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Set Me Free, 2014)
드라마
김태용 감독 작품
-03-
-원장 모(이민아): 집에서 뭐래?
-영재(최우식): 별 말씀 없으세요.
-원장 모: 아버지는?
-영재: 제가 여기 오기 전보다 집이 더 엉망이 되었더라고요.
아빠는 아파서 누워계시고, 어머니는 집에 계시지도 않고...
-원장 모: 영재가 우리가 너 이뻐하는 거 알지? 니가 이쁜 짓도 잘하구...
근데 우리도 참 곤란하다. 하...
-영재: 엄마, 아빠. 제가 꼭 신부님 될게요.
신부님 돼서 엄마, 아빠 키워주신 은혜 꼭 갚을게요.
저 대학교도 가고 싶고요. 저 사람처럼 살고 싶어요!
집에 돌아가게 되면 저 진짜 어떻게 될지 몰라요!
-원장 부(강신철): 야 ㅋㅋ 너 지금 우리 협박하냐?
-영재: 아니요. 그건 아니고...
-원장 부: 알겠고. 성당 가서 잘 얘기해 볼 테니까 성당 가서 더 잘해. 알겠니?
창고에 기웃거리지만 이내 그냥 돌아서는 영재.
-범태(신재하): 야!
뭘 그렇게 놀라냐? 서운하게...
-영재: 어쩐일로?
-범태: 야, 몇 년을 같은 방에서 지냈는데 친구가 죽었나 살았나 궁금하지도 않냐?
얘기 좀 할 수 있어? 잠깐이면 돼.
-영재: 나 학교 가야 되는데...
-범태: 별일 없지...?
-영재: 어...
-범태: 영재야, 나 부탁이 있는데.
원장이 너 되게 좋아하잖아. 니가 해달라는 건 막 다 해주고.
저기, 니가 얘기 좀 잘 해주면 안 될까?
나가살 데 구할 떄까지만 한 몇 달만 살게 해달라고. 응?
영재야, 부탁 좀 하자...
-영재: 왠만하면 도와주고 싶은데, 미안하다.
-범태: 왜? 안 돼?
-영재: 근데 범태야, 너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알면서 그러는 거야?
-영재: 야.... 너 진짜 뻔뻔하다.
니가 사고치는 바람에 나도 쫓겨날 판이야. 겨우겨우 입 닥치고 살고 있구만...!
이게 다 누구 떄문인데 ㅋㅋ
뭐? 다시 들어오게 해달라고? 니가 나 책임질 거야?
-범태: 개새끼...
-영재: 누가 누구 보고 개새끼래.
니 인생 니가 알아서 해.
같은 처지끼리 누가 누구 보고 도와달라는 거야. 병신이.
아휴, 간다. 야, 앞으로 찾아오지 마.
성가를 부르는 중에 보좌신부를 찾아와 대화하는 원장 부부.
-영재: 신부님!
-보좌신부: 어어, 영재, 요한아! 자꾸 헷갈린다 ㅋㅋㅋ
너 집에 갔다왔다며? 부모님은 잘 계셔?
-영재: 네... 저, 신부님. 저희 원장님이 신부님한테 뭐라고 하셨어요?
아까 미사 때 말씀 나누시는 거 같길래...
-보좌신부: 어, 후원금 때문에.
왜? 너 뭐 원장님한테 잘못한 거 있구나?
-보좌신부: 음... 근데 영재야. 너 정말 신부님 될 생각 있어? 신부님한테만 얘기해 봐.
-영재: 네! 저 정말 거짓말 아니에요.
-보좌신부: 혹시나 너는 싫은데 원장님이 떠밀어서 너 고생하나 싶어서.
너한테 큰 확신이 없는 거면 집에 다시 돌아가서 부모님...
-영재: 안 돼요.
-영재: 저 집에 돌아가면 안 돼요.
집에 가면요. 저 책임져줄 사람도 없고요.
집 구석이 싫어서 밖에서 떠돌다가 나쁜 친구들한테 술담배 배워서 소년원 들락날락거리고
그러다 길바닥에서 신문지나 주우면서 평생 살겠죠!
신부님, 제가 그렇게 살길 바라세요?
-보좌신부: 아니... 난 그런 게 아니라.
-영재: 도와주세요. 저 신부 꼭 돼야 돼요.
