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4㎡ 분양가 10억 훌쩍… 공급마저 줄어 집값 자극 우려
원자재 가격-택지비 상승 영향
고분양가 논란에도 청약 열기
내년 입주물량 9656채로 급감
“수요 많은 서울 도심 공급 늘려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지난달 분양한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2억5000만∼13억9000만 원에 이르며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1순위 청약 결과를 보니 평균 경쟁률 14.03 대 1로 마감했다. 올해 8월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 라그란데’도 전용면적 84㎡가 10억1100만∼10억9900만 원대로 10억 원을 넘었지만 1순위 경쟁률이 평균 98.4 대 1을 나타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입주나 분양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울 청약은 지속적으로 수요자들이 몰릴 것”이라고 했다.
올 하반기(7∼12월) 분양에 나선 서울 아파트 중 이른바 30평형대(전용면적 84㎡)가 대부분 10억 원을 넘어섰지만 청약 경쟁률이 100 대 1에 육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등 청약 열기가 뜨겁다. 공사비 급등으로 분양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분양과 입주 등 공급 물량까지 부족해 향후 집값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서울에서 분양했거나 분양 예정인 민간아파트 단지 중 30평형대(전용면적 81∼85㎡)를 분양한 11개 단지 중 분양가가 10억 원을 넘은 곳은 9개 단지로 조사됐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 관악구 ‘서울대 벤처타운역 푸르지오’, 용산구 ‘용산 호반써밋 에이디션’,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등이 모두 10억 원을 넘었다. 강동구 ‘둔촌 현대수린나’와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 등 2곳만 10억 원을 밑돌았다.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과 공시지가 상승 등으로 분양가는 지속해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서울에 신규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963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상승했다. 분양가 산정의 다른 축인 ‘택지비’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서울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11.21%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땅값은 집값이 전 고점을 찍은 지난해 이후에도 오르고 있다”며 “토지 매입 비용이 늘어나니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30만 채 내외로 예상된다. 최근 4년간(2019∼2022년) 33만∼37만 채인 걸 고려하면 5년 중 물량이 가장 적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 후 2∼3년 뒤 입주하는 걸 고려하면 향후 공급 부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당장 내년 입주 물량이 급감한다. 내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9656채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제주와 세종을 제외하고 가장 적다. 인천은 올해 4만6233채에서 내년 2만5516채로 2만 채가량 줄어든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예비 청약자나 매매 대기자의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며 “내년에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요가 높은 서울 도심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오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