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리고... 말머리는 저거 맞는지 모르겠다. 비추 후기로 하기에는... 좀 그래서... )
사실 열심히 피임 중이었으나 하늘에서 내려준 축복이라 해야 하남... 임신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 아들이야. 게다가 아이가 크대.
어쩐지 오장육부가 입 밖으로 튀어 나오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배도 많이 부르고 숨 쉬기도 힘들더라고...
출산예정일은 12월 5일이었는데, 11월 29일에 병원 가서 내진하니까 아이가 아예 내려올 생각이 없다고 예정일을 넘길 것 같대. 그러니 운동 좀 하래. 내가 임신하고 춤을 출 힘이 없어서 그런지... 한동안 춤을 못 췄더니 살이 진짜 어마어마하게 쪘거든.
(춤추는 거 엄청 좋아함...)
그래도 난 육개장이 땡겨서 맛집 찾아서 육개장도 먹고 케이크도 먹고 로또도 사고 놀기 바빴지.
그리고 그날 밤에 잠자리에 누워 남편이랑 낼 뭐먹을지 고민하고 있었어.
근데 그 순간 밑에서 뭐가 나오는 느낌이 드는 거야.
나... 사실 둔하고 게을러ㅋ... 걍 냉이겠지 하고 누워있었는데 또 울컹! 하고 뭐가 나오는겨.. 속옷이 다 젖을 정도로...
그래서 설마...진통도 없이 아이가... 하고 화장실로 달려가서 속옷을 벗었는데 투명한 액체가 막 쏟아지기 시작한겨...
얼마나 심하게 쏟아졌냐면 침대에 누워있던 남편이 물(액체) 쏟아지는 소리 듣고 지금 이 시간에 세탁기 돌리는 거냐고, 예의를 밥 말아 먹었냐고 화를 낼 정도...는 사실 뻥이고. 무슨 일이냐고 왜 갑자기 화장실 갔냐고 깜짝놀라서 소리 지를 정도?
결국 남편이 병원에 전화를 걸었어. 병원에서는 그 투명한 액체가 어떤지 설명해 보라해서 남편은 열심히 설명했어.
정말... 제주 삼다수 만큼 투명하고, 락스 냄새가 약간 섞인 정도... 더 자세히 말하자면 500ml짜리 생수에 락스 한 방울 정도 섞은 담에 방바닥에 쏟은 것 같다고 말함. 지금 생각하면 좀 창피함.
어쨌든 병원에선 씻지 말고 지금 당장 짐 챙겨서 오라고 함. 난 설마 하고... 그 날씨에 걍 집에서 입는 원피스에 슬리퍼 신고 감. 그리고 수술실로 갔는데 수술 대기실에 있어보라 함...
그때까지만 해도 난 걍 아무생각 없이 있었음. 아니다. 집에 있는 울 댕댕이들한테 인사 못하고 나온 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조금만 기다려. 곧 갈게.
근데 좀 높은 간호사님? 이 와서는 내진을 하자고 함. 난 아기 다시 낳기 싫은 이유 중 가장 큰 게 내진임.
그때부터 시작해서 내진을 4,5번 더 한 거 같음.
진통도 안 오는데 양수가 터져서... 애기가 만약 안내려오면 수술해야 한다고 함.
내가 걍 기다려보자니까 양수 터지면 24시간 내에 해야 한다고 함. 그때부터 난 제 정신이 아니었음.
하나도 안 아픈데 다들 급하심. 울 남편은 울 친정엄마한테 전화함.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친정엄마 오심. (친정아빠는 그때 출장 중이셨음.)
엄마 얼굴 보니까 더 긴장됨. 눈에서 눈물이 제 멋대로 떨어지고 난리 났음. 울 엄마는 질린다는 듯 한숨 쉬심.
간호사님이 나보고 병실에서 한숨 자고 낼 아침 7시에 다시 수술실로 오라함. 그때부터 준비하고 의사선생님 오시면 수술하자고... 그리고 나랑 남편이랑 친정엄마랑 병실로 감... 6인실 병실이라 자리가 좁았지만 그런 거 신경 안 쓰임.
난 병실에서 계속 울부짖음. 그러니 옆에서 대기 중이던 분이 간호사를 호출 했나봄. 간호사님이 들어오더니 그분한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봄.
"옆에 계신 분 지금 애 낳고 있는 거예요? 저도 차라리 수술실 말고 마음이라도 편하게 여기서 낳을래요."
대충 이런 식으로 얘기하더니 울부짖기 시작함.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내 울음 뚝 끊김. 오히려 내가 더 당황한 듯...
근데 발밑에서 누가 끅끅거림. 아... 이런 내 모습이 안쓰럽고 미안해서 남편이 우는 건가... 하고 보자 울 엄마 웃음 참는 소리였음.
