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를 출발해 상하이를 거쳐 인천으로 돌아오며>
오늘은 아침 3시30분에 일어나 출발준비를 했다. 프런트로 내려와 체크아웃하고, 택시2대로 숙소를 출발(04:30)해서 청두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해 큰 배낭을 붙이고, 안으로 들어가 상하이(上海) 푸동공항으로 가는 국내선을 타고 출발(07:00)했다. 아침이라 공중에서 내려다 본 쓰촨성은 구름에 많이 가려 있었다.
청두에서 상하이까지는 같은 중국이라 국내선을 탔음에도 3시간이나 걸렸다. 운영자는 이번여행에서 마지막으로 상하이 푸동공항에서 맥도날드 커피를 한잔씩 사주었다. 여기에서 1명은 집이 부산이라 곧바로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하므로 일행과 헤어졌다. 이제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행은 운영자를 포함해서 6명뿐이었다.
일행은 상하이 푸동공항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로 갈아타고 출발(중국시간 12:15)해 인천으로 향했다. 마침 점심시간이기 때문인지 상하이 푸동을 출발한지 1시간이 채 안되어 기내식이 나와서 배고픈 김에 그릇을 모두 비웠다. 그리고 눈을 감고 이번여행을 회상해 보았다.
중국은 면적이 960만㎢로 세계에서 러시아, 캐나다, 미국 다음으로 네 번째로 넓어, 우리 남북을 합친 것보다 약47배 이상 크다. 인구는 약14억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중국은 현재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여서 호적상으로 어떤 민족에 속하는지 기록돼 있다. 이중 한족(漢族)이 인구의 92%를 차지하며, 그 이외의 8%인 약1억 명이 소수민족으로 구성돼있다.
그동안 잠잠했던 중국이 얼마 전부터 다시 세상에 얼굴을 내밀며, 그들의 입김이 세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향한 “사드보복”도 이의 한 예일 것이다. 이번여행을 가서도 확인한 것이지만, 예전의 중국이라면 거리에 몰아치는 자전거의 물결을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그 때와 아주 달랐다. 대도시는 도로가 전보다 아주 넓고 좋아졌어도, 교통체증은 끝이지 않았다. 길거리를 달리는 차들을 보아도 선진국에 비해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 뿐만 아니라, 이번에 여행한 산간벽지인 오지의 험한 설산 옆에도 꾸불꾸불한 도로가 있어 여행하기 어렵던 시절은 옛이야기다. 새로운 도로가 개설되거나, 터널이 뚫려 전보다 안전하며 시간도 엄청 적게 걸린다. 지금도 운남성과 사천성 오지인 차마고도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도로공사를 하고 있었다.
여하튼 이번 동 티베트를 33일간 여행하면서 느꼈던 점 몇 가지를 적어 보고자 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느낌과 소견이므로 읽는 사람과 다른 점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첫째, 이족자치현에 있는 스린(石林)에서 구내환경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이족 전통 민족 옷을 입은 여자들이었다. 중국은 남녀평등사상이 강해 여자들이 직장을 가지고 일을 많이 하고 있었다. 우리도 전보다는 맞벌이하는 가정이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 중국과 비교할 수 없었다.
둘째, 주상(九鄕)은 엄청난 규모와 신비함을 갖추고 있는 동굴이었다. 우리에게는 제주, 삼척, 단양, 평창, 등에 동굴이 있어도, 규모나 내용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은 땅이 넓어서인지, 하늘이 빚어낸 자연현상도 크고 멋진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운남성(윈난성)은 26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어,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운남민족촌은 한자리에서 여러 민족의 생활을 볼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 그들의 생활상이나 주거 등을 시간이 없어 다 둘러보지는 못하고 반 정도 돌아보았다. 이곳은 소수민족의 생활상을 축약해 놓은 테마파크였고, 우리도 시간이 짧은 것을 실감했다. 하지만 그들의 전통복장과 생활용구 및 주거형태 등을 볼 수 있어 단편적이나마 소수민족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어 매우 좋았다.
넷째, 룽먼(龍門)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 쿤밍시가지와 덴츠(湖水)를 보게 만든 것은 관광객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기쁘고 즐거웠다. 아무리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해도 2대에 걸쳐 73년 동안 이곳으로 내려오는 동굴과 돌을 쪼아서 계단을 만든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중국인다운 생각과 행동이 아니었을까.
다섯째, 리장 구청(麗江 古城)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명, 청시대의 건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걸어 다니는 좁은 골목과 물길이 그물망처럼 엮어져 있고, 그 옆에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우리도 옛날에 선대들이 살았던 초가집, 너와집, 돌집 등을 잘사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슬레이트나 함석 및 기와로 바꾸었는데, 지금으로서는 어느 것이 더 좋았을 것인지 잘 모르겠다.
여섯째, 위룽쉐산(옥룡설산) 마오뉴핑(모우평) 리프트승차장까지 30분 이상 차를 타고 가는 길의 버스에는 달랑 나 혼자만 탔고, 관광객이 나 외에는 아무도 없는데 리프트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마오뉴핑 승하차장에는 관광객의 사고예방과 안전을 위해서 사람이 근무하고 있었다. 만약 여기가 공산주의체제가 아니고 자유주의체제라면 벌써 무슨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일곱째, 호도협을 트레킹 하던 중 급경사의 좁은 돌길을 걸을 때, 이 길을 오가던 “마방”이 생각났다. “말몰이꾼”이 말(노새)에 차(茶)를 가득 싣고, 보통 4~12마리의 말과 짐을 돌보면서 가는 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겨우 작은 배낭 하나만 메고 가는데도 발을 잘못 놓아 아래로 떨어 질까봐 가슴 졸이며 걸었다. 그들은 지금처럼 길이 좋지 않고, 숙소와 먹을 것 및 입을 것도 시원치 않은 상태에서 말이나 노새 여러 필을 몰고 갔으니 할 말이 없었다.
