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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과 심령과학
심령과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후 세계를 규명하는 작업이다. 심령과학은 1848년 3월 31일 미국 뉴욕의 하이즈빌 사건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1851년 영국 게임브리지 대학 안에 <망령학회(亡靈學會)>가 성립, 뒤이어 옥스퍼드 대학에 <현상학회(現相學會)>가 설립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1882년 영국심령연구회(SPR)라는 거대한 조직체로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심령과학에서는 영매를 통하여 영계(사후의 세계)에 있는 영을 불러낸다. 하여 영매의 입을 통하여 영계의 일들을 시킨다. 이때 영매란 생자와 사자의 중간에 선 자라는 뜻이다.
심령과학이 지금까지 개척한 중요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사후의 세계에 관한 부분
사후의 세계는 유계(幽界: 다시 칠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영계(靈界), 신계(神界)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불교의 삼계설을 가져온다. 심령과학이여, 참조하기 바란다.
욕계(欲界) 6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욕망의 세계, 행동의 세계.
색계(色界) 18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정의 세계.
무색계(無色界) 4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느낌의 세계.
무색계의 맨 마지막 층, <비상비비상천(非想非非想天)>은 우리로서는 도저히 생각도 할 수 없이 완전하고 영원한 세계라 한다. 욕계 제일층은 <사왕천(四王天)>으로서, 인간의 100년이 여기의 하룻밤 하룻날이라 한다. 사왕천에서부터 한 층 한 층 올라가면서 인간의 시간으로 보면 제곱한다. 즉, 제2층 도리천의 하루는 인간의 200년, 제3층 야마천의 하루는 인간의 300년 식으로, 또한 이들은 모두 오신통(五神通)이 있다고 한다.
① 천안통(天眼通): 거리와 물질에 구애받지 않고 보는 능력.
② 천이통(天耳通): 거리와 물질에 구애받지 않고 들을 수 있는 능력.
③ 타심통(他心通): 남의 마음 움직임을 다 아는 능력.
④ 숙명통(宿命通): 자신과 남의 전생을 다 아는 능력.
⑤ 신족통(神足通): 지신이 돌이나 꽃, 물 따위로 자유자재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을 심령과학에서의 영능자(靈能者)들의 주관적 심령현상과 견주어 보자. 영능자들의 주관적 심령현상에는 다음 것들이 있다.
① 영시(靈視, 천리안): 천안통의 일부
② 영언(靈言, 영청): 천이통의 일부
③ 정신감응 현상: 타심통의 기초 단계.
④ 전세를 아는 힘: 숙명통의 한 가지.
⑤ 엑토플라즘 현상: 신족통의 초보 단계.
엑토플라즘이란 유령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로서 영매의 몸에서 분출되기도 한다. 엑토플라즘은 그리스어의 <엑토플라즈마>에서 왔다. 무형의 것에 형체를 부여하는 원형질이라는 뜻이다. 즉, 엑토플라즘은 무형의 영이 물질적 심령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엑토플라즘은 시시로 다양하게 변화한다. 어떤 때는 고체의 상태로서 막대기처럼 딱딱해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액체로서 말할 수 없이 보들보들하게 되는가 하면, 또 어느 때는기체의 상태가 되어 잡으면 그럴수록 멀리 가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광선에는 약하다. 광선을 쬐면 금새 시들어 버린다.
2. 사후의 현상
사후의 세계를 있게 하는 주체는 무엇인가. [이 문제 대해서 심령과학은 꿀먹은 벌이다. 그러나 유식론(唯識論)은 사후의 세계를 대낮같이 밝히고 있다. 지면 관계로 살짝 스치기만 하고 지나가려 한다.]
그것은 육체의 주체인 아뢰야식이다. 아뢰야식(마음)이 일단 육체를 벗어나게 되면 생전의 행동(業, 카르마), 그로 인한 영향으로 하여 후생을 결정한다. 후생을 결정하기까지는 중유현상(中有現象: 생전과 사후의 중간에 머무는 기간)으로 있으면서 아뢰야식 본래의 능력인 천리안을 구비하게 된다. 그 천리안은 업과 더불어 자신의 태어날 곳(生處)을 선택하게 된다.