저도 신부님처럼 정말 훌륭한 신부님 되고 싶어요.
부탁이에요. 한 번만 도와주세요.
-영재: 저 신부님만 믿고 저 먼저 돌아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보좌신부: 어, 영재야!
여기는, 내가 아까 얘기한 요한이라는 친구.
-윤미(박주희): 니가 요한이구나. 네 얘기 많이 들었어.
근데 진짜 이름도 요한이야?
-영재: 아뇨. 영잰데, 사람들이 요한이라고 불러요.
-윤미: 암튼 반가워. 내 이름은 이윤미라고 해.
-보좌신부: (윤미가) 봉사활동 같은 걸 하고 싶다고 원장님께 말씀드렸더니 니 얘길 하더라구.
이게 성당만 열심히 다닌다고 되는 게 아니야. 공부도 열심히 해야돼.
누나 이쁘다고 딴 맘 품으면 안 돼~ 알지?ㅋㅋㅋ
-윤미: 그냥 일반 가정집이랑 똑같네요.
-원장 모: 요즘 세상 많이 좋아졌죠.
밖에다 시설이라고 떡하니 붙여놓으면 애들 들락날락하기 겁내하기도 하고, 소문하구...
시설로 전환하면 보조금도 훨씬 많이 받고 좋기도 한데, 우린 애들때문에 이러고 살아요.
-보좌신부: 얘기 들어보니까 우리 본당에서 신학생 나온 지 꽤 오래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영재한테 거는 기대가 아주 크세요.
-원장 부: 근데, 실업계 애들도 신학교 들어갈 수 있나요, 신부님?
그렇다고 실업계에서도 좋은 성적은 아니라.
-보좌신부: 제가 영재 성적은 잘 모르지만 지금부터라도 악착 같이 했으면 해서
이 녀석한테 부탁을 했어요.
-윤미: 이런 데 처음 와 보지?
엄마가 돈 꾸역꾸역 모아서 차린 식당인데, 택시 기사 아저씨 가끔 말고는 손님이 없어.
전쟁통도 아니고 누가 이런 데 밥 먹으러 오고 싶겠냐고~
-윤미 모: 저 년 말하는 꼬라지 좀 봐!
아, 손님이 왜 없어!
그럼 니 학비는? 그래, 땅 팠더니 석유가 콸콸 쏟아지더라! 에이구~
-윤미 모: 근데 이 잘생긴 총각은 누구신가?
얼레얼레, 너도 요즘 지지바라고 연하 끼고 댕기는 거여?
-윤미: 아냐, 그런 거! 얘 고등학생이야.
신부님 소개로 가르치게 된 학생이야. 원래는 영잰데 요한이라고 불러.
-윤미 모: 그 짝에는 꼭 그렇게 닉네임을 써야하는겨?
-영재: 아니, 그게 아니구요 ㅎㅎ 세례명이에요.
-윤미: 닉네임이 뭐냐 ㅋㅋ 성당 좀 나가라!
-윤미 모: 성당 나가면 돈이 나오냐 뭐가 나오냐?
테레비 보니까 떡도 요매난 거 주더라!
-윤미: 알아서 먹게 냅둬. 체하겠다~
-윤미 모: 총각, 내가 불편해?
-영재: 아뇨, 아뇨 ㅋㅋㅋ
-윤미 모: 앞으로 밥 먹으러 자주 와. 매일 와도 돼.
사람이 밥 한 끼만 잘 먹어도 생각이 달라지는 거여. 알겠지?
-민재(장유상): 형!
민재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영재.
-영재: 야.
따라와.
-영재: 어떻게 알고 왔어?
-민재: 아빠가 가르쳐 줬어.
-영재: 여기 얼씬도 하지 말랬지.
-민재: 아빠가 이거 갖다주는 척하면서 거기 어떤지 보고 오라고 그랬어.
난 안 간다고, 안 간다고 그랬는데 아빠 고집 알잖아...
-영재: 하, 진짜 미치겠다.
-영재: 좋은 데서 자고, 좋은 거 먹고 그런 게 다 좋은 게 아니야, 알아?
있는 놈들이 다 갖다 버린 거야. 다.
-민재: 다신 안 올게. 미안해.
난 미우나 고우나 아빠랑 엄마랑 살지만 형은 아니잖아. 미안해.
-영재: 진짜 죽겠다.......
첫댓글 진짜 먹먹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