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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설경 – 영봉,백운대,문수봉,의상능선,의상봉
1. 영봉에서 바라본 인수봉
牛耳洞으로 넘나드는 石門을 지나 城‘머리를 밟고 이야말로 바람벽 가튼 너럭바위를 싸고돌며 峰을 向하여 올라갑
니다. 아― 웃둑 솟은 저 仁壽峰 사람들이 독바위라지만은 나는 아마 造物翁이 北氷洋에서 돌릴 팽이를 海東朝鮮
에서 깍다가 나의 생각을 하고 무류하야 그만 둔 것 갓소이다. 實로 人造가티 妙하되 또한 天作인만치 宏大하고
崇嚴합니다. 仁壽峰 미테서는 무슨 致誠을 드리는지 너럭바위 우에 너울너울 춤을 추는 무당 하나와 무당을 둘러
춤추는 꼴을 보는 或은 서고 或은 안즌 四五人의 구경군이 보입니다. 이전에 우리가 고양이 모양으로 四肢로 기어
오르던 곳에도 이제는 제법 設備가 든든해졋습니다. 이런 줄과 말둑의 덕으로 열ㅅ길 언덕을 못 올라가던 겁쟁이들
도 제법 名山을 오르게 되엇스니 何如間 고마운 세상이외다.
―― 이화여전 교수 김상용(金尙容), 白雲臺를 차저서(3)(조선일보, 1929.11.29.)
▶ 산행일시 : 2025년 2월 2일(일), 맑음, 미세먼지 나쁨
▶ 산행코스 : 북한산우이역,육모정,영봉,백운대,일출봉,동장대,대동문,보국문,대성문,대남문,문수봉,남장대,
나한봉,용출봉,의상봉,둘레교,아미타사,북한산성입구 버스승강장
▶ 산행거리 : 도상 17.5km
▶ 산행시간 : 9시간 18분(06 : 42 ~ 16 : 00)
▶ 교 통 편 : 전철과 버스 이용
▶ 구간별 시간
06 : 42 – 북한산우이역, 산행시작
07 : 00 – 육모정공원지킴터
07 : 37 – 육모정고개
07 : 56 – 503m봉, 작은시루떡바위
08 : 18 – 영봉(604m)
08 : 29 – 하루재
08 : 53 – 백운산장
09 : 01 – 백운대암문(위문)
09 : 16 – 백운대(836m), 휴식( ~ 09 : 33)
09 : 45 – 백운대암문(위문)
10 : 15 – 용암문, 일출봉(618m)
10 : 34 – 시단봉(601m), 동장대
10 : 46 – 대동문
11 : 00 – 보국문
11 : 21 – 대성문
11 : 35 – 대남문, 점심( ~ 11 : 53)
12 : 01 – 문수봉(712m)
12 : 12 – 남장대, △715.5m봉
12 : 22 – 나한봉(681m)
13 : 11 – 증취봉(593m)
13 : 19 – 용혈봉(581m)
13 : 32 – 용출봉(571m)
13 : 53 – 의상봉(502m)
14 : 45 –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15 : 18 – 아미타사(구 덕암사)
15 : 50 –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16 : 00 – 북한산성입구 버스승강장, 산행종료
2. 산행그래프
▶ 영봉(604m)
명일역에서 05시 34분 첫 전철을 타고 동대문역사공원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고 다시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우이
신설선으로 환승하여 북한산우이역에 도착하니 06시 40분이다. 전철 타고는 가장 이르게 온 시간이다. 어둑하다.
오늘 일출시각은 07시 34분이라고 한다. 어느 데서 일출을 볼 수 있을까? 잰걸음 한다. 육모정공원지킴터를 향한다.
익히 아는 길이다. 쇠귀교 건너고 샘물산장 지나고 도안사 입구 지나 육모정공원지킴터까지는 가로등 불빛으로
가고 육모정고개 가는 좁은 산길은 눈(雪) 빛으로 간다.
이곳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눈 내린 뒤로 오가는 사람이 많아 눈길이 잘 다져졌다. 일출을 보려면 아이젠을 매는
시간도 아까워 막 간다. 발바닥 미끌미끌한 감촉이 싫지만은 않다. 가파른 오르막일수록 재미난다. 신검사 입구
지나고 곧 용덕사다. 사방 어두워 더욱 조용하다. 절집 건물보다 더 우뚝하고 우람한 바위가 거대한 석불로 보인다.