(첨엔 저러셨지만 출산 하고 나서 그 좁은 병실에서도 잠도 못 주무시며 계속 같이 있어주시고 두 달 넘도록 산후조리 해주심...)
그날 새벽은 어떻게 보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남.
나는 울다지쳐 잠들어서 기억이 안나는 건가 했는데, 울 엄마 말로는 제발 좀 자라는데도 남편한테 고추로 애 대신 낳아달라고 울고불고했다고 함.
(같은 병실에 계시던 분들... 죄송합니다...)
그리고 정신차려보니 다시 수술 대기실임.
내 얼굴은 눈물범벅...
관장을 하고 나서 다시 대기실로 가니까 드디어 출근하신 의사 쌤이 오셔서는 나보고 진정 좀 하라하심.
그리고 바로 수술 들어가자고. 나 엄마 붙잡고 울고불고 난리침.
그러자 간호사 두 분이 오셔서는 양쪽에서 나 잡고 토닥토닥해주심. 그리고.. 전신마취 아니면 하반신 마취 중 한 가지 고르라 하심.
뭐라 뭐라 설명하시는데 어쨌거나 전신마취를 하면 마취가 깨어야 아이를 볼 수 있고, 하반신마취를 하면 좋은 건 바로 아이를 볼 수 있다는 거.
사실 전신마취를 하고 싶었으나 걍 하반신마취 선택.
드디어 수술실로 들어감. 그리고 반강제로 수술대에 오름. 바들바들 떨며 울부짖는 나를 양쪽에서 붙잡고 있으니 마취 시작한다며 누군가가 나의 척추에 주사를 놓고... 내 하반신은 진짜 이상한 느낌이 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떻게든 설명해보자면 24시간 동안 무릎꿇고 있다가 다리를 폈을 때 이런 느낌이 날까 싶은...?
저림x100000000000000 내 다리가 없는 느낌x10000000000000000
나 그때 진짜로 정신을 아예 놓기 직전이었음. 맘대로 전신마취를 하려고 하나 싶을 정도로 정신을 잃고 있었음.
그러자 의사 쌤이 따스한 두 손으로 나의 얼굴을 붙잡음. 그러면서 전신마취하자고... 나의 입에 뭔가를 씌움...
자...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세요... 진정하시고... 제발...
그담은 정신차려보니 다시 병실임. 그리고 울 엄마가 팔짱끼고 날 내려다보고 계심.(제왕절개 두 번 해보신 분)
남편은 핸드폰을 뒤적거리더니 액정에 울 애기 사진 띄우고 나에게 보여줌. 그러더니 흐느끼기 시작함.
그날 밥은 못 먹는다는데 사실 입원해 있는 내내 입맛 없어서 제대로 된 끼니 먹지도 못함.
제일 화났던 건 걸어 다녀야 금방 낫는다며 억지로 걷게 하는 거... 너무 아파서 화남.
병실이 5층인데 신생아실은 3층에 있음. 수간호사님이 자꾸 걸을 겸 내려가서 젖 주고 오라 하심. 내가 계속 울부짖으니 울 엄마가 "꼭...지금 먹여야 할까요? 아기도 걍 쉬고싶어할지도 모르는데..." 라고 하심.
그러자 수간호사님, 정색하심. "어머니... 이거슨 ... 자연의 ...이치입니다... 어머니가 젖을 물리고... 아이는 그거슬 받아먹는다는 것... 그것만큼 ... 아름다운 일이... 어디에 있습니까..."
아이도 울부짖고 나도 울부짖음...
나 정말 못 참겠어서 진통제 놔달라니까 그것도 함부로 안 놔주심. 수술이 잘못되어서 아픈 것일 수도 있는데 진통제로 통증을 줄이면 큰 일 난다는 것임...
수간호사님은 매번...매시간 마다 나에게 와서 왜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 설명을 하심... 난 당연히 귀에 안 들어옴. 울부짖을 뿐...
그러면 수간호사님은 항상 나의 두 눈을 바라보세요... 라고 하심. 눈을 마주치면 나의 두 볼을 쓸어내려주심. 그게 다임. 결국 진통제는 맞았으나 수간호사님은 마치 엄마처럼... 한 시간에 한 번씩 와서 나를 사랑으로 쓰다듬어 주심...
"사랑의 손길이... 최고의 약 아니겠습니까..."
그 일이 벌써 10개월 전이야.
나는 출산 당시보다 더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물론 그것보다 훨씬 큰 행복이 있지만...
친구들한테 출산 후기 말해주니까 몇 명은 언젠가는 자기도 겪을 고통이람서 같이 고통스러워 해주고, 몇 명은 자기는 절대 애 낳지 않겠다는 반응이었거든.
듣고 보니까 출산에 대해서 자세하게 얘기 해주는 곳도 사실 얼마 없고 출산 강요만 하고 그냥 아름다운 부분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 같아서 함 써봤어 !
