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인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였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공원을 무안공항 인근에 조성”하겠단다. “추모 공원은 460억원을 투입, 무안공항 인근에 7만㎡ 규모로 계획하고” 있단다. 김지사가 지난 6일 전남 도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후속대책을 발표하며 내 놓은 후속 대책이란다.
이게 후속 대책인가? 기가 막힌 일이다. 아직 사고 수습도 안됐는데 어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직 사고의 직접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벌써부터 수백억짜리 추모 공원 공사판 벌일 생각부터 한단 말인가? 진짜 추모하는 마음이 1이라도 있는 건가? 추모하는 마음이 있다면 추모 공원 건립 따위 생각할 틈도 없을 것이다. 진심으로 추모하는 마음이 있다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생각부터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어디 추모 공원이 없어서 추모를 못한단 말인가? 이미 5천만 국민들의 마음 속에 추모공원 하나씩 들어서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수백억 예산으로 7만㎡나 되는 추모공원 같은 거 지어 공사판 벌일 생각부터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돈으로 피해자 배상에 조금이라도 더 보탤 생각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추모공원 지을수도 있다. 하지만 바른 정신이라면 추모 공원 같은 거는 진상규명이 다 된 후에, 책임자 처벌이 다 된 후에, 유가족에 대한 위로의 방법을 찾은 후에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찌 진상 규명도 되기 전에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미국 매해튼의 9.11 메모리얼 & 뮤지엄은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 테러로 사망한 6명의 희생자와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9.11 테러로 사망한 2,977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건립됐다. 하지만 9.11 메모리얼 & 뮤지엄은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 10년 후, 911 테러 2년 후인 2003년 11월에야 건립이 시작됐고 9.11 테러 10주년인 2011년 9월 11일에 개장하였다. 제주 항공 참사 추모 공원 건립이 그토록 시급한 일인가?
또 특별법도 제정해 사고 배상금, 위로 지원금, 손실 보상금 등 보상을 위한 근거를 담아 피해자들이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란다. 더불어 무안공항에 최첨단 조류 감시·퇴치 시스템을 도입하고 대형기종 이착륙이 가능한 국제공항 수준의 활주로 건설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단다. 항공사 손실 보조금 등 행·재정적 방안을 모색하고 거점 항공사를 유치해 안정적인 기본 노선 체계가 회복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의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단다.
이 발상 또한 기막히긴 마찬가지다. 제주항공과 국토부의 과실이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어찌 책임을 물을 생각은 하지 않고 참사 책임자인 항공사에 면죄부 주는 것도 모자라 손실 보조금까지 챙겨줄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콘크리트 로컬라이저를 만들어 참사를 키운 국토부를 성토하고 책임을 물을 생각을 하지 않고 활주로 확장 등의 명목으로 국토부에서 돈을 뜯어낼 생각부터 한단 말인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망나니 대통령의 내란으로 나라가 개판이 됐다해서 광역 단체장까지 같이 정신줄을 놓아서야 되겠는가? 제발 좀 정신 차리시라.
추모공원 따위 이야기 하지 말고, 책임을 물어야 할 항공사에 손실 보조금 줄 생각하지 말고, 조류 충돌로 몰아가며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려 드는 국토부에게 "우리도 조류충돌이라고 편들어 줄테니 돈 내놓으라" 협잡할 생각 말고 참사 진상규명 대책부터 내놔야 정상이 아니겠는가?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부터 세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대체 누구를 위한 추모 공원이란 말인가? 공사업자들을 위한 것인가? 유가족들을 위한 것인가?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3월, 4·10 총선을 앞두고 전남도청에서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에게 "(너무 감사해) 가슴이 먹먹하다"고 공개적으로 찬양하는 발언을 해 전남도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전력이 있다. 그 부끄러운 행적을 뉘우치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이번에는 제주항공 참사로 하늘이 무너진 유족들과 슬픔에 잠긴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사과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