공수(拱手)한다. 너른 공터 눈밭이 나오면 갈 곳을 몰라 헤매기도 한다. 걸음걸음 날이 훤해진다.
커다란 입석 옆 깔딱샘을 지난다. 옹달샘이다. 샘물이 찰랑찰랑하다. 윤석중이 노래한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라고 함직하다.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르다말고 뒤돌아보는 동녘에 붉은 기운이 점점 광범위하게 퍼진다. 그런데 청명하지
가 않다. 미세먼지가 심하다. 가까운 수락산과 불암산조차 흐릿한 실루엣으로 보인다. 이래서는 새벽을 도와 달려온
보람이 없다. 긴 슬랩 덮은 계단 올라 육모정(六茅亭)고개다.
아이젠 맨다. 목책 넘어 상장능선 쪽으로 간 사람이 있을까 눈길 살핀다. 수적(獸跡)만이 오갔다. 누군가 갔더라면
나도 왕관봉을 들르고 싶었을지 모른다. 거기까지 0.43km이다. 스틱으로 쌓인 눈높이를 재보니 제법 깊다. 러셀하
기 싫어 그만둔다. 영봉을 향한다. 걷기 좋은 눈길이다. 눈이 없으면 돌길이라 걷기 퍽 따분했을 텐데 매끈한 포장이
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저 앞의 영봉 너머로 둥두렷이 떠오르는 인수봉을 보는 게 자랑
이다. 오늘은 새하얀 눈 분칠한 얼굴에 아침 첫 햇살 받아 홍조를 띠었으니 드물게 보는 기품 넘치는 미모다.
등로 살짝 비킨 전망바위에 올라 도봉산 연봉 연릉과 상장능선을 일람하고 나서, 한 차례 올라 널찍한 테라스에 다
가간다. 건너편에 거북바위가 있다는 암릉을 바라보며 괜히 손맛 다신다. 암벽 밑을 돌아 벙커시설이 있는 503.4m
봉을 오른다. 더 높이 떠오른 인수봉을 본다. 소나무 숲길 잠시 지나고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서울시내는 미세먼지
가득한 그야말로 속진(俗塵) 속의 의질(蟻垤)이다. 이다음 조망처는 철봉 핸드레일 붙들고 설벽 오른 너른 암반이
다. 아직 익지 않은 햇살이라 만경대 용암봉이며 사방이 눈부신 설경이다.
직벽 내리고 숲길 이슥 지난다. 눈길 부드러운 오르막이 이어진다. 그 끄트머리 바위 턱 넘으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
다. 무엇보다 숭엄하고 장엄하고 묘엄한 인수봉이 압권이다. 하얀 눈은 그의 위용을 한껏 높여준다.
인자수(仁者壽). 인수봉이란 이름의 유래다. 논어 옹야(雍也)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知者樂水 仁者樂山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
知者動 仁者靜 지혜로운 자는 움직이고 어진 자는 고요하며
知者樂 仁者壽 지혜로운 자는 즐겁게 살고 어진 자는 오래 사느니라.
3. 인수봉
4. 도봉산 오봉
5. 상장능선 상장봉
6. 인수봉, 앞은 영봉
7. 인수봉
11. 오른쪽 멀리는 화악산
12. 도봉산, 맨 왼쪽 뒤는 사패산
▶ 백운대(836m)
이 가경을 나 홀로 즐긴다. 그러다보니 주변의 풍광에 취해 눈이 어질어질하여 하루재로 내린다. 바위 슬랩과 돌계
단 0.2km이다. 숲길 이때 잠시 눈(眼)은 휴식한다. 예전에는 등로 주변에 등산하다 죽은 이들의 추모비가 산재했는
데(그래서 나는 이들의 영혼을 달래고자 ‘靈峰’이라고 이름을 지은 줄로 알았다) 언젠가부터 철거하고 없다. 하루재
에는 여러 등산객들이 오간다. 산모퉁이 바위로 돌아내린다. 인수봉의 앞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경점이다.
인수암을 지난다. 출입문 오른쪽 문설주(?)에 “相中無佛 佛中無相”을 두 줄 세로로 쓴 널판이 붙여 있다. 한자 그대
로 해석하면, “상 가운데 부처가 없고, 부처 가운데 상이 없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이에
근접하는 금강경에 나오는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則見如來(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다 거짓이고 허망하
다.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볼 것이다.)”를 보아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계곡이라 눈이 더욱 깊다. 등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서 반질반질하다. 슬랩 자락 긴 데크계단이 계단마다에 눈이
똥똥하니 뭉쳐 있어 딛고 오르기가 까다롭다. 바위 사이사이 설벽 지나고 계단 올라 백운산장이다. 내쳐간다. 가쁜
숨 돌릴 겸 가던 걸음 멈추고 뒤돌아보면 조망은 미세먼지에 가렸다. 백운대암문(위문) 지나 돌계단에 이어 데크계
단과 바위 슬랩 오른다. 우측통행하도록 등로를 나누었다. 오는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으니 오가기 한결 수월하다.
