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어쩌다가 이렇게 긴 호흡의 인내심을 요하는 점유형 축구를 하게 되었는지 경기 볼 때마다 조마조마 합니다만, 현재의 선수 풀 가운데 클라스 있는 선수들을 활용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로스가 수비 라인까지 내려와 2선 내지는 1.5선까지 한 번에 연결하고, 3명의 테크니컬한 2선 자원, 귄도간, 무시알라, 비르츠가 좁은 공간에서 볼을 정교하게 다룰 줄 알고 한 번에 골대를 바라보도록 턴 동작이 매끄러운 선수들이어서, 중앙에 견고한 수비블럭을 형성한 상대 팀 라인 사이에서 볼을 받아 박스를 효과적으로 타격합니다. 이전에 사네와 그나브리를 주축 2선으로 두고 경기할 때는, 삐그덕거리며 잘 맞지 않던 것이 무시알라와 비르츠가 등장한 뒤로는 몸에 어울리는 옷이 된 것 같습니다. 기회가 부족하긴 했지만 슐로터백보다는 타가 수비면에서 견고하기도 하고, 미텔슈타트가 크로스는 엉성해도 로봇처럼 앞뒤로 뛰기만 하던 라움보다는 훨씬 유연하고 잘 맞는 좌풀백인 것 같습니다. 키미히도 이렇게 라인을 올려 안정되게 지배할 수 있는 경기에서는 출중한 우풀백이 됩니다.
다만 하베르츠가 다소 미덥지 않습니다. 이 경기 전까지는 퓔크루크가 조커로 투입되었을 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봐서, 두고 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새벽 헝가리 전처럼 제 몫을 못할 경우에는 퓔크루크를 주전으로 세우는 게 낫겠다고 느낍니다. 아니면 스위스 전에서 바이어를 선발로 세워 테스트 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네와 퓌리히를 2선 교체 자원으로 데려 갔는데 두 선수 뛰는 걸 보니 이전에 나브리와 사네가 뛰던 때의 독일처럼 경기 운영이 리스키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좀 더 봐야 하겠지만 잉글랜드의 사카와 같은 클라스 있는 전문 윙어가 아쉽습니다.
간만에 출발이 매끄러운 독일 팀을 보고있자니 이래저래 기대가 됩니다. 첫 경기 승리는 독일이 꾸준한 성과를 내는 비결이었는데 성공 공식도 되찾은 것 같구요. 어디까지 올라가든 힘껏 응원할 생각이지만 가능한 한 높이, 아니 덜컥 우승해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다시 카페에 옹기종기 모여 응원하는 팬 분들 모두 즐거운 유로가 되시게요.
첫댓글 퓔크루크가 현재 몸상태가 좋지 않아 90분 경기를 모두 소화하지 못해서 교체 자원으로 투입되는 거라고 합니다
아,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스위스전에는 꼭 바이어를 보고 싶습니다. 토너먼트 가서 실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크로스가 없어지면 이제 그자리를 누가 메꿀지가 걱정임
파블로비치…??
크로스는 대체할 수 없는 선수여서 다른 방식으로 판을 짜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시즌 챔스와 유로 보면서 느낀 게 한 우물만 파던 크로스가 마침내 자신의 공식을 완성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레전드 반열에 오른 선수의 빈자리는 똑같은 방식으로 채울 수 없다고 봐요.
월클 노장들 끝물이었던 유로96 느낌 아닌가요…이번에 우승하고 나겔이 새판 잘 짜주길 ㅠㅠ
94~96 세대가 대체로 망해버리는 바람에 세대교체가 꼬였습니다. 03 이후로 유망주들 슬금슬금 나오고 있으니 어린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96 유로 때와는 다른 것 같아요
그땐 정말 노장 위주였다면 지금은 그래도 비르츠 무시알라가 있으니
96유로 잉글랜드 전 스트룬츠 동점골과 결승전 비어호프의 동점골 역전골은 잊혀지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