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너무 자극적이고 개념갑인데 사실이야 내 의도가 어쨋던간에 철없는 행동임을 알기에 부끄러워 오랜만에 홍콩방 왔다가 뱀술 게시물이랑 댓글을 보고 그날들이 떠올라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글로 남겨보려해 아마 긴글이 될 것 같은데 재밌게 읽어줬음 좋겠어 혹시 불편하다면 꼭 댓글 부탁할게
고2 겨울방학때 할머니댁에 일주일정도 지내고 있었는데 읍내에서 만화책 빌리고 집에 가려니 배고프더라 마침 새로생긴 추어탕집이 깨끗해서 들어갔어
이런구조의 방에서 티비 보고있었는데 벽걸이티비 밑에 이케아에서 팔법한 철제수납선반이 있었어 삼단이 담금주로 꽉차있었는데 맨밑 왼쪽구석 두번째줄병에서 파란불빛이 보이더라? 자세히 보니 뱀술이고 뱀눈이 파랑이더라고 서양인 벽안마냥 투명한 파랑이길래 신기해서 보는데 꿈틀하면서 병안에서 몸이 움직이는거야 살아있다는걸 알게된 순간부터 오만생각이들고 파란눈이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밥도 제대로 못먹고 티비도 못봤어
결국 밥먹다말고 집에 가려고 일어나는데 뱀이 고개 들어서 시선을 맞추는거야 잘못봤다기엔 동작이 너무 정확해서 가까이 다가갔어 검은뱀인데 원래 작은건지 애기인건지 길이는 팔길이만한데 굵기는 지름 2cm정도의 작은뱀이었어 저런 조그만애를 와인병같은거에 욱여넣고 코르크마개까지 닫아놨는데 너무 불쌍하더라
그때 정말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병을 꺼내서 내 백팩에 집어넣고 나왔어 들킬까봐 조마조마한데 흔들리면 뱀이 멀미할까봐 백팩 앞으로 메서 꼭 안고 할머니집 뒷산으로갔어
그런데 코르크마개가 뭘 어떻게해도 안열리는거야 망연자실해서 주저앉다가 병을 쓰러뜨렸는데 뱀이 병 아랫부분에 바싹 붙어서 또아리를 틀어서 중간부분까지 여유공간이 생겼어 그거 확인하고 커다란 돌로 주둥이부분을 내리쳐서 깼어
깨자마자 술냄새랑 비린내랑 잉크냄새? 같은게 나는데 뱀이 술에 취한건지 죽은건지 꼼짝을 안하는거야 내가 너무 늦게 꺼내줘서, 병을 깨다가 다치게해서 죽은줄알고 미안해, 미안해 하면서 진짜 엉엉 울었어
한참 우는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보니까 뱀이 벌써 멀찍이 나와서 기어가고있더라고 그거 보고 집에서 청소도구 꺼내서 병치우러 다시 갔는데 아까만해도 느릿느릿 저만치 기어가던뱀이 목(?)을 세우고 멈춰서서 날 쳐다보는거야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경계하는거같아서 나 이것만 치우고 갈꺼야~ 우리 서로 무서워하지 말자~ 하고 계속 중얼거리면서 유리조각 치우는데 계속 그자리, 그자세로 날 빤히 보는거야 여기 강아지랑 사람들 많이다녀 빨리 도망가 해도 그대로라 나 간다 안녕! 하고 내려가면서 몇번이나 뒤를 돌아봤는데 그 작은 파란눈을 보니까 마음이 너무너무 편안했어
그후로 몇개월 지나서 듣게됐는데 추어탕집 사장은 뱀, 벌, 지네 등등 온갖걸로 담금주 만들어서 손님들이랑 마시다가 단체로 식중독걸려서 가게 망했대 사장본인도 식중독으로 몸이 안좋아진데다 스트레스때문인지 갑자기 한쪽 귀도 안들리고 말도 못하게 됐대 어른들은 자업자득이라고 그러셨는데 그때 술병 훔친게 기억나서 마음이 너무 안좋았어
그러다 전남친(이라 쓰고 미친놈이라 읽고싶은)을 계기로 다시금 그사건을 떠올리게되고 끝내 글을 쓰게 됐어
전남친은 진짜 건강하고 몸관리를 잘하는 사람이야 몇년을 사귀면서 피곤해하거나 아픈모습을 단한번도 본적 없었어 그런데 몇개월동안 목이 너무 아프다고 계속 말했고 그쯤돼서 나는 이유없이 갑자기 한쪽으로 몸이 휘청여서 매주 같이 한의원에 다니고 전남친은 주사까지 맞았어
이때가 프로포즈받고 결혼이야기 서로 진지하게 하던때인데 갑자기 둘다 건강에 적신호 오고 서로 예민해지니 싸우고 그러고나면 지치니까 결혼해서 같이 살수 있을까 현타가 오더라고 그래서 알음알음으로 용하다는 박수무당에게 궁합보러 갔어 상담실(?)에 앉았는데 무당이 아무말도 안하고 전남친만 보는거야 그래서 둘이 눈치만보고 있는데
“목을 물렸네 피가 철철난다.”