중국 드라마 「정관의 치(貞觀之治)」(2006)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당태종이 민심을 쇄신하고 인재를 발굴하고자
과거를 실시하는 한편 관리들에게도 시험을 보게 했다. 시제는 ‘현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5일간의 시간을 주고 피력하도록 했다. 중랑장(中郎將)인 상하(常何)가 무관도 시험을 보아
야 하는지 물었다. 태종은 그렇다고 했다. 상하는 고민이 컸다. 그는 글자를 모르는 까막눈이었다. 상하는 고민 끝에
자신의 문객인 마주(馬周)더러 답지를 쓰게 했다.
태종은 5일 후 답지는 두루 살펴보고 상하를 불렀다. 무관인 장군이 이런 탁견을 제시하다니 대견하고 흐뭇하기도
했다. 파안대소하며 상하를 칭찬했다. 상하는 넙죽 엎드려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고백했다. 자기는 까막눈이라
답지를 쓰지 않았노라며 순전히 문객인 마주가 짓고 썼다고 했다. 태종은 화를 내기는커녕 기뻐하며 마주를 불렀다.
마주와 단둘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식음을 전폐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태종은 마주의 식견에 감탄했다. 태종
은 상하에게 인재 추천에 대한 상을 내리고 마주를 등용했다.
태종은 “잠시라도 마주를 보지 않으면 생각이 난다.”라고 말할 정도로 마주를 아꼈으며 마주 또한 일처리가 주도면
밀하여 여러 사람들로부터 칭송의 받았다. 어느 날 태종은 여러 신하를 모아놓고 번잡하기 짝이 없는 장안의 교통난
해소방안에 대하여 물었다. 마주가 의견을 제시했다. 모든 사람들과 마차에 대해 우측통행을 하도록 하면 좋겠다고
했다. 태종은 당장 우측통행을 실시하도록 어지를 내렸다. 장안의 교통이 비로소 원활해졌음은 물론이다.
백운대. 많은 사람들이 올랐다. 바람 없는 따뜻한 날이다. 어제도 이렇듯 날이 따뜻했던 것은 나로서는 아쉽다. 오늘
백운대에 올라 상고대 눈꽃과 만학천봉의 조망을 보리라 무척 기대했다. 그런데 눈꽃은 간 곳 없고 사방 원경은
흐릿하다. 다만, 북동쪽 멀리 뭇 산을 제치고 화악산과 명지산, 국망봉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일제강점기 이화여전
영문과 교수였던 월파 김상용(月坡 金尙鎔, 1902~1951)의 눈을 빌려 이곳 조망을 짐작한다.
“압흐로 東將臺를 隔하야 漢陽의 櫛比한 모양이 보이고 南山 넘어로 冠嶽이 하눌ㅅ가에 솟앗는데 富平始興의 或
山或野가 물ㅅ결 가티 起伏하야 西海를 가린 구름과 連하얏슴니다 北으로 안개 속에 들어 희미하게 보이는 屛風
가튼 것은 天磨의 連山 東 으로 仁壽峰 그 뒤에 웃줄웃줄 솟은 것이 近畿名山의 일홈을 뛴 萬丈峰 東南으로 울뭉줄
몽한 것은 楊平附近의 峯巒인데 이러한 놉고 나즌 數업는 山과 좁ㅅ고 넓은 數업는 들이 畿內一版을 이루엇소이다
그 새에 一帶長江 우리의 자랑인 漢江이 楊平連山의 허리를 끈코 冠岳으로 달려 漢江을 비스듬히 안코 幸州 들로
坡州를 곳게 지나 江華島 잇는 쪽을 向하야 휘우둠하게 東南北으로 弧形을 그리며 닰고 잇슴니다”(白雲臺를 차저
서(3), 조선일보, 1929.11.29.)
월파 김상용는 1934년에 발표한 시 ‘南으로 窓을 내겠소’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인이다.
南으로 窓을 내겠소.
