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이응로미술관에 가면
우리나라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응노가 파리 유학시절에 만나 서로 교류하며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조각과에 입학한 김윤신은
이응노화백이 조각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으로 나뭇조각을 깎고 다듬는 기법을 배우기도 했다고 하니
이곳에서의 김윤신작가의 작품전은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작가의 파리 유학 초기 작품과
아르헨티나에서 작업한 작품 대다수를 만날 수 있다
어느 매체의 인터뷰를 보니
작가는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이후 남미의 풍요로움과 다채로운 나무에 반해 그곳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극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작품하기에 적합한 질좋은 나무를 찾아 아르헨티나로 훌쩍 떠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김윤신은 자신의 예술세계 근간을 이렇게 표현한다
'합이합일분이분일(合二合一分二分一)'
동양철학적인 이 단어는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며 그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 또 다른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조각의 과정이 나무에 자신의 정신을 더하고 공간을 나누어가며 온전한 하나가 되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낯선 나라에서 나무를 만나 가르고 다듬고 조각내는 일을 무수히 반복하면서
어쩜 작가는 구도자의 길을 걸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무를 쪼개고 합하면서 동양철학적 구도자로 살아온 흔적이
작품마다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꾸만 합하고 나누는 작가의 행위에 감정이입을 하며 눈을 크게 뜨고 보게 된
유화작품 <내 영혼의 노래>
회화작품도 나무를 닮은 것 같이 느껴진다
<노래하는 나무> 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 앞에서는
노래를 들어보려고 귀를 쫑긋!
어디에서 노래가 나올까 한참 기다려봤다
이 공간에 좀 더 오래 머물면 은은히 읊조리듯 노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