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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을것이 없었다.
아무것도 잃을것이 없어서 무서운것도 없었다.
하루하루 먹고살만큼의 돈과
하늘 아래 내 몸뚱아리 하나 잘 수 있는 작은 공간만 있다면-
아니- 실지, 그런곳이 없다면 그저 죽어도 아깝지 않은
그런 인생이었다.
아랫도리를 펼치고 대주어도 수치스럽지 않았다.
아랫구멍을 팔아 윗 구멍을 먹이고
또 그 힘으로 다시 몸뚱이를 팔아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돈을 모을 필요도 없었다.
필요하면 굴리고 것마저 귀찮으면
그저 굶는수 밖에, 그러다보면
이것도 몸뚱이라고- 이것도 정신머리 박힌물건이라고
어찌나 창자에서 징징 목청을 울려대는지-
그제서야 소주한잔, 맥주한잔,
징한 돼지새끼들이 따라주는, 아니 먹여주고 재워주는
고마운 돼지님들이 따라주는 양주 두어잔 먹고 뻗은 척
또 훌러덩 벗어버리면 그만이었다.
아랫도리가 꽉 차고
윗도리마저 꽉 차는 그 기분은 글쎄-
이것이 다 돈이고, 이것이 다 인생이라 생각하면
그저 일할 수 밖에
그래도, 이런것도 인간이라고 가끔은
진한 아이라인 다 번지며 추하게 눈물 흘릴때도 있었지만
뭐
나는 그래도 행복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나름은 안락한 삶이었다.
변변치 않은 재산하나 물려주지 못하고
사실은 얼굴한번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어디서 죽어버렸을 부모가 낳아준 봐줄만한
몰골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품팔이를 하다보면
화이트셔츠를 입고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정직한 직업으로는 꿈도못꿀만한 돈도 어느정도 만질 수 있었고
허리죽지 한번 휘둘러주면
제대로 날개한번 치기도 전에 온갖것들로 기름지게
수작을 거는것들도 꽤 있어서
마음만 먹는다면 작은 가게 하나도 차릴 수 있을정도였으니.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그냥 저냥
사람모양새 같게, 퍽- 그렇지 않게 살아도 별 수 없지만
어찌됬건- 숨쉬며 목숨부지 하며 살다가
적당한 나이가 되서 조용히 아주 조용히 죽는것이
내 꿈이라면 작은 꿈이었다.
귀찮게 사랑하지도
귀찮게 이별하지도
귀찮게 그래서 슬퍼하지도 않는
지극히 단조로운 삶-
그것이 내 모토였는데
" 혜원씬 왜그렇게 살아요? "
그 모토가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해피엔드(Happy End) Written by J-Lyn
" 젠장, 이자식이 정말 "
" ...... "
" 미안해요, 친구녀석이 장난쳤나봐요. "
" 정말 장난이네요. 근데 어쩌죠.
그 어이없는 친구분이 모두 지불하고가셨는데.. "
" 술이라도, 한잔 할래요? "
" 그냥 솔직히 말해요, 바로 2차나 가자고 "
자신을 반기지 않는것에 짐짓 당황한 여자는
애써 태연한 척 하며 짜증스럽게 목소리 톤을 높였다.
혜원이란 이름의 여자.
간만에 두둑한 팁도 챙겼겠다. 한번 봉사하고자 들어온 방에는
왠 말쑥한 젊고 탄탄한 청년이 앉아있기에
실지, 늙은 돼지와 하룻밤 타는 것보다야 낫겠다는 생각에
속으론 나름 안도의 한숨을 쉬었었다.
" 하하- 글쎄, 난 별론데? 아가씨가 너무 미인이라
오늘 아가씨 붙잡고 놀았다간
심장마비로 골로갈것 같거든요 "
장난스러운 얼굴에 손가락을 갖다대더니
빙빙 돌리며 정말 골로갈것 같다고 말하는 남자를 보며
정말 미친것 아닌가- 잠시 생각하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어이없음에 픽- 하고 웃었다.
" 웃으니 훨씬 보기좋네- 술이나 한잔해요 "
" 나랑 하다가 송장된 사람은 없으니까 안심해요 "
" 오늘 내가 첫 송장이 되버리면 어떻해요 "
" 아 글쎄 그럴일 없다니까요!! "
" 어떻게 알아요, 오늘죽을지, 내일죽을지 모르는 놈 한테...... "
스트레잇잔을 훌러덩 목으로 넘긴 남자를 보며
따지려던 여자는, 후- 하고 한숨을 내질렀다.
말을 마친 남자의 눈이 너무 슬퍼보여서-
" 흠흠- 나 원래 이런거 잘 안묻는데, 대답해 줄거예요? "
" 뭐요? "
" 이름이 뭐예요? "
" 장준혁이요 "
.