3. 거짓말 탐지기에 의한 식물의 감정실험
이 실험은 1966년 2월 빅스터씨에 의해서 실시되었다. 사용기구는 거짓말 탐지기, 대상은 선인장. 선인장에 물을 주었을 때 그래프에 인간의 반응곡선과 흡사한 선이 나타났다. 인간의 감정혼란을 일으켰을 때와 비슷했다.
“선인장도 감정이 있단 말인가.” 선인장을 산 채로 태우면 어떤 그래프가 나타날까?“ 박스터씨가 이렇게 생각했을 때 탐지기의 바늘이 요동, 바늘이 그려낸 그래프는 인간의 <공포반응>과 같았다. 이런 현상은 다른 식물에도 나타났다. 심지어 박테리아, 혈액, 정충까지도 이 반응을 보였다.
기억력 실험에 있어서는, 여섯 명의 남자가 많은 화분이 있는 방에 차례로 들어갔다 나온다. 그 중 한 사람이 화분 한 개를 뒤엎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놓고 나온다. 그러면 누가 어느 화분을 뒤덮었는지 알 수는 없다. 이런 다음 식물에 탐지기를 연결, 6명의 남자를 다시 들여보낸다. 화분을 뒤엎은 범인이 들어서자 뒤엎었던 화분의 탐지기 그래프는 인간이 화가 났을 때, 증오심을 품었을 때처럼 진동하기 시작했다.
① 식물(植物, 無情)과 동물(動物, 有情)등에 모두 불성(佛性)이 있다. - [열반경]
② 불성은 미(迷)한 상태가 되어 인간의 영(靈)에서 동물의 영으로 전락한다. 마침내는 명계(冥界)를 헤매다가 그 명계의 갚음이 다하면 다시 식물의 영이 된다. - [능엄경]
③ 삼라만상, 풀(草), 나무(木), 토지가 모두 부처가 된다. (森羅萬象 草木國土 悉皆成佛) - [선어록]
4. 전생에 대한 탐험
이 실험은 최면술에 의한 기억의 역행으로 시작된다. 한때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였던 책, [브라이디 머피의 수색]은 이같은 최면 실험의 기록이었다. 저자 몰리 번스타인은 이 책에서 1923년 밀즈 레몬 부인에게 최면술을 시술, 결과 그의 전생은 아일런드 태생 브라이더 머피 부인임을 알았다. 레몬 부인이 말한 브라이디 머피 부인의 기억을 조사한 결과 모든게 일치했다. 이 진술 내용은 [시카고 데일리 뉴스]지 기자가 현지 조사함으로써 더한층 명백한 것이 되었다.
이런 실험은 19세기 말 이탈리아 제노바 대학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이래 수천의 실험을 통해 피술자의 전생을 확인했다.
다만 사람이 동물로, 동물이 사람으로 태어나는 경우가 없다고 심령과학에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적인 명상은 사람이 동물로, 동물이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전환을 인정하고 있다. 이것을 윤회전생(輪廻轉生)이라 한다.
5. 심령사진의 개발
1816년 미국 보스턴시의 사진사 머플러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뒤이어 1872년 허든슨이 영국에서 심령 사진 촬영에 성공, 영국의 월리암 호프(1863-1933)는 가장 유명한 심령 사진사였다. 약 1만 장의 심령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결과 사람에게는 누구나 배후령(보호령)이 있음을 알아냈다.
심령 사진의 원리는 영매의 몸에서 나오는 엑토플라즘에 의한 물질화 현상이 사진사, 찍히는 자, 또는 카메라 내부에 영상을 이루어 필름에 감광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한 생각만으로도 심령 사진은 가능하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1910년, 당시 동경제대 심리학 교수였던 후쿠라이 박사가 투시 실험 중에 발견한 것이다. 이것은 1928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학회에 발표되었다. 이것을 염사(念寫)라 한다. 염사의 정체는 아직 미지수다. 아이젠바드 교수의 가설은 다만 이렇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전자의 발생이라 이해되며, 그것은 사고의 물질화된 모습이다."
