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군대 내무반에서 흑백 TV를 시청했다
1970년대 시절이다
코미디언 이주일 님이 Susie Q 음악에
웃기는 춤 동작으로 인기를 얻어 가고
내한공연 온 프레디 아길라가
긴 머리에 모자 쓰고 기타를 치며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Anak을 부르고
불굴의 복서 홍수환 선수가
파나마 원정 경기에서 4전 5기로
카라스키야 때려눕혀 세계챔피언 먹고
미 8군에서 활동하다가 데뷔한 여가수
김ㅅㅎ가 자신의 히트곡이 아닌 팝송
예 부기 춤을 출 수 있어요 부르던 즈음
한 선임이 휴가 갔다 복귀하면서 음반
한 장을 가지고 왔다 다음 날 AM 6시
기상나팔 대신 산울림 노래가 연병장에
울려 퍼졌다 `아니 벌써 해가 솟았나
창문 밖이 훤하게 밝았네`
나팔소리보다 훨씬 시끄러운 음악을
아침마다 기상송으로 들어야만 했다..
# 2
33개월의 복무를 다 해갈 즈음 나의 동기는
쓰러진 낙엽송을 비스듬히 자르고 사포로
문질러서 한 면에는 소대원의 이름을 다른
한 면에는 자신을 닮은듯한 군인의 얼굴을.
여백에는 글을 새겼다
"사나이 사나이는 의리에 산다
관용으로 용서하며 멋을 창조한다"
기념으로 만들어가겠지 했는데 내게 주는
전역 선물이라며 전우들을 잊지 말라고
했다 의리를 강조했던 실수 제로의 사나이
ㅂ병장 잘 지내는 거지?
세월이 오래되어 길에서 마주쳐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아 살아있으면 다 만나게 된다고
하던데 한번 볼 수 있으려나
회포를 풀며 강원도의 진한 옥수수탁배기
한잔 해야 하는데..
전역 선물로 받은 그 기념품 이사 다니면서
잃어버렸다고 말해야 하는데..
# 3
졸병 때 고참들 따라 불렀다
군대에서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싸가이다
하나로다
하나로 태어나신 이내 몸인데
나날이 부모 밑에 호강을 하고 헤이 호강을 하고
둘이로다
두 부모 허락하신 이내 몸인데
스무 살 먹고 나니 군대 보낸다 헤이 군대 보낸다
셋이로다
세상에 태어나서 사나이라면
군대 한번 못 간 것도 ㅂㅅ이란다 헤이 ㅂㅅ이란다
넷이로다
너희들아 잘 있거라 나는 간단다
물도 설고 산도 설은 논산 땅으로 헤이 논산 땅으로
다섯이로다
다정한 내 친구들 이별을 하고
할 수 없이 떠나가는 제2 훈련소 헤이 제2 훈련소
일곱이로다
일곱 친구 제대하고 나만 남았네!
죄 없는 내 새끼가 나를 울리네 헤이 나를 울리네
여덟이로다
여덟 팔자 좋은 장성급들아
육군 졸자 고생한 걸 왜 몰라주나 헤이 왜 몰라주나
동지로다
오동지 긴긴밤에 보초를 서니
손발이 얼어붙어 야단이 났네 헤이 야단이 났네
섣달이로다
섣달아 어서 가라 빨리를 가라
이 섣달이 지나가면 제대를 한다 헤이 제대를 한다 제대!
- 굴뚝청소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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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 전우 찾았으면 좋겠네요.
같은 세대이니 어디선가 지켜볼 수도 있겠지요.
강원도가 고향인 전우였습니다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합니다.
저는 모르는 노래로군요.
73년도 7월부터 충북 증평에 있는
37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소대장 1년 했는데
훈련 초반에는 정신이 없도록 몰아치다가 후반기에 들어가면
슬슬 풀어 주면서 야외 교장에 나가면 저런 노래들을 가르쳤지요.
벌써 50년이 지닌 까마득한 옛 일이 되었습니다. 그때 같이 땀 흘리고 고함치던 천우들이 보고싶어 지는군요.
덕분에 저도 잠시 옛 시절로 돌아가 봤습니다. 인천에 성냥 공장도 영자의 거시기도 그립습니다..
부대마다 전해오는 노래들이 달랐군요 같은 노래도 있었고요
그 당시 부렀던 싸가 다는 기억 못하고 반쯤은 기억합니다
저보다 입대 3년 빠르십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중부전선 최전방 GOP 에서는
반 지하 내무반에 TV 가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70년대 후반 이었는데..
戰友신문 만 가물가물...
석식 후 일석점호까지는 중대 내무반에
tv를 켜놓거든요 2시간 정도 볼 수 있었습니다.
군대 얘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데요, 재미있는 과거를 회상해 봅니다.
잊혀지지 않는 3년의 시간이 추억이 되었습니다 행복한 휴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