.
.
" 우리 마담언니가 알면 큰일날 일이예요 "
" 뭐 별로 신경쓰는거 같지도 않더만 "
" 영화는 뭔 영화야 "
" 그래도 결국 이렇게 나왔잖아요. 자- 가요! "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남자를 만나도 남자가 아니었고,
실상 데이트다운 데이트 한번 해보지 못한 그녀였다.
" 정말 죽어요? "
" 네 "
" 정말 심장이 아파요? "
" 그렇다니까 "
" 언제죽어요 ? "
" 지금죽을수도 있고, 내일죽을수도 있고, 일주일뒤에 죽을수도
있고, 왜요ㅡ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 "
" ....... "
" 난 원래 언제죽어도 상관없는 놈이었어요 편하게 죽는게
내 인생 모토였죠 "
" 저랑 같네요 "
" 근데요, 갑자기 죽기싫어졌어요 "
"....왜요? "
" 혜원씨 때문에요 "
.....
....
..
"하아.......하아..
오피스텔안,
뜨거운 숨소리가 질퍽한 땀내와 함께 절묘한 하모니를 이뤘다.
준혁은 혜원의 블라우스를 살며시 벗기고, 누드빛의
브래지어를 막 벗기려던 찰나에, 깊은 한숨을 셨다.
" 미안해요..... "
" 뭐예요 "
" 미안...해요.....내가 잠시 미쳤나봐요... "
머리를 세차게 흔들던 준혁은 벗겨진 블라우스 단추를
한단한단 다시 매어주기 시작했다. 자신을
제어하지 못함에 자책하며 나온 친 그의 욕설에 혜원은 마름침을 꼴깍- 삼켰다..
두려웠다.
이 남자의 손길이
그런데 이상하게도 황홀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무런 댓가없는 이 곳에서
자신의 손으로 블라우스를 다시 열어재꼈다.
" 괜찮아요 "
" 혜원씨- "
" 나.. 괜찮을것 같아요, 아니- 괜찮아요 "
" 하지만 .... "
" 해줘요, 하고싶어요, "
귓볼을 타고 목선으로 내려와 쇄골, 가슴, 그리고 매끈한 곡선을
타고 그녀의 꽃잎까지 뜨겁게 애무했다.
혜원은 이제껏 받아보지 못한 황홀함에 뒷골이 서늘했다.
이대로 죽는다면 그것이 자신의 꿈이었다.
......
....
..
" 혜원씬 왜 그렇게 살아요? "
벌써 일주일째 함께하고있는 준혁과 혜원이었다.
돌아가면 마담의 뺨세례가 있을껀 뻔했다.
마이낑(선불)으로 해놓은 옷값도
제주인을 찾지도 못한채, 빚으로만 쌓여가고 있을게 분명했다.
그것이 이 세계였다.
" 난 혜원씨가 이렇게 사는게 싫어요 "
" 언제죽을지 모르는 당신 걱정이나 하세요 "
아침햇살에 눈이 부신 듯 미간을 좁히며 준혁의
품에서 일어난 혜원은 잠깐 눈을 흘기더니
다시 품속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 돈이 필요한거예요? "
" ....왜요? 대줄거예요? "
" 나야, 뭐 이제 필요도 없고, 얼마 되진 않지만 "
" 그만해요, 나 정말, 기분나빠지려해 "
" 진심이예요. 정말 내 애인이었음 콱 쥐어박아서라도
말렸을텐데...!! "
정말 쥐어박기라도 할듯한 제스처에 혜원은
문득 가슴이 저렸다.
뭔가 엮이는 기분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정.
그를 만나고부터는 어느덧 살고싶어졌다.
그리고 그를 살리고싶어졌다.
사랑도하고, 이별도 하고, 그래-
사람답게.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을 앙- 다물고 있는 혜원이 준혁의 이마에 살며시 키스했다.
" 그럼, 내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
" 뭔데요? "
" ... 살아줘요 "
....
...
..
일주일이 더 지났다.
이젠 제법 헬쓱해진 준혁을 보는것도 혜원에겐 고통이었다.
벗어나고 싶었다. 차라리, 자신에게 안겨드는
모습을 보고싶었다.
" 괜찮아요...? "
" 방에...방에들어가있어요 "
" 문좀 열어봐요...!! 뭐 어떻다고 이러는거야 정말... "
" 들어가있어요!!! 제발!!! "
화장실이 잠잠하다.
물을 내리는 소리와 함께 곧 나오는 그의 헬쓱한
얼굴을 보면서 혜원은 가슴이 터질듯 했다.
준혁은 혜원의 품에 머리를 묻었다.