이와 비슷한 것에 <사이코카이니시스>가 있다. 생각만으로 물질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년 전 필자도 경험한 바 있다. 그때 필자는 어떤 두 살 연하의 소녀와 서로 그리워하고 있었다. 어느 날 새벽 필자는 세수를 한 다음 단정히 앉았다. 생각으로 그 소녀의 집을 찾아갔다. 소녀의 방문을 두드렸다. 소녀를 부르다가 돌아왔다. 아침, 소녀가 필자에게 왔다. 소녀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참 이상한 일도 있네요. 나는 새벽에 안 일어납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말입니다. 문득 깨어 보니 내가 앉아 있는 게 아닙니가."
[화엄경]에 보면 다음 말들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형성되고 파괴되고 이동한다.(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
마음이 나면 모든 것이 따라 태어나고, 마음이 사라지면 모든 것도 따라 없어지는 것이다.(心生卽種種法生 心滅則種種法滅)
마음은 그림장이와 같아서 모든 현상을 그려내기도 하고 지우기도 한다.
(心如幻 師 起滅種種法)
6. 심령감정
다음은 심령감정이다. 물건을 만져만 보고 그 물건의 내력을 위시한 모든 걸 아는 힘이다. 그 이유는 생기를 쬔 생물을 잠재적인 상태에서 심적 방사물을 받아 간직할 수가 있다. 이 방사물은 영능자(靈能者)에게 촉지(觸知)의 상태로 전달된다. 이 경우 과거를 간직하는 미지의 인자가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부캐넌 교수)
이것은 [유식론]의 다음말을 상기시킨다.
"아뢰야식 안에 일종의 잠재 세력으로 있던 과거인이 그 상대(그에 준하는 물질)를 만나면, 그 과거 속에 갇혀 있던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것을 현업(現業)이라 한다."
7. 후광의 발견
후광이란 오라(aura)를 말한다. <오라>란 영의(靈衣), 영기(靈氣)라는 뜻으로서 생물, 무생물을 불문하고 일반적으로 형체가 있는 것은 모두 희박한 개스상의 광휘성 물질로 둘러싸여 있다고 한다. 이것은 육안(肉眼)으로는 볼수 없으나 심안(心眼)으로는 볼 수 있다고 한다.
①자색: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발달된 사람.
②금색: 1보다 도가 높은 사람. (불상의 배후광은 오색이다.)
③적색: 정신 상태가 열등하거나 병이 있는 사람.
④적흑색: 정신 상태가 포악하거나 성불구자.
잠깐, 필자도 본 일이 있다.
1973년 겨울 H사, 오후 3시 30분쯤, H사에는 80 가까운 노스님이 계시다. 00스님으로 일생을 선수행에 몸을 바친 분이다. 30전에 이미 오도의 경지에 들어가신 분이다. 그분의 방문을 열었다.
그분은 방 안을 보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분의 뒷모습이 방문을 연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상한 기운이 그분의 둘레를 싸고 있었다. 은백색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섬짓한 서릿발 기운이었다. 동이틀 무렵의 창호지 빛깔이었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히말리야 등반대가 조난당한 걸 미리 안 것, 도둑이 올 것을 안 것 등이 몇 가지 심령 현상이 있지만 생략한다.)
8. 심령과학의 세계관
심령과학은 말한다.
인간계(현계)와의 통신은 거의가 유계(幽界)에 한정된다. 영계와 신계(神界)의 통신은 불가능하다. 아더 핀들 리가 영매를 사용, 58회 실험 보고에 의하면 유계를 지나 영계로 올라간 영은 유계에까지는 내려올 수 있으나, 그 아래 현계까지는 직접 내려올 수 없다. 때문에 영계의 영은 유계의 영을 중개 삼아 그 유체를 빌어 지상영매를 통해서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영계와 현계의 의식 정도가 워낙 격차가 나서 우리가 그 메시지를 해득하기 어렵다. 또 영 쪽에서 보면 진보의 단계를 되돌아 내려오기 때문에 고급 의식을 작용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심령과학은 죽음의 순간이나 유계의 사정은 어느 정도 밝혔으나 영계와 신계의 탐험은 아직 미흡하다.