밭은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을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13. 맨 오른쪽은 보현봉, 그 뒤 흐릿한 산은 관악산
14. 염초봉과 원효봉(뒤)
15. 노적봉
16. 오른쪽 뒤는 천마산, 앞은 불암산
17. 화악산, 그 앞은 명지산, 맨 왼쪽은 국망봉
18. 백운대
19. 노적봉 북사면
20. 용암봉 병풍바위, 만경대, 인수봉
21. 가운데가 영봉
22. 맨 오른쪽은 보현봉, 왼쪽 앞에서부터 형제봉, 백악산, 인왕산, 안산
23. 보현봉
▶ 문수봉(712m)
나도 백운대 너른 암반 한쪽에 자리 잡고 휴식한다. 누구라도 드러내놓고 탁주를 마시지 않는다. 나는 탁주를 노란
양재기가 아닌 컵에 따라 몰래 마신다. 컬컬했던 목이라 시원하다. 백운대는 오를 때보다 내릴 때가 더 조심스럽다.
슬랩 암면이 숱한 발길에 닳고 닳아 여간 미끄러운 게 아니다. 팔심 부치게 핸드레일에 매달려 내린다. 백운대암문
지나고 데크계단 길게 내려 만경대 서쪽 사면을 돈다.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적하다.
고개 들면 우람한 백운대와 까칠한 염초봉, 부드러운 원효봉이 바로 눈앞이다. 노적봉의 나목이 촘촘한 북쪽 설사면
또한 기경이다. 노적봉 직전의 안부를 지날 때는 목책 너머로 인적을 살피곤 한다. 눈길이 조용하여 마음이 놓인다.
그리로도 드나든 인적이 보인다면 나도 가고 싶어 안달했으리라. 만경대나 용암봉 쪽으로도 아무런 발길이 없다.
용암문 지나고 일출봉 성곽 길을 오른다. 용암봉 병풍바위와 만경대 동벽 동릉, 영봉을 보기 위해서다. 올 때마다 멋
진 모습이다.
일출봉을 지나면 당분간 조망은 없다. 시단봉 동장대는 보수공사중이다. 오른쪽(서쪽) 사면을 길게 돌아 넘는다.
그 중간 지능선은 천해대(天海坮)를 지나 태고사로 내린다. 천해대는 북한산에서 음기가 가장 강한 곳으로 기도의
명당이라고 한다. 대동문 지나 칼바위 갈림길 지나면 조망이 트이기 시작하다. 보현봉 자락 아래 차례로 봉긋한
형제봉, 백악산, 인왕산, 안산이 가경이다. 소백산 신선봉 자락 구봉팔문을 연상케 한다.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심하다. 보국문 지나 623m봉(성덕봉), 638m봉(화룡봉)을 오른다. 638m봉은 암봉으로
빼어난 경점이다. 이다음 대성문을 지나면 긴 성곽 길 계단 올라 693m봉(잠룡봉)이다. 여기서 보현봉 사자능선이
시작된다. 제법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릿지다. 혹자는 사자능선에 의상능선을 더해 북한산의 용아장성이라고
도 한다. 한때 수직의 침니이며 보현봉 남서벽 트래버스에서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던가. 그때가 그립다. 지금은
여기서 보현봉으로 이어지는 릿지와 보현봉 너머 사자능선은 오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고정밧줄 붙잡고 가파른 성곽 눈길을 내려 대남문이다. 문루 그늘에 앉아 점심밥 먹는다. 샌드위치와 인절미, 탁주,
커피를 차례로 먹고 마신다. 문수봉을 오른다. 역시 가파른 숲길 오르막이다. 한바탕 가쁜 숨 헐떡여 문수봉 정상
노릇을 하는 712m봉 너른 암반이다. 이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건너편 문수봉 정상인 728m봉을 오르는
길은 가파른 암릉이어서 위험하다고 막았다. 그리로는 아무도 가지 않았다. 문수봉 북사면을 길게 돌아 청수동암문
이다.
