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을 빨리 읽지 못합니다. 소설이 아닌 이상, 어렵든 쉽든 천천히 읽습니다.
어떤 책은 일이년을 두고 한달에 한두번씩 펼치며 오랜기간 읽기도 합니다.
마음에 드는 책은 빨리 읽어 책을 덮어버리기가 아쉽기도 하고
의미가 깊어서 천천히 읽을 수 밖에 없어서이입니다.
책을 많이 읽어 어디 자랑할 데도 없고, 자주 책을 살 돈도 없어서이기도 하구요.^^;;
오늘 김찬호 교수님 강의를 들으며 이분의 책을 한 권 한 권 천천히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의 섭외를 즈음해 <교육의 상상력>과 <생애의 발견>를 감동하며 읽었는데,
직접 얼굴을 보며 강의를 들으니 교수님의 책이 더더욱 읽고 싶어집니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통찰력있게 따뜻한 목소리로 써내려가는 선생님의 글을 오래도록 읽고 싶네요.
집에 가면서 교수님께서 낭독해주신 시를 여러번 읽어보았습니다.
느리게 가는 것을 당위가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시입니다.
아웃사이더의 서정이 초라하지 않고 외롭지 않음을 이 시를 통해 배웁니다.
이 시를 저희에게 소개해주신 이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경쟁을 향해 돌아설 때,
부모 자리를 지키는 소수의 우리 수강생들과 회원들에게 위로의 시를 주신게 아닌가 싶네요~~
나는 추억보다 느리게 간다
유 하
나를 움직이는 연료는 침묵이요
나의 엔진은 바람이요
나의 경적은 휘파람이다
나는 아우토반의 욕망을 갖지 않았으므로
시간으로부터 자유롭다
하여 목적지로부터 자유롭다
나는 아무것도 목표하지 않는다
목표하지 않기에 보다 많은 길들을
에둘러 음미한다
나는 늘 도중에 있다
나는 샛길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길의 선지자이다
나를 움직이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의 중심이 아니라 인간의 아웃사이더이다
아웃사이더의 서정이다
숲으로 난 샛길을 사랑하는 산책가의 몸이다
그러므로 나는 추억보다 느리게 간다
나를 무수히 추월해간 지상의 탈 것들이여
어쩌면 목적지란 시간의 종말이 아닌가
나의 시간은 무한한 곡선,
은륜의 텅 빈 내부로 물이 고이듯 시간이 머문다
샛길의 시간은 무익하여, 아무도 가지려 하지 않는
나는 그 무익한 시간들을 벗 삼아
유한한 삶에 대한 명상을 충분히 할 것이다
산책가는 늘 길 뒤편에 남아 있다
풀잎 하나 사소한 흔들림에도
생의 시간을 확장시키며
첫댓글 나는 아우토반의 욕망을 갖지 않았으므로...
아이들 방문 앞 오래된 시를 어제 교체 했습니다.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해 있었다
바위는 앉은체로 도착해 있었다
라는 시를 한 1년 정도 아이들과 함께 보았거든요
그자리에 유하 선생님의 [나는 추억보다 느리게 간다]를 부쳣습니다.
지니치게 느린 효근이에게는 안도감을,
아우토반의 욕심을 좀 내려 놓으면 인생이 편안해질 신근이에게는 안심을,
지근이는 생각이라도 좀 하고 살라는 뜻을 담아서 말이죠 ^^
아우~^^ 넘 멋진 엄마!! 아이들이 이걸 알아야 하는데^^
산책가는 늘 길 뒤편에 남아 있다. 하지만 저기 길 뒤편에 남아 있는 사람을 우리는 왜 루저라고 할까요?
넘 멋진 엄마네요 ^^저도 따라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