이것은 심령과학이 아직 개척 단계에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유계, 영계, 신계는 서로 쇠고리처럼 연결되어 있다.
[유식론]의 저자 무착(無着)도 매일 도솔천(욕계 제4천)에 가서 미륵의 설법을 듣고 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의상도 천공(天供, 주로 욕계천인들이 내려와 공양을 올린다.)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색계(영계)와 무색계(신계)와의 이야기는 3000년 전 부처님이 보리수 나무 아래서 성도했을 때 그들이 일시에 찬탄하며 꽃비를 내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계에서 한 사람이 깨달음을 얻게 되면 28천(욕계 6천, 색계 18천, 무색계 4천)이 진동한다고 한다. 사원에서 아침종을 28번 친다. 이는 이 종소리가 28천까지 들려서 그들로 하여금 도의 마음을 내게 하려는 의도이다. 영계와 신계도 아직 대학 과정이다. 대학원 과정은 아니다.
신계까지를 벗어나야 비로소 삼계윤회(三界輪廻)를 면할 수 있다. 신계도 인젠가는 유계, 현계로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을 불경은 암시하고 있다. 이 경우 심령과학에서의 말과 같이 신계의 영은 고급의식을 작용할 수가 없다. 미(迷)한 상태가 되어서 내려온다.
이것은 신계의 수명(인간의 시간으로는 헤아릴 수 없이 긴 시간이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이 다했기 때문이다. 신계의 마지막은 <비상비비상천(非想非非想天)>이다. 의식이 아니면서, 그러나 의식 아닌 그것마저도 아닌 묘한 상태가 바로 이곳의 생활이다.
미국의 심령 잡지 [투 월드]지(1973년 1월호)는 300년 전 지상의 삶을 받았던 실버 버치 영(영)과 교신한 메시지를 싣고 있다. 그 가운데 다음 구절이 있다.
"우리가 좀더 개성적으로 될 수록 인격은 적어져 간다. 높이 진보할수록 육체와 같은 형태가 없어져 간다." 이는 욕계 색계 무색계의 순서로 진보하는 과정을 말함이다.
심령과학은 실험에 의해서 다음의 세 가지 결론을 얻었다.
① 사후의 세계는 무척 아름답다.(착한 사람의 경우 - 필자주)
② 숨을 거둔 뒤에는 잠시 혼자 있게 마련이다. 고급령이 나타나 인도하여 준다.(이 상태를 중음신이라 하며, 이때의 음식은 향기다. 기간은 7*7=49일간이다. 절에서 7일에 한 번씩 제사를 지내다가 49일째 되는 날 49제를 지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③ 사후에도 계속 자기 수양과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엄경]에서 말하고 있는 보살이 55위 수행 과정을 생각할 수 있다.)
9. 인과설의 증명
나에게서 나간 것은 나에게로 되돌아온다. 남에게 원한을 사면 남이 품은 원한의 사상파(思想波)는 반드시 나에게 돌아와 해를 끼친다. 그 결과가 바로 다음 순간에 온다고는 못하나 빠르든 결과는 있게 마련이다. 이 결과를 불경의 인과설은 다음의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
① 순현보(順現報) 지금 지어 지금 당장 받는다.
② 순생보(順生報) 이 생에 받긴 받되 기간은 미정이다.
③ 순차보(順次報) 다음 생에 받는데 그 기간은 미정이다.
④ 순후보(順後報) 지금 짓고 후에 받는다.
10. 심령과학의 생명관
생명이란 고유의 파장을 지닌 에너지다. 생명 탄생의 어떤 파동을 타고 육체에 깃들며, 육체가 그 파장을 유지 못할 때 떠나간다.
영혼은 우주 생명의 분신으로 현계에 잠시 왔다가 영원히 진보형상을 통해 그에게로 돌아간다.
이것은 원래 순수했던 우리의 본성이 성정본각(性淨本覺)의 상태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수행을 통해 수염본각(隨染本覺)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걸 말한다.([대승기신론])
이제 마지막 문제가 남았다. 선에서 과연 심령과학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이다.