24. 보현봉
26. 문수봉 주변, 아래 가운데는 비봉
27. 앞은 문수봉 남릉, 그 뒤 왼쪽부터 백악산, 인왕산, 안산
28. 왼쪽 주릉이 비봉능선, 승가봉, 사모바위, 비봉, 향로봉
29. 앞은 문수봉 서릉, 그 뒤 왼쪽부터 백악산, 인왕산, 안산
30. 문수봉 서릉(부분)
31. 가운데가 용출봉
32. 맨 뒤가 인수봉
33. 의상능선 강아지바위
34. 원효봉
35. 용출봉
▶ 의상봉(502m), 아미타사(구 덕암사)
청수동암문 지나 숲길 한 피치 오르면 남장대 △715.5m봉이다. 남장대 서쪽 사면은 거대한 슬랩이다. 핸드레일
붙들고 내린다. 여기서부터는 가는 사람은 나 홀로이고 오는 사람이 많다. 주로 단체등산객이다. 그들과 마주치기라
도 하면 그들이 지나가도록 한참을 비켜 서있어야 한다. 성량지인 안부 지나 한 피치 오르면 나한봉이다. 사방 조망
이 트이는 경점이다. 예전에는 더벅머리였던 나한봉을 쉼터로 조성하였다.
나한봉에 서면 가깝게는 의상능선과 비봉능선, 응봉능선, 문수봉 서릉을, 멀리는 백악산, 인왕산, 안산, 남산, 관악
산, 청계산을 바라볼 수 있다. 나한봉 다음은 나월봉이다. 무딘 릿지를 주춤주춤 내려 야트막한 안부다. 나월봉은
오르지 못하도록 막았다.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돈다. 이 길 역시 곳곳이 설벽이라 조심스럽다. 의상능선의 절경은 뭐
니 뭐니 해도 암릉 암봉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절정인 염초봉, 백운대, 노적봉, 만경대를 한눈에 바라보는 것이다.
열 걸음에 아홉 걸음이 멀다 하고 바라본다.
나월봉 내리는 길은 가파르고 길다. 예전과는 다르게 바위 슬랩을 데크계단으로 덮어버렸다. 재미적다. 등로는 잠시
잠잠하다가 부왕동암문 지나고 암벽 연습장 옆 슬랩 오르면 증취봉이다. 그 정상은 일광이 가득한 암반이다. 증취봉
을 내리고 용혈봉 오르는 길에 왼쪽 옆을 보면 증취봉 남서릉 강아지바위가 눈을 뒤집어썼다. 얼른 알아보지 못하겠
다. 나는 용혈봉에서 용출봉을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언제나 우뚝 솟아 좌우로 균형 잡힌 단정 단아한 모습이다.
철계단으로 용혈봉을 내리고 바윗길 오르내리는 중에 바위절벽에 세로 대자로 음각한 ‘紫明海印臺’를 지난다. 산자
수명(山紫水明)과 해인삼매(海印三昧)에서 두 글자씩 따서 만든 말이다. ‘산자수명’은 산색이 아름답고 물이 맑다는
뜻이다. ‘해인삼매’는 화엄경에 나오는 ‘바다에 풍랑이 그치면 삼라만상 모든 것이 도장 찍히듯 그대로 바닷물에
비쳐 보인다는 뜻’라고 한다. 이곳 의상능선에서 보는 풍치가 과연 그러하다.
용출봉은 멀찍이서 보면 등로가 없거나 암벽을 올라야 할 것 같지만 다가가면 아무렇지도 않은 바윗길이 잘 났다.
바윗길 마지막은 철계단이다. 용출봉 오르내림길도 당최 예전만 못하다. 계단으로 덮어버려서 도대체 손맛 볼 데가
없다. 가사당암문 지나고 완만한 숲길 오르면 의상봉이다. 나는 북한산의 제1경은 이곳 의상봉에서 바라보는 경치
라고 감히 단언한다. 전후좌우가 가경이지만 특히 백운대 주변의 암봉군은 현란하기 그지없다. 맨입 맨눈으로 보기
아까워 탁주 연거푸 독작한다.
가파른 슬랩을 살금살금 내린다. 데크계단 철계단 핸드레일 철봉을 차례로 지난다. 눈길과 빙판은 끊임없이 이어진
다. Y자 백화사 갈림길 지나면 등로는 사뭇 부드럽다. 하늘 가린 잔잔한 숲길이다. 아울러 내내 가빴던 숨도 차분해
진다. 이윽고 대로로 내려서고 무리 속에 섞인다. 대낮이다. 이대로 물러서기는 조금 아쉽다. 그렇다면 의상봉 북사
면 설경을 보러가자. 거기를 온전히 볼 수 있는 데는 원효봉 정상이겠으나 기력이 부치고 의욕은 미지근하다.
