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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지 [列國誌] 659
■ 2부 장강의 영웅들 (315)
제10권 오월춘추
제 39장 미인 서시(西施) (10)
며칠 후 자공(子貢)은 제(齊)나라 수도 임치로 갔다.
진상(陳常)은 공자의 제자인 자공이 왔다는 말에 빙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
"자공이 임치로 온 것은 나를 설득하기 위해서로구나."
진상(陳常)은 자공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들였다.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대는 노(魯)나라를 위해 세객(說客)으로 오셨소이까?"자공(子貢)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재상께서는 틀리셨습니다. 저는 노(魯)나라를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제(齊)나라를 위해 왔습니다."
진상(陳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제나라를 위해 오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본래 노(魯)나라는 치기 어려운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재상께서 노(魯)나라를 치려 하시니,
저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그대는 노나라를 치는 것이 어찌 어렵다고 말하는 게요?"
"우선 노(魯)나라는 성벽이 낮고 성을 둘러싼 해자(垓字)는 얕으며, 임금은 어리석고
신하들은 위선적이어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또한 군사와 백성들은 싸우기를 겁내고
싫어하니, 이런 나라는 치기가 어렵습니다.""재상께서 지난날의 일을 앙갚음할 생각이시라면
우리 노(魯)나라보다 오(吳)나라를 치는 게 나을 것입니다. 오나라로 말할 것 같으면,
우선 그 성이 튼튼하고 성지(城池)가 깊으며, 군사는 강하고 무기는 날카롭습니다.
또한 신하들도 용맹스럽고 지혜가 넘치니, 오나라야말로 무찌르기 쉬운 상대입니다."
진상(陳常)은 자공이 자신을 조롱한다고 생각했다.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대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쉽고, 그대가 쉽다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오. 그대가 이렇듯 어지러운 말로 나를 현혹시키려는 까닭이 무엇이오?
그런 말을 하려거든 당장 돌아가시오."그러나 자공(子貢)은 여전히 태연자약한 표정이었다.
"제가 사실대로 말하기를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좌우에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십시오.
제가 재상에게만 그 뜻을 상세히 풀어드리겠습니다."
진상(陳常)은 궁금함을 어쩌지 못하여 좌우 사람을 밖으로 내보냈다.
방 안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자공(子貢)이 다시 입을 열었다.
"모름지기 나라 안에 근심이 있을 때엔 강한 적을 공격해야 하며, 나라 밖에 근심이 있을 땐
약한 자를 공격해야 합니다.""제가 보건대 재상께서는 지금 나라 안의 일로 근심이 가득합니다.
다른 대신들을 제어하고 싶어도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럴 경우 국력이 약한 노(魯)나라를 쳐 무찌르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노나라를 친 대신들이 모든 공로를 차지하고 재상께선 그들의 세력이 커지는 것만 구경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다른 대신들은 입지가 강화되고, 재상은 오히려 위태로움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
"그러나 이와 반대로 오(吳)나라를 친다고 가정해보십시오. 모든 대신들은 강한 오나라를 무찌르기
위해 온 힘을 쏟아부을 것이요, 그러면 그들의 국내에서의 힘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곧 재상의 독주를 의미하는 것이요, 큰 이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 이제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재상께서는 노(魯)나라를 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오(吳)나라를 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십니까?"
자공의 말에 진상(陳常)은 지금까지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이었나를 깨달았다.
그는 안색을 부드럽게 바꾸며 거듭 물었다."좋은 가르침이오.
그대의 말로 인해 나의 걱정이 일시에 씻어지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미 우리 군대는 노(魯)나라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갑자기 오(吳)나라로 방향을 바꾸라고 하면 모든 대신들이 나를 의심할 터인데,
이 일을 어찌 처리하면 좋겠소?""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재상께서는 일단 제(齊)나라 군사를 문수가 일대에 주둔시키고 움직이지 않게 명하십시오.
그러면 저는 이 길로 오(吳)나라로 가서 오왕에게 '제나라를 쳐서 노(魯)나라를 구원해주십시오' 라고
요청하겠습니다. 오나라가 제나라를 치면 자연스럽게 군대를 돌릴 수 있으니,
누가 재상을 의심하겠습니까?"진상(陳常)은 기뻐하며 국서에게 사람을 보내어 명했다.
