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속 농산물값 급등, 9월 물가 3.7% 뛰어… 5개월새 최대폭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까지 올라
사과값 55%, 복숭아도 40% 급등
이달 유제품-맥주값 등 줄줄이 인상
정부는 “물가 상승세 둔화 될 것”
할인전단 들고 마트서 장보기 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할인 전단을 든 시민이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7.2% 오르며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뉴스1
지난달 물가가 3.7% 오르면서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고유가 속에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공공요금 인상 여파까지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 폭을 키웠다. 이달 들어 우유, 맥주 등의 가격이 오른 데다 수도권 지하철 요금까지 곧 인상돼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 농산물 가격 1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올 4월(3.7%)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올 1월 5.2%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률은 7월 2.3%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2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최근 배럴당 90달러까지 오른 국제 유가가 물가를 밀어올렸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 유가에 따라 앞으로 (물가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폭염과 폭우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물가 오름 폭이 커졌다. 농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7.2% 오르면서 지난해 10월(7.3%)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특히 사과(54.8%), 복숭아(40.4%), 토마토(30.0%) 등 과실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공공요금 인상 영향이 계속 반영되면서 전기·가스·수도 가격도 19.1%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69%포인트 끌어올렸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지역난방비가 33.4% 뛰었고 전기료(20.3%), 도시가스(21.5%) 등도 20% 넘게 올랐다.
라면, 돼지고기 등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돼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는 4.4% 올랐다. 8월(3.9%)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세다. 개인서비스에 포함되는 외식 가격도 4.9%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 ‘둔화’ 관측에도 곳곳에서 줄줄이 가격 인상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률이 10월부터는 둔화돼 연말에는 3% 안팎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물가 상승은 국제 유가 상승이 기여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10월이 되면 대체적으로 소비자물가가 다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지난달 물가가) 전망 경로를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다”면서도 “이달부터 둔화 흐름을 보여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식음료 가격 및 공공요금 인상이 잇따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원유(原乳) 가격 인상 여파로 이달 1일부터 흰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오비맥주도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하기로 했다. 유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원재료를 수입하는 식음료 업체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7일부터는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1400원으로 150원 인상되고 부산에서도 6일부터 시내버스 요금과 도시철도 요금이 각각 350원, 150원씩 오르는 등 전국에서 공공요금 인상도 예정돼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유가와 고환율은 다양한 경로로 국내의 물가 전반을 자극하는 요인”이라며 “공공요금 인상 등이 겹치면서 추가적인 물가 상승 우려가 상당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