원효봉 남쪽 자락 아미타사가 적당하다. 왕복 3.2km이다. 산책길이라 해도 1시간 정도 걸릴 것. 도로 아닌 계곡 길
로 간다. 계류는 동면중이다. 데크계단 오르내린다. 도로와 만나고 아미타사 가는 원효교를 건넌다. 0.4km. 금방이
다. 아미타사는 전에 덕암사(德岩寺)였다. 대웅전이 특이하다. 거북이 바위굴로 불렸다는 석굴이다. 그 옆 높이
10m인 미륵대불 곁에 서면 의상봉의 북사면이 훤히 보인다. 수수한 모습이 낯설다.
모처럼 온 아미타사이니 주련 살핀다. 범종각의 행서 멋들어진 주련이 눈길을 끈다. 여느 사찰 범종각에서 보지 못
한 시구이다. 집에 돌아와서 이 주련의 출전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묵장보감(墨場寶鑑)에 수록된 시구를
고른 것이었다. 서예가의 소재(素材)의 보고(寶庫)라는 묵장보감은 중국의 경서(經書), 제자백가(諸子百家), 한위육
조(漢魏六朝)에서 당송원명청(宋元明淸)에 이르는 제가(諸家)의 시구(詩句)를 모으고, 춘하추동(春夏秋冬), 감계
(鑑戒), 좌우명(座右), 잠언(箴言), 시부(詩賊) 등을 정리한 서책이다.
風雨深山臥龍 바람 불고 비오는 깊은 산에 용은 누웠고
攀柳弄梅野趣 버들을 만져보고 매화를 구경할 수 있는 야외 취미가 좋고
晨興半烓名香 아침에 일어나면 타다가 남은 화덕이 아름다운 향을 남기고
閑門流水桃花 정한(靜閑)한 문전에는 물이 흐르고 복숭아꽃이 피어있다
客至鏇開新茗 손님에게 새로운 차를 대접하려고
僧歸未拾殘棋 스님은 바둑을 두다 말고 돌아왔다
끝의 두 구는 송나라 시인 육유(陸游, 1125~1210)의 ‘육언(六言)’의 뒷부분이다.
그 앞은 다음과 같다. 이 시구도 묵장도감에 수록되어 있다.
風細飛花相逐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한들거리는 꽃이 서로 뒤쫓고
林深啼鳥移時 무성한 숲에서는 새들이 가지에서 가지로 옮아가며 지저귄다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를 가는 길은 약사전을 지나 원효봉 자락을 돌아갈 수도 있으나 쉬운 길을 택한다. 온 길 뒤돌
아 북한산성 대로로 간다. 대로가 좁도록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산굽이 돌고 돌아 대서문을 지나고 탐방지원센터
지나 주차장에 내려선다. 걸음 멈추고 뒤돌아보면 의상봉과 그 뒤 용출봉이 가까이 하기에는 어려운 첨봉으로 보인
다. 꽃피는 봄날에 다시 오리라 하고 발길 돌린다.
36. 맨 왼쪽 원효봉 뒤 오른쪽으로 상장능선 상장봉이 보인다
37. 의상봉
38. 용출봉, 그 왼쪽 뒤는 용혈봉
39. 멀리 가운데가 비봉
40. 백운대와 만경대, 노적봉
42. 앞 왼쪽은 용출봉, 멀리 가운데는 비봉능선 비봉
43. 앞은 용출봉 서릉, 중간은 비봉능선 사모바위에서 뻗어 내린 응봉능선
44. 아미타사에서 바라본 의상봉
45. 북한산성 주차장에서 바라본 의상봉
첫댓글 산행그래프가 시원합니다.
산행그래프를 얼마나 예쁘게 만들까도 산행의 관건입니다.^^
한 봉우리 한 봉우리 읽다보니 제가 가본 곳도 여럿이네요 북한산 역시 명산입니다
혹시 오늘밤 설악 가시나요?
예 설악산 갑니다.
다음주부터 통제된다고 하니 겨울 설악을 한번은 가야 해서요.
@악수 암튼 이따 뵙겠습니다
악수님 산행기에서 오랜만에 눈에 익숙한 봉우리들을 만나는군요. 그래서인지 산행기가 더욱 정겹습니다. ㅎ
북한산도 눈 오면 다른 산입니다.^^
역시 겨울 북한산은 대단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항상 베리굿입니다.
8일 오랜만에 설악 구경하려고 했더니 입산 금지네요...
그렇습니다.
북한산은 갈 때마다 멋있습니다.
설악산은 공룡은 못 가더라도 하루 보내기에는 괜찮을 것 같아 가려고 합니다.^^
형님 산행기를 보니 북한산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항상 즐거운 산행되세요^^
북한산도 철따라 가보아야 할 것 같아서요.
그때마다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