마무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들 감기 조심해 !!!!
남일이아니여ㅠㅜㅜㅜ고추로낳아주라내미래남편아
허규ㅠㅠㅠㅠ넘 고생했어!!ㅠㅠㅠ나중에 상처는 괜찮았어? 빨리 아무는 편이야..?
아뇨ㅠ..오래가...
흉터는 계속 남는거구
비오거나 그럴 때마다 쑤시고
가려워 미치겠고 그래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야구광 진짜 야구광여시 말대로 복불복인거같아ㅜㅜ
난 많이 안물렸는데도 젖몸살 전혀 없었구
아는분은 계속 물리고 맛ㅅㅏ지 계속받구 하루종일 유축하는데도 젖몸살때매 엄청 고생하셨어
진짜 우리나라는 산모보다 애기위주로 출산이 돌아간다는게 딱이네.. 에고 여시 고생했어 ㅠㅠ
여시 진짜 고생했다 ... 글만 읽어도 아파ㅠㅠ 대단하다
보는 내내 코끝이 징해진다ㅠㅠ 고생했어 여시야
고생많았어 여시야ㅠㅠ 우리사회는 진짜 약은것같아 임신하면서 어떤어떤 몸의 변화가 나타나는지,출산의 고통이 어느정도인지도 설명해주질않잖아
여시 고생했어 ㅠㅠㅠ 필력 짱이야 근데 ㅠㅠㅠ 말머리 비추후기 부터 터졌어ㅠㅠㅠ너무 고생했고 박수쳐주고싶어!!
난못낳을거같아 무서워
여시 대단하다 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나는 주사도 무서워해서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절대 안가고 그랬어. 저~~~~엉말 겁이 많은 편이었어... 귀 뚫기 전에도 만약 귀가 잘못돼서 귀를 잘라내야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어쩌지? 이정도로ㅋㅋㅋ... 사실 우리 아이한테 미안하지만 임신 계획이 없었거든. 그래서인지 임신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엄청 컸어. 근데 신기하게 임신하고 나서는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어 ㅋㅋㅋ 다들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는데도 난 빨리 보고싶고 설레기만 했어 ㅋㅋ 근데.. 수술실에 들어가고났을때 느낀 공포감이 장난이 아니더라고 ㅋㅋ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내가 느껴야한다니... 정신잃기 직전이었어 정말 ㅠ... ㅋㅋ
@십일월이일 나는 다시 돌아간다해도 자연분만은 못할거같아ㅠㅠ 고통스러운건 둘째치고 너무 무서워서 맨정신으로는 못 낳을 거 같아ㅠ 출산을 경험하신 분들 다 존경스럽지만 난 개인적으로 자연분만하신 분들이 더 대단하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ㅋㅋㅋㅋㅋㅋㅋ 의사쌤도 나보고 겁 진짜많아서 마취안하고는 애 못낳을거라고 할정도였어ㅠ 그리고 글에도 적었지만 애 이쁜건 이쁜거고 아픈건 아픈거... 정말 너무 아팠어ㅠ 무섭기도 해서 더 아팠던거같아
@온점. 분위기 자체가 넘 차가웠어ㅠ 난 평소에 남한테 피해주는걸 제일 겁나 하는 성격이라 그 와중에도 나때문에 의사쌤이랑 간호사쌤들이 더 고생하시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공포감이 더 심해서...정말 미친듯이 울었어ㅠㅋㅋ 그래도 지금 아기랑 아름다운 경험 많이 해볼 거 생각하면서 잘 지내구있당ㅋㅋ 물론 생각도 못했던 힘든 일들이 많지만 말야..ㅋㅋ 여시두 감기 조심하고 항상 행복해!
헐 여시 성격 정말 나랑 너무 똑같아서 나 겁난다ㅜㅜ나는 아직 애는 없는 유부여시인데 언젠가 가질 생각하니 무서운게 제일커ㅜㅜ여시 입덧은 없었어?ㅜㅜ무섭다 정말
와 여시필력 ㅋㅋㅋㅋㅋㅋ 나같아 ㅠㅠㅠ 너무 생생하게 잘들엇오 ㅠㅜ 애기낳기 무습당 ㅠㅠㅠㅠ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어느 순간엔 나도 병ㅇ원에서 진통제맞구잇겟지??ㅠㅜ
고생했다 진짜ㅜ난 절대절대 못낳을듯 치과가서 이빨 뽑는거만으로 무섭고 놀이기구도 못타고 병원도 남 병문안만 가봤지 내가 입원한 적도 없는데 상상하면 존나 눈물날듯ㅠ
고생했어 여샤ㅠㅠㅠㅠ 요즘 추운데 감기조심하구 꼭 아가랑 행복하고 건강해야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