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한평생 자신의 탐욕에만 몰두하면 그 끝은 너무도 초라해지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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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17/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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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복음 9장 23-2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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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의 정신
오늘은 한국의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황일광 시몬, 이분은 충남 홍성 출신으로 1801년 신유박해 때에 붙잡혀 순교하셨는데,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분을 복자품에 올리셨습니다. 복자는 소나 돼지를 도축하는 백정 출신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출신 때문에 한평생 멸시만 당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하느님을 알게 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신앙생활과 신앙 공동체의 삶을 살아본 후 복자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나의 이러한 신분에도 사람들이 너무나 점잖게 대해주니, 천당은 이 세상에 하나가 있고, 후세에 하나가 있음이 분명하다.” 황일광 시몬은 사회적 신분의 장벽을 넘어 모두가 같은 형제자매로 부르는 신앙 공동체에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체험합니다. 순교자들은 이 새로운 세상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일을 실천하다가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뒤를 따른 것입니다. 그들은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이 세상의 그 무엇도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다.”(로마 8,39)는 사실을 믿으며 숱한 고통을 겪고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신앙은 우리에게 이렇게 전해진 것입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죽음이 삶의 한 부분이며, 삶을 완성시키는 필수적 여정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죽음은 하나의 현실이기에, 죽음 앞에서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을 통하여 마지막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삶을 더욱 보람 있고 알차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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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석 요셉 신부(서울대교구)
생활성서 2023년 9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