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페이셜 예약이 11시에 잡혀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서둘러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섰다. 전날 밤에는 생각이 꼬리를 물어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10시에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예약 15분 전까지 도착해 달라는 원장님의 말이 떠올라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
집을 나선 시간은 늦지 않았고, 도로도 막히지 않았다. 예전에 다니던 H City 학교 옆 오피스에 여유 있게 도착해 인사를 하고 들어갔고, 원장님은 환하게 맞아 주셨다.
겉옷을 벗으며 “그냥 입고 온 얇은 셔츠로 받으면 안 될까요?”라고 말했지만, 곧 마사지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순순히 따랐다. 원장님이 직접 만든 꽃무늬 마사지복으로 갈아입고 자리에 누웠다.
곧 얼굴에는 스팀이 올라오고 손에는 크림이 발라졌다. 비닐장갑과 전기장갑까지 겹쳐 낀 채 한 시간 동안 얼굴과 손의 관리가 이어졌다. 몸 전체가 조용히 이완되는 시간이었다.
스팀이 올라오는 동안 원장님은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작년에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 온 지인이 있었고, 그 이후 자연스럽게 장거리로 이어진 관계가 되었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며 서로의 삶을 조금씩 공유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지인은 사별한 전 배우자의 딸로부터 조심스럽게 허락을 받은 뒤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생이라는 것이 꼭 예상한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내가 “아이고 원장님, 늦복 터지셨네요”라고 하자 원장님은 웃으며 “그냥 그래요”라고 답하셨다. 그 짧은 말 속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인생의 결이 담겨 있었다.
관리를 마친 뒤 스케줄북을 확인했다. 이미 잡혀 있던 네 번의 예약에 더해, 8월 중순까지 다섯 번의 관리를 추가로 예약하고 250달러를 결제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망설임은 없었다.
이석증 이후 아직 일터를 정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날은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다.
코스트코로 이동해 주유를 했다. 갤런당 3달러 69센트. 이 지역에서는 가장 저렴한 가격이었다. 20달러를 넣는 동안 속도도 마음도 함께 느려졌다.
이어 코스트코 옆 피트니스 센터에 들렀다. 십여 년째 거의 이용하지 않으면서도 유지해 온 멤버십이었는데, 집 앞 지점이 지난 2월 문을 닫아 환불을 요청했다. 프런트 직원은 권한 밖이라며 월요일에 LA 본사로 연락하라고 안내했다.
코스트코에서는 블루베리와 방울토마토, 미국산 마늘 한 봉지를 샀다. 그리고 디스카운트 타이어에서 한 시간 대기 끝에 타이어 로테이션을 마쳤다.
집으로 돌아와 지니의 밥을 챙겨 주고,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별다른 사건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은 고요하고 충만하다.
내일은 지난해 12월 이후 오랜만에 본당 교중미사에 다시 참석하는 날이다. 교우들과 점심을 함께하고, 건축헌금과 교무금, 미사헌금도 드릴 예정이다. 그리고 오랜 성당 친구와 함께 루소라는 뉴욕 피자 전문점에서 피자와 샐러드를 먹고 하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것이 61세를 지나가는 나의 토요일이다.
지금 나는 일기를 쓰고, 좋아하는 유튜버의 새 영상을 틀어 둔 채 아까 사 온 마늘을 조용히 까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