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계
11일이 초복이 였다. 복날 하면 삼계탕을 빼놓을 수 없다. 삼계탕 재료로 쓰이는 작은 닭을 ‘영계’라고 하는데, ‘영계’의 ‘영’을 어리다는 뜻의 영어 ‘young’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 물론 ‘영계’가 어린 닭인 것은 맞지만, 이때의 ‘영’은 영어 ‘young’에서 비롯한 말이 아니라, 한자 ‘연할 연(軟)’ 자의 발음이 변해서 생긴 말이다. 병아리보다 조금 큰 어린 닭은 육질이 연해서 ‘연계’라 하다가 ‘영계’로 굳어졌다. 또는 약으로 쓴다 해서 ‘약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계’가 오늘날 ‘영계’로 변한 것은 발음이 닮은 데에도 그 까닭이 있지만, 우리 언어생활을 뒤덮고 있는 영어의 그림자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말은 오랜 세월 동안 한자말의 영향으로 제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다. 근세에 와서는 일본말의 침투로 본디 모습이 일그러진 데다가, 요즘엔 우리 스스로 높이 추켜세우고 있는 영어의 그림자에 시나브로 덮여 가는 느낌이다. 그리하여 ‘연계’가 ‘young鷄’가 되고, ‘영계’는 마침내 “나이가 어린 이성의 사람”이란 생뚱맞은 뜻으로 국어사전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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