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텅빈 사무실에 앉아 다운받은 은영전 전편을 출력하다는데 무려 네시간이나 걸렸다.
양면출력으로 뽑아낸 깨알같은 글씨들이 흡족하기만 하다.
벌써 여덟번도 넘게 읽은 책이다.
판타지소설은 좀처럼 본적이 없었는데 이책만은 무언가 다른 미묘한 감정으로 내게 다가온다.
멀고도 먼 도서관까지 가서 책을 빌려오는 것도 지쳐 책을 살까 마음먹었으나 책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습관처럼 굳어버린 책의 소장욕은 어떻게든 이 책을 내 볼품없는 책장속으로 들어가야만 마음이 평안해질것만 같은 병적인 애착이 가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시간은 번개처럼 지나가고 드디어 열권 모두 출력에 성공했다.뽑아낸 출력지들을 권별로 나누어 스탬프를찍고 겉표지는 얀웬리포스터를 포토삽으로 작업하여 담배한대 물고 고민하는 모습을 설정하여 제목하단에 공간을 할애하였다.
제목을 은하영웅전설로 타이핑했다가 무언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어 제목을 다시 바꾼다.
"얀웬리평전!..히히..먼가 그럴싸하다..갑자기 역사학도가 된듯한 이 야릇한 기분..^^
언제였는지는 모르겟지만 역사학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때였던가..어느 선생님께서 역사는 우리의 거울이며 진보의 교본이라고 하신 말씀에 홀려 대학을 역사학과로 지망하겠다고 큰 소리 쳤던 기억이 난다.
어쩌다보니 설계실에서 공간을 조개고 분할하며 나누고 붙이고 모형쪼가리들을 벗삼아 건축매스를 만들고 쪼개는 가난한 건축쟁이가 되어버렸지만..^^;
마지막으로 잘 구겨지거나 찢어지지 않는 짙은갈색의 칼라레이싱지를 골라 프린터에 집어넣고 표지를 출력한다.
표지위에는 설계용 트레이싱지를 깔아 윤기를 더해주었고 트레이싱지 우측하단에 2001년 8월 아무개라는 좀 투박한 싸인을 로트링펜으로 옮겨적은 후 곤색 테두리테이프로 테이프갈이를 하여 열권의 얀웬리 평전을 완성!
매력없는 영웅 얀웬리의 담배피는 모습이 참 우습게 보인다.^^
기회가 된다면..정말로 얀웬리평전을 함 써봐야겠다..^^
에휴..오늘 내가 멀 한거지..홍차나 한잔 마셔야겠당..^^
다들 윤기있는 주말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