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리면 문다 / 이성경
목욕을 시키거나 물기를 말릴 때는
어김없이 와락 고개를 돌려 손가락을 무는
버릇없는 녀석이지만
나가고 싶을 때나 뭔가를 먹고 싶으면
몸을 움츠렸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꼬리를 부채처럼 흔들어 대면
그 모습은 애교 많은 강아지와 같다.
나 건드리지 마!
건드리면 문다.
하면서 경고하듯이 고개를 살짝 내리깔고
눈을 흘기며 어떻게 하나 두고 보기도 하는
하는 짓은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악바리.
물지 않을 때는 물을 줄 때뿐이다.
간식을 줄 때도 한 개 먹고 멍하니 어딘가를
넋 놓고 바라보는데
그 순간 간식을 입에 대 주면 곧바로
물려고 덤비는 어이 없는 행동도 한다.
이제는 이 녀석도 나이가 중년을 바라보니
버릇을 고친다거나 습관을 만들어 주는
훈련을 하기에는 많이 늦은 감이 있어
그냥 그러려니 하며 지내고 있다.
그렇게 이 녀석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집.
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