<사고의 끝은 행동이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인류는 수많은 정신 세계를 개척했다. 더 이상 개척 여지는 이제 없다. 그것은 개척하는 그 자체를 탐색했던 작업이 이미 3000년 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이 정신 세계에의 긴 파장이 있었을 뿐이고, 여기에 정신의 한 현상으로서 자연 과학이 발달이 왔다.
마침내 자연과학은 이 정신세계의 연관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인류가 벌써 오래전에 개척해 놓은 정신계를 재확인하는 실증 작업으로서 심령과학은 시작되었다. 앞으로 심령과학이 아무리 높이 간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류가 벌써 개척해 놓은 정신계에 대한 증명을 넘지 못할 것이다. 심령과학도가 이 말을 들으면 몹시 화를 낼 것이다. 그리고는 말하리라.
"이 중녀석이 우물 안만 넓은 줄 알았지, 세상 넓은 줄은 모르는군, 심령과학은 결코 어느 특정 종교나 학설에 이용되어져서는 안 되는 것인 줄을 모르는군."
그래도 좋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앞으로 300년만 가봐라. 나는 이 눈으로 확신한다. 이 마음의 눈으로 확신한다.
심령과학은 어디까지나 오신통(五神通)의 세계다. 삼계(幽界. 靈界. 神界)를 벗어나지 못한다. 윤회를 벗지 못한다. 심령과학은 영계(유계와 신계를 포함해서)를 탐험하고 있는 그 힘의 정체를 찾을 수는 없다. 이 정체를 찾는 것이 바로 선(禪)이다.
심령과학이 심령과학의 제현상의 조사와 탐험, 실증에 머무는 한 그 근원은 보지 못한다. 심령과학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의 마음의 정체를 찾을 수는 없다. - 하여 심령과학은 마침내 벽에 부딪칠 것이다. 도대체 심령과학을 하는 이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 하고 고민할 것이다. 이때 그 목표를 나 자신에게로 되돌리면 거기 모든 해답이 있다.
아주 중요한 선의 문헌 가운데 하나인 신심명(信心銘)의 다음 말을 익히 눈여겨 보기 바란다.
근원에 돌아가면 모든 해답이 있고
歸根得旨
물결만 좇아가단 근본을 잃는다.
隨照失宗
잠깐 사이에 그 물결 나오는 곳 돌이켜보면
須臾返照
지금까지의 방황은 끝이 나리라.
勝却前空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보이는 이 현상이 곧 보이지 않는 본질이요 보이지 않는 본질이 곧 보이는 현상이다)은 [반야심경]의 눈이다. 심령과학은 현계(現界, 空)의 연관을 증명했다. 현계와 영계, 영계와 현계의 상호 이동가능설을 증명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중도(中道)를 물리적으로 증명해 보인 것이다.
여기 [아함경]속에 <독화살>의 비유가 있다.
어떤 사람이 독화살을 맞았다. 몇 초 안에 죽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 두 사내가 달려왔다.
한 사내는 독화살은 어디서 날라왔으며, 누가 쏘았으며, 지금 살 속에 얼마나 깊이 박혔으며, 이 화살을 쏜 자는 힘이 얼마나 센가 등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한 사내는 우선 치료에 착수했다. 우선 화살을 뽑고 그 독이 전신에 퍼지기 전에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심령과학은 독화살이 성분, 쏜 방향 따위를 조사하는 사내다. 자기 자신이 왜 죽으며, 또 자기 자신의 정체는 무엇인가를 규명하기에 앞서, 타에서 일어나는 제 현상, 영계를 탐험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것이 자기 자신에게 과연 얼마나 도움을 줄 것인가.
모든 문제의 해결은 여기 이 글을 쓰는 나 자신,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하는 나 자신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객관의 제 현상은 차후의 문제다. 우선 나 자신의 발등에 붙은 불부터 꺼야 한다. 남의 돈을 세어 봤자 그게 내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발표되고 있는 심령과학의 모든 현상은 심령과학을 하고 있는 그 힘을 되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서의 한 증세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