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말 있잖아요
'순한 사람이 화를 내면 더 무섭다'
순한 사람이라면
어쩌면 타인이 만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
만만하면 주변인들이 은연중 함부로 대하기도 하고
또 왠만큼 어려운 일도 다 수용해 주니
조금씩 조금씩 하다가 다소 무리한 부탁까지 하게 되는 그런 사람
그런데 이 순한 사람도 어떤 포인트에서,
아마도 자신을 지켜내야 하는 마지막 임계점에 도달할 정도가 되면
폭발하듯 화를 낸다
그 화가 더 무섭게 느껴지는 건
평소의 모습이 아니기에 더 강렬하게 보였을 것이다
책을 읽다가 발견한 이 한 점의 그림이 날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그림은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 있는 종탑을 설계한 지오토의 작품이다
아니, 예수님이 화를 내시네
그것도 약간의 폭력을 구사하시려는 듯 채찍을 감아쥔 손을 번쩍 들고 계시다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대어주라고 하신 예수님이 이렇게 화를 낼 정도면
아마도 이 사람들 엄청난 죄를 지었음이 분명하다
이 작품은 <성전정화>라는 작품인데 설명을 읽어보니
그야말로 신성한 성전을 장사치들이 점령해 어지럽힌 것에 화를 내는 장면이라고 한다
성전에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물건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팔거나
특정한 화폐로 헌금을 해야 했는데 이른바 환전을 해주면서 엄청난 수수료까지 챙겨
바가지를 씌운 것이다
그림 제목이 말해주듯
성전을 정화하기 위해 온화한 말이나 표정보다 약간의 폭력도 필요했던 모양이다
오죽 말을 안 들었으면 쯧쯧
순한 사람 화나면 더 무섭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