- 세작의 보고에 의하면 오(吳)나라 군대가 우리 국경 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하오.
장군은 문수가에 주둔하되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여차하면 남쪽으로 달려갈 채비를 갖추시오.
진상(陳常)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자공(子貢)은 그 길로 남쪽 오(吳)나라로 내려갔다.
오왕 부차에게 알현을 청한 후 말했다.
"제(齊)나라는 일찍부터 만승지국(萬乘之國)으로서 언제나 천하 패업에 대한 야욕을
불태워 왔습니다. 지금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그 야욕을 이루기 위한 첫보입니다."
"제군(齊軍)은 노(魯)나라를 무찌르고 나면 반드시 오(吳)나라를 칠 것입니다.
이는 진실로 노나라나 오나라를 위해 불행한 일입니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그들의 수도가
비었을 때 군사를 몰아 쳐들어가지 않으십니까. 만승의 나라인 제나라를 쳐서 제, 노나라를
속국으로 거느리면, 오나라의 위세는 진(晉)나라 보다 더 커집니다.
왕께서는 천하 패권을 잡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북방을 노리고 있던 오왕 부차(夫差)는 자공의 권유를 듣자 귀가 솔깃했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선뜻 승낙하기가 께름칙했다.
자공의 변설에 속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일었던 것이다.그는 슬며시 발을 뺐다.
"그대의 말이 옳소. 하지만 우리나라 남쪽에는 월(越)나라가 있소이다. 내가 일찍이 월왕을
회계산으로 몰아넣어 핍박한 적이 있는데, 듣자하니 그 일로 인해 월왕이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내게 보복할 기회만을 기다리는 중이라 하오. 나는 먼저 월나라를 쳐 정벌한 후
그대의 계책에 따라 제(齊)나라를 칠까 하오. 그때까지만 기다려주시오."
자공(子貢)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오(吳)나라는 천하 패업을
다툴 수 없습니다. 월나라는 약하고 제나라는 강합니다. 약한 월(越)나라를 쳐봤자
아무 이득이 없으며, 강한 제나라를 내버려두면 큰 불행이 닥칩니다."
"오(吳)나라가 월나라를 치는 사이 제(齊)나라도 노나라를 쳐 북방을 도모하면
그때는 북쪽으로 나와봐야 아무 소용없습니다. 조그만 이익을 위해 커다란 손실을 감수하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이 취할 바가 아닙니다. 어찌 월나라와 제나라를 비교하십니까?"
"만일 왕께서 정히 월(越)나라가 근심이 되신다면 제가 월왕을 만나 월나라에서도 응원군을
보내도록 설득하겠습니다. 그리되면 월나라는 텅 비게 되고, 왕께서는 아무런 걱정없이
제(齊)나라 정벌에 전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공의 말이야말로 부차(夫差)가 노리던 바가 아니던가.
그는 의자가 들썩거릴 정도로 기뻐하며 자공의 두 손을 잡았다.
"진실로 그렇게만 되면 내 그대와 함께 기쁨을 나누겠소!"
이렇게 해서 자공(子貢)은 또 남쪽 월(越)나라를 향해 떠나갔다.
660편에 계속
열국지 [列國誌] 660
■ 제2부 장강의 영웅들
제10권 오월춘추
제 40장 오자서(伍子胥)의 죽음 (1)
월왕 구천(句踐)은 유명한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온다는 소식에 가슴이 들떴다.
백성들을 시켜 길을 닦게 하여 친히 30리 밖으로 나가 자공을 영접했다.
가장 훌륭한 공관으로 안내한 후 말했다.
"여기는 궁벽한 동해의 나라인데 선생께서 어인 일로 이 누추한 곳까지 오셨습니까?"
"특별히 왕을 위해 왔습니다.""선생께서 이렇듯 오셨으니 이는 월(越)나라의 복입니다.