" 살고......싶어요 "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준혁의 머리위에 한방울, 두방울, 흘러내리는것이
부디 자신의 눈물이 아니기를-
심장이 달아올랐다
뜨겁게 타오르는 눈에서 무언가 떨어질때 마다
혜원은 자신의 차갑지 못한 심장을 탓했다-
조금만 더 잔인했다면
이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자신이 원한것은 이런결말이 아니었는데
" 돈 있다면서요, 왜 병원안가요? "
" 어차피 죽는데 왜가요 "
" 그런게 어딨어요!! 나보곤 열심히 살라면서요!! "
" ...나 죽으면 열심히 살아요 "
" 준혁씨!!! "
" 통장, 보험, 나 죽으면 얼마안되지만
그래도 새로 시작하는데 보탬은 될거예요 "
" ....장난...해요? "
" 송장치우는데 돈쓰는건 아깝잖아요 "
" .....그 돈으로........그돈을...나 쓰라구요? "
혜원은 더 뜨겁게 흘러내리는 이것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부정하고 싶었다.
준혁은 혜원의 허리를 좀 더 꽉 잡았다.
실지, 실은,,,,살고싶다고-
너와 함께 더 살고싶노라고 말하고 싶었다-
" ......병원비는 아까워요. 대신 열심히 살아줘요 "
" 미친거야....미쳤어요? "
" 겨울바다...가본적 있어요? "
" ... "
" 바다가요 "
" 이 몸으로 어떻게 가요.. "
" 바다가요..우리.. "
" ... "
" 지금 한숨자고, 바다가요 우리... "
" .....잠들지 말아요 준혁씨 "
" 한숨만 잘게요. 내일은 꼭 바다가야해요... "
자신의 품으로 깊게 파고드는 준혁을 밀어내며 혜원은
다짐이라도 받듯 계속해서 말을걸었다.
" 일어나요.. "
" 잠..시만요 "
" 내 이름 뭔줄 알죠..? "
" 하하...내가 바보예요? 혜원씨죠...문혜원 "
" 내 생일은 7월 8일이예요. 여름에 태어났어요 "
" ......난 겨울에 태어났어요 "
" 잠들지 말아요 준혁씨, 나랑계속 이야기해요 "
" ....얘기해요, 들어줄테니 "
" 난...있죠......있죠...그러니까....사랑해요 "
" 나두요 "
" 그러니까...그러니까..죽지마요 "
" ...안...죽어요 "
" 잠들지 말아요......제발. 잠들지마.. "
" 한숨만 자고 일어...나서...바다가요 "
" 준혁씨 있잖아요 난 죽고싶었어요 "
" .... "
" 준혁씨 만나기 전까진 살아도 산게 아니었다구요 "
" ..... "
" 준혁씨랑 함께하는동안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줄 알아요? "
"... "
혜원은 자신의 눈물로 질퍽하게 젖은 준혁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지 못했다.
3시간이 지나고,
4시간이 지나고
5시간이 지나고...
꼬박 그렇게.........하루가 지나도
준혁은 일어나지 않았다.
....
...
..
.
" 준혁씨 죽으면 나도 죽을거야 "
" 그런게 어딨어요 "
" 내가 행복하게 죽었으면 좋겠어요
아님 끈덕지게 살았으면 좋게어요? "
" ...... "
" 왜 대답이 없어요.. "
" 혜원씨 "
" 네.. "
.
.
.
"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
첫댓글 슬퍼요ㅠㅠ결국준혁씨는혜원씨를살리고간거나마찬가지네요!ㅜㅜ잘봤습니다!
와! 저의 굶주린 리플배를 처음으로 채워주신분 ♥ 감사합니다!
ㅠㅠ디게슬퍼요 멋있는준혁씨 ㅋㅋ ㅠ
와~ 감사합니다 ^^
흑.. 이거 너무 슬퍼요~
잔잔하게 읽혀졌으면 했어요! 감사합니다 ^^
아 슬퍼요!!!!!!!!!!!!!!!!!!!!ㅠㅠㅠ준혁이랑 혜원이 잘됐으면좋겠다!!!!ㅠㅠㅠ혜원이도 새로운 삶살고....잘보고가요!!!
감사합니다^^
준혁이 불쌍해요ㅜㅜ 혜원이는 살았겠죠? 번외가 있음 좋겠지만... 쓸 게 없나;;; 잘 읽고 가요^^
촉박하게쓰고 막 올린거라, 저도 다듬어서 번외를 쓰고싶지만..........ㅜㅜ 감사합니다^^
슬퍼요 ㅠㅠ 준혁이 너무 멋있어요 ㅠㅠ
감사합니다^^
아 슬퍼도 왠만하면 눈줄 잘 안나는데..ㅠㅠ 눈물이 찔끔 나도록 슬프네요 ㅜ
쓰면서도 감정이잡히긴할까? 하며 고민했었답니다ㅜ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