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릴케
고독은 비처럼
바다로부터 저녁을 향해 올라 온다.
멀리 외딴 벌판으로부터 고독은
언제나 외로운 하늘로 올라가서는
처음 그 하늘에서 도시 위로 떨어져 내린다
모든 골목길마다 아침을 향해 뒤척일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육신들은
실망과 슬픔에 젖어 서로를 떠나 갈 때,
그리고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한 잠자리에 들어야하는
그 뒤엉킨 시간에 비 되어 내리는
고독은 냇물과 더불어 흘러 간다.
[작가소개]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
요약 : 독일의 시인. 로뎅의 비서였던 것이 그의 예술에 큰 영향을 주었다.
《두이노의 비가》나 《오르페우스에게 부치는 소네트》 같은 대작을 남겼다.
출생-사망 : 1875.12.4 ~ 1926.12.29
별칭 : 아명 르네
국적 : 독일
활동분야 : 문학
출생지 : 보헤미아 프라하
주요저서 : 《말테의 수기》(1910) 등
주요작품 : 《두이노의 비가》 등
아명(兒名)은 르네(René)이며, 보헤미아의 프라하에서 출생했다.
철도회사에 근무하는 아버지와 고급관리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미숙아로 태어났으며,
9세 때 양친은 이혼하였다. 1886~1890년까지 아버지의 뜻을 좇아 장크트푈텐의
육군실과학교를 마치고 메리시 바이스키르헨의 육군 고등실과학교에 적을 두었으나,
시인적 소질이 풍부한데다가 병약한 릴케에게는 군사학교의 생활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견디기 힘들었다. 그리하여 1891년에 신병을 이유로 중퇴하고 말았다.
그 뒤 20세 때인 1895년 프라하대학 문학부에 입학하여 문학수업을 하였고,
뮌헨으로 옮겨 간 이듬해인 1897년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를 알게 되어
깊은 영향을 받았는데, 1899년과 1900년 2회에 걸쳐서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와
함께 러시아를 여행한 것이 시인으로서 릴케의 새로운 출발을 촉진하였고,
그의 진면목을 떨치게 한 계기가 되었다.
1900년 8월 말 2번째의 러시아 여행에서 돌아온 뒤 북부 독일의 브레멘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화가 부락 보르프스베데로 화가인 그의 친구를 찾아갔다가
거기서 여류조각가 C.베스토프를 알게 되었고, 이듬해 두 사람은 결혼하였다.
1902년 8월 파리로 가서 조각가 로댕의 비서가 되어 한집에 기거하면서
로댕 예술의 진수를 접하게 된 것이 그의 예술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제1차 세계대전 후인 1919년 6월 스위스의 어느 문학 단체의 초청을 받아
스위스로 갔다가 그대로 거기서 영주하였다. 만년에는 셰르 근처의 산중에
있는 뮈조트의 성관(城館)에서 고독한 생활을 하였다.
《두이노의 비가:Duineser Elegien》나
《오르페우스에게 부치는 소네트:Sonnette an Orpheus》 같은 대작이
여기에서 이루어졌다.
1926년 가을의 어느 날 그를 찾아온 이집트의 여자 친구를 위하여 장미꽃을
꺾다가 가시에 찔린 것이 화근이 되어 패혈증으로 고생하다가
그 해 12월 29일 51세를 일기로 생애를 마쳤다. 시인으로서의
릴케의 생애는 4기로 나눌 수 있다. 제1기는 그의 향리인 프라하에서
시인으로 출발을 한 때로 《인생과 소곡》(1894) 《가신봉폐(家神奉幣):Larenopfer》(1896)
《꿈의 관(冠)》(1897) 《강림절:Advent》(1898) 등 몽상적이고 낭만적인
신낭만파풍의 시집을 냈는데, 이 중 후자의 세 시집을 1913년에
《제1시집:Erste Gedichte》이라는 제목으로 한데 엮어 펴내었다.
제2기는 릴케가 자기의 개성에 눈을 뜬 시기로서 러시아 여행의 체험은
그의 시세계에 깊은 종교성을 가미하게 하였다. 《나의 축일에:Mir zur Feier》(1899)는
그의 개성이 처음으로 확립된 시집으로 새로운 생(生)의 개화와 그에 대한 불안을
노래한 것인데, 이것은 1909년에 《구시집(舊詩集)》이라는 이름으로 증보 ·개정되어
간행되었다. 《형상시집(形象詩集):Das Buch der Bilder》(1902)과
《시도시집(時禱詩集):Das Stundenbuch》(1905)에서는 그의 개성이 한층 더
아름답게 전개되어 독자적인 시의 경지를 개척하였다.
제3기는 파리시절로서, 조각품처럼 그 자체가 독립된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고
있는 ‘사물(事物)’로서의 시를 창작하려고 하였는데, 《신시집(新詩集)》(1907)과
《신시집 별권》(1908)은 그 훌륭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파리에서의 고독한 생활은
그로 하여금 인간 실존의 궁극의 모습에 눈뜨게 하여 사랑과 고독과 죽음을 깊이
생각하게 하였다. 《말테의 수기(手記):Die Aufzeichnungen des Malte Laurids Brigge》
(1910)는 이러한 내적 묵상(默想)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로댕의 조각수법을 산문에 적용한 것이다. 제4기는 1910년 이후
생애를 마칠 때까지로, 10년이나 걸려서 완성한 대작 《두이노의 비가(悲歌)》(1922)와
《오르페우스에게 부치는 소네트》(1922)는 인간 존재의 긍정을 희구하는
예술정신의 흔적을 보이고 있으며, 보들레르 이래 내면화의 길을 걸어온
서구시의 정점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만년에는 프랑스어로 시를 쓰고 발레리의
작품을 번역하기도 하였다.
[출처] 릴케 시모음|작성자 옥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