어리석은 과인을 위해 무엇을 가르쳐주시렵니까?"자공(子貢)이 조용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신이 이번에 오왕을 만나보니 오(吳)나라는 노나라를 돕기 위해 제나라를 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월왕께서 오나라로 쳐들어오지 않을까 의심하여
오왕은 제(齊)나라를 치는 대신 월나라를 치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제가 오나라를 떠나
급히 월나라로 내려온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부차에게 그런 마음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월왕 구천(句踐)은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공손히 청했다."선생께서는 부디 이 몸을 위해 좋은 방법을 가르쳐주십시오."
"대저 남에게 보복할 뜻이 없으면서도 의심을 산다면 이는 일을 서투르게 하는 것이요,
남에게 보복할 뜻이 있는데 그것을 미리 알게 했다면 이는 일을 위태로운 지경으로 몰고 가는
것입니다.""일을 실행하기도 전에 발설되었다면 일은 이미 위험지경에 빠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 가지 잘못을 일컬어 곧 '삼오(三誤)' 라고 합니다."
"..................................."
"만일 왕께서 오나라에 복수하고 싶으시다면 지금이라도 그 의심부터 풀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오왕(吳王)은 교만해서 간신을 좋아하고, 태재 백비는 세도를 누리기 위해 아첨을
잘한다고 합니다.""왕께서는 지금이라도 오왕에게 사람을 보내어 오(吳)나라가
제(齊)나라를 치는 데 응원군을 보내겠다고 자청하십시오. 그러면 오왕은 월(越)나라에 대해
의심을 풀 것이요, 마음놓고 제나라로 쳐들어갈 것입니다."
"오군(吳軍)이 제나라와 싸워 이기면 오왕은 더욱 교만해져 다시 진(晉)나라를 향해
쳐들어갈 것이며, 패하면 오나라의 힘은 약해질 것입니다. 그때가 왕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이니,
오성(吳城)이 빈 틈을 타 오나라를 치면 어찌 승리를 거두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자공의 말을 듣는 순간 월왕 구천(句踐)은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오는 듯했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자공(子貢)을 향해 두 번 절을 올렸다.
"하늘이 과인을 위해 선생을 보내주셨습니다. 선생의 말씀은 마치 죽은 사람을 살리고
백골(白骨)에 살이 돋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당장 선생의 가르침대로 실행하겠습니다."
구천(句踐)은 감사의 마음으로 황금 1백 일(鎰)과 보검 한 자루, 양마 두 마리를 선사했다.
그러나 자공(子貢)은 그것을 받지 않고 표연히 월(越)나라를 떠났다.
그는 다시 오왕 부차에게로 왔다.부차(夫差)는 결과가 궁금하여 물었다."어떻게 되었소?"
"월왕(越王)은 오나라에 대해 송구한 마음만 있을 뿐 보복할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조만간 사자를 보내어 왕의 의심을 풀어드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조했습니다."
부차는 기뻐하여 자공을 공관으로 보내 편히 쉬게 했다.닷새 뒤였다.
과연 월나라 대부 문종(文種)이 사신의 자격으로 오나라로 와 월왕 구천의 말을 전했다.
- 동해의 천신 구천(句踐)은 삼가 아룁니다. 듣자하니 왕께서 장차 대의(大義)를 일으켜
노(魯)나라를 구하고 제나라를 치려 하신다니, 천신 구천은 이에 일조하기 위해
친히 군사 3천 명을 이끌고 선봉에 설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문종을 통하여
보광검(步光劍)과 명장 굴로(屈盧)가 만든 창, 그리고 갑옷 20벌을 먼저 보내드리는 바입니다.
부차(夫差)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자공을 불러 다시 한 번 노고를 치하한 후 물었다.
"월왕(越王)은 참으로 신의가 있는 사람이오. 그가 친히 과인을 따라 제(齊)나라 정벌에
나서겠다고 하는데, 선생께서는 이 일을 어찌 생각하시오?"
자공(子貢)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것은 안 됩니다. 남의 나라 군대를 쓰면서
그 임금까지 부리는 것은 불의(不義)입니다. 왕께서는 그가 보내는 예물과 응원군만 받으실 뿐,
월왕이 오는 것은 사양하십시오."부차(夫差)는 자공이 시키는 대로 문종을 통해 말했다.