여덟째, 호도협(虎跳峽), 취얼산(雀兒山), 아라설산(亞羅雪山) 및 딴빠(丹巴)로 가면서 관광객이 휴식을 취하는 곳은 대부분 전망대가 있었다. 이곳은 설산이 보이거나 주위풍경이 좋은 곳이다. 이런 곳에는 어김없이 약삭빠른 상인들이 있었다. 전망대가 있는 곳에는 음료수나 지역 특산물을 파는 상인들이 있어, 관광객 중에서 그것을 사는 사람이 있었다.
아홉째, 동 티베트지역은 대부분 티베트장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들은 고산지대에서 목축을 하며 생을 유지하고 있다. 장족들은 거의 티베트불교를 믿기 때문에 한족과 종교, 문화, 종족 등이 다르다. 게다가 역사와 전통이 달라 이들은 오랫동안 토번왕국에서 살았다. 그 때문인지 티베트자치구와 동 티베트에 사는 장족들은 중국정부에서 특별히 많은 경찰을 배치해 주민들을 통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째, 동 티베트의 관광지들은 일반적으로 입장료가 너무 비쌌다. 중국정부는 서민들이 살기 편하게 일반 식사(20~40위엔)나 시내버스요금(1~2위엔) 등은 헐하게 책정하고, 사원이 아닌 관광지는 보통 50~240위엔으로 비쌌다. 관광 다니는 사람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많이 받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사람의 생활이 더 좋아질수록 문화생활비용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만70세 이상은 대부분의 관광지에서 무료였다.
열한째, 관광지 중의 하나인 각종 풍경구는 중국정부와 어떤 관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관리하는 곳에서 비싼 구내환경버스이용료를 받았다. 이런 곳은 모두 독점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우리처럼 개인 관광버스나 승용차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짧은 거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50~80위엔을 받았다. 이것은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 내는데, 거리에 비하여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둘째, 풍경구 관리청에서는 입장료와 구내환경버스이용료를 비싸게 받으면서도,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 풍경구 관광지라면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는 반드시 이정표를 세워, 그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헷갈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열셋째, 호도협, 매리설산의 신폭과 빙호, 쓰구낭산의 장평구와 해자구 같이 걸어가는 길에 사람과 말이 같이 다니는 곳은 분리해서 따로따로 다니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분리해서 관리하면 길이 덜 망가지고 말 분비물 등으로 지저분한 것이 없어져 트레킹 하는 사람들의 여건이 좋아지리라.
열넷째, 윈난성이나 쓰촨성 고지대인 설산부근에 사는 티베트장족들은 눈이 녹은 다음 초원에서 크는 동충하초를 많이 캐고 있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 취얼산 부근에만 이것을 캐는 사람들이 타고 온 수십 대의 오토바이가 길옆에 세워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돈을 벌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무분별하게 캐다가는 머지않아 씨가 없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이번여행을 회상하고 있는데, ‘곧 인천공항에 착륙할 것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이 비행기는 중국의 동방항공이지만, 인천으로 오는 것이라 우리말로도 방송해주었다. 일행(6명)은 인천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은 후, 서로 ‘즐거웠다는 인사’를 나누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향했다.
첫댓글 장시간에 걸쳐 글 올려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가보진 않았지만 풍경과동선이 그려집니다ᆞᆞ무더위에 건강 관리 잘 하시고요 다음 여행에 뵙기를 기대 합니다ᆞ감사 합니다 ^,^
추 페파님 감사합니다. 저의 글을 계속 읽으셨군요.
저도 다음 여행에 만나서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드려요.
소중하고 귀한 동티벳33일 여행기를 감명 깊이 잘 보았습니다.
감사드리며 중국여행시 교과서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늘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여행 바랍니다 ^*^
나무님도 저의 글을 계속 보셨네요. 고맙습니다.
글을 잘 쓰지는 못했지만 현장감을 살려 사실대로 쓰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야 그곳에 가려거나 알려고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백호 선생님 아주 상세하고 성의잇는 여행기 잘 봣습니다 앞으로 동티벳여행하는 이에게 귀한 자료가 될것 같아요~~
herb님은 저의 여행기를 쭉 보셨구만요. 고마워요.
잘 쓰지는 못했어도 제나름대로 소신껏 쓸려고 노력했어요.
대단하십니다. 33일간의 여행일정을 소화한 체력, 39회에 걸쳐 상세한 여행 후기... 매번 100명 이상의 회원이 백선생님의 글을 읽고 있는 것 같은데, 차마고도를 여행할 많은 회원님들께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다음에 다시 한번 같이 여행할 기회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
선사님 계속 고마워요. 저도 선사님과 같이 여행하기를 희망해요.
저는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진실되게 열심히 쓰려고 노력했어요.
이번에는 딴빠에서부터는 사진이 없어서 글만 올렸으나 사진을 찍기는 다 찍었었요.
여행을 하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마음이 더 급한 것은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하고 후기를 쓰는 것이었어요.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올리는 사람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다시 한 번 선사님이 저의 후기를 꼼꼼히 읽으신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고생 했습니다 덕분에 좋은글 잘봤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 하십시요!
야누스님 고맙습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항상 건강하시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함께 여행할 날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