제품으로 꼼꼼히 골라온다.
맛을 내는 방법 역시 남다르다. 화학 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모두 다시마나 멸치, 양파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간장, 된장, 고추장은 마트가 아닌 학교 뒤뜰의 장독대 출신으로, 지난 4월에 학부모들이 모여 직접 담근 것이다.
이렇게 장과 김치를 만들 때는 전교생이 모여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음식의 소중함을 직접 느끼도록 했다. 아이들이 키우는 텃밭, 광덕어린이농장의 채소 역시 식판에 당당히 오르고 있다. 아이들이 음식을 잘 남기지 못하는 이유다.
쑥개떡, 화전 등 제철 음식을 함께 만들거나 옥수수를 쪄먹는 등 체험학습을 통해 건강한 제철 음식과 올바른 조리법에 대해 자연스레 가르치는 것도 광덕초등학교만의 친환경 교육법이다.
친환경 급식이라고 해서 급식비가 비싼 것도 아니다. 원래 광덕초교 급식 한 끼 단가는 2800원. 하지만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해 주고 있어 실제로 학생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한 끼 당 102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 아이들 아토피 걱정 끝, 성적도 쑥쑥
이렇게 엄마표 밥상을 학교에서도 그대로 받아먹고 있는 아이들의 건강점수는 어떨까.
올해 광덕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강예은(7)양은 전신에 아토피 증상이 있다. 여름이 되면 증상이 심해지곤 하지만 올해는 아직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좋아하는 과자도 꾹 참고 있는 예은이의 상태는 점차 호전되고 있다. 학교의 친환경 급식은 부모님이 광덕초등학교에 예은이를 입학시킨 이유 중 하나다. 천천히 식판을 모두 비운 예은이는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나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나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어려서부터 쭉 친환경 급식을 먹으며 자라서인지 비만증상을 보이는 학생도 찾아보기 어렵다.
급식 담당 이재숙 교사는 “질 좋은 유기농 재료 사용만으로 멈추지 않고, 편식 지도 등 식생활 개선 교육을 함께 실시한 효과가 요즘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건강한 식생활은 아이들의 활발한 특별 활동과 성적 향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악, 록밴드, 영어뮤지컬, 각종 악기연주 등 다양한 특별활동이 오후 5시까지 계속되지만 모두들 힘차게 소화하고 있다. 또 지난 해 원어민활용부문 도 1위를 할 정도로 학생들의 영어회화 실력 역시 수준급이다. 원어민 교사 벤자민 로슨 씨는 “건강한 유기농 음식이 우리 학생들을 더욱 에너지 넘치게 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열우 교장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영어 실력도 대단하고, 방과후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특기들을 즐겁게 기르고 있다”며, “모두 건강한 친환경 급식에서 나오는 힘 덕이다”라고 자랑스러워 했다. 이호·김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