- 월왕이 굳이 따라나설 필요는 없소.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자공(子貢)은 비로소 느긋한 마음으로본국인 노(魯)나라로 돌아갔다.
그 무렵, 오자서(伍子胥)는 거의 궁을 출입하지 않고 있었다.
오왕 부차도 그를 부르지 않았고, 오자서 또한 궁에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은퇴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런 중에 오왕 부차(夫差)가 전군을 일으켜 제나라를 정벌하러
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아연실색했다.'이를 만류하지 않으면 오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그는 궁으로 달려가 부차를 향해 절규하듯 외쳤다.
"월(越)나라를 놔두고 제나라를 치려 하신다니, 이게 웬말입니까? 월나라는 우리 오(吳)나라에
있어서 쉽게 다스릴 수 없는 병과 같고, 제(齊)나라는 그저 부스럼 정도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제나라는 천 리 먼 곳에 떨어져 있으며, 우리 나라는 지금 기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그 곳까지의 군량을 무슨 수로 대려 하십니까?"입만 열었다 하면 반대요,
토월론(討越論)을 주장하니 부차로서는 오자서의 이름을 듣는 것조차 불쾌해했다.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중얼거렸다."요망하구나. 어찌 군사를 내기도 전에 불길한 소리만
지껄이는가. 저 늙은 것을 어떻게 하면 죽일 수 있을까?"
태재 백비(伯嚭)가 그 말을 듣고 나지막히 속삭였다.
"오자서는 선왕 때부터 지내온 노신입니다.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됩니다.
차라리 그를 제(齊)나라에 사신으로 보내어 선전문(宣戰文)을 전달하도록 하십시오.
그러면 제나라는 분노하여 반드시 오자서(伍子胥)를 죽일 것입니다."
"남의 칼을 빌려 소를 잡자는 말이구려. 그것 참 좋은 계책이오."
부차의 허락이 떨어지자 백비(伯嚭)는 선전문을 작성했다.
제나라의 화를 돋우기 위한 것이라 격렬한 문투로 제간공을 욕했다.
부차(夫差)는 오자서를 불러 명했다."경(卿)이 가서 제나라에 이 선전문을 전하고 오시오."
오자서(伍子胥)는 오나라가 망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자신이야 오나라와 함께 생을 마쳐도 상관없으나 자식들의 앞날이 걱정이었다.
그는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심하다 마침내 아들 오봉(伍封)을 대동하고
제나라를 향해 길을 떠났다.'대(代)를 끊어지게 할 수는 없다.'지난날 오나라가 제나라와
교류를 통할 때 오자서(伍子胥)는 포식의 아버지 포목(鮑牧)과 친분을 맺은 바 있었다.
오자서(伍子胥)는 임치성에 당도하자마자 제나라 대부 포식부터 찾아갔다.
포식(鮑息)이 놀라서 물었다."재상께서 저희 집에 웬일이십니까?"
"그대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어 왔소이다. 내 자식을 부탁하니 그대는 이 아이를
동생처럼 잘 돌봐주시오."포식(鮑息)은 오자서의 뜻을 짐작했다."삼가 호걸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오자서(伍子胥)가 아들 오봉을 불러 말했다."너는 이제부터 이분을 형님으로 모시도록 해라.
그리고 이후 성(姓)을 왕손씨(王孫氏)로 바꾸어 행세하도록 하라. 오씨(伍氏)는
이제 없어졌다고 생각해라."
그랬다.오자서(伍子胥)는 그때 이미 자신의 종말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그리하여 아들 오봉(伍封)을 제나라 땅에 남겨놓고
자신은 미련 없이 남은 생명을 불태우리라 결심했던 것이다.
'내일이면 죽는다. 설사 살아 돌아간들 오왕(伍王)은 내게 죽음을 내릴 것이다.'
그는 불현듯 손무(孫武)를 떠올렸다.'아, 그는 선견지명이 있었구나.'그러나 후회는 없었다.
어차피 사람마다 갈 길이 다르지 않던가.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다.
아무 미련도, 아무 두려움도 일지 않았다.오봉(伍封)도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짐작했던 것일까.
눈물을 뿌리며 오자서에게 절을 올렸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인사였다.
한 씨족이 사라져감을 고하는 의식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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