엥 목 말짱한데요......... 둘다 어이없어서 웃다가 신경때문에 목에 주사맞는다고 하니까 아니라고 이거는 이빨자국이라고 정색하면서 사람은 분명 아니고 짐승인데 개도 아니고.. 이러면서 전남친이 계속 통증 호소했던 목을 뚫어져라 보더니
“이거 뱀 이빨이네.”
이러면서 계속 중얼중얼 응응 맞아 이거 뱀이 그런거래 어후 엄청 고통스러워하면서 죽었는데 목아파서 죽어서 니목을 아주 꽉물었네 이거 듣더니 갑자기 전남친이 아 설마 아... 이러면서 고개묻고 무당이 재밌었냐? 너는 물린거 갖고 그렇게 징징거리는데 얘는 얼마나 아팠겠어 난 너같은거 도와주기 싫어 나가 이러고 전남친은 잘못했다고 울고 무당은 혼내면서 나가라하고 혼란스러워서 뭐냐고 캐물었는데
남직원들 모여있길래 가보니까 막대기로 뱀을 돌아가며 찌르더래 그래서 자기도 움직이는게 신기해서 한번 해보다가 뱀이 크게 움직여서 놀라가지고 막대기로 머리를 때렸대 맞고나서 자기한테 덤비길래 뱀목을 찔러서 죽였대... 자기가 사람이나 개를 죽인것도 아니고 벌레죽인거랑 무슨 차이냐고 사람들 다 그렇잖아요 이러더라 듣는 나는 너무 충격이어서 욕하고 무당은 재정신이냐고 혼내고 이미친놈은 큰일난거같으니 땀 질질흘리고
이거 어떻게 해야하냐고 했더니 뱀귀신은 워낙 독해서 떼기 힘들다고 무당도 전남친도 정성 많이 들여야한다 하니까 굿이랑 부적 그런거 얼마에요?하더니 금액듣고 그냥 아는 목사님 찾아가고 기도한다고 자기는 이런 미신이랑 안맞는거 같다고 하더라
혼란스러워서 점 볼 기분도 아니고 집에 혼자있고싶어서 전남친 차빼러간거 기다리는데 무당이 결혼하지말라는거야 네 안해요 했더니 저렇게 바짓가랑이 물고 늘어지고 말려주는데~ 해서 아 저도 조상신 그런거 있나요 하니까 애완동물 이라는거야 나는 단한번도 반려동물 없었고 주변친구들도 마찬가지거든 어... 아닌데... 하니까 나보고 씩 웃더니
“눈이 파랗네.”
이거 듣자마자 술병에서 꺼내준 뱀이 기억나는거야 걔가 왜 여기있냐고 내가 살려준다고 살려줬는데 그때 죽은거냐니까 죽은지는 그렇게 오래 안됐는데 멀찍이서 계속 나 지켜보고 있대 자기 은혜 갚으면 돌아간다고 하니 놔두라더라 나 망혼하는거 막아주려고 오늘 온거냐고 이렇게 도와줘서 고맙다니까 쟤는 아직 아니라고 큰도움 줄꺼니까 기다려보래
얼마뒤에 전남친이랑 헤어졌고 그놈은 어머니따라 교회 열심히가던데 여전히 목아파서 주사맞고 버티면서 사는거같더라 그리고 나는 이유없이 휘청이던 증상 없어졌어 전에 결혼이랑 연애 스트레스가 극심했던건지 무당말대로 바짓가랑이 물고 늘어질 상황을 아예 없애버려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설연휴때 뱀 풀어줬던 뒷산에 가긴 했는데 묻어줄수가 없어서 대충 기억나는 부근에다가 막걸리랑 사과조각 조금 뿌려줬어 지금도 멀찍이서 그 조그만 파란눈으로 나 잘있나 보고있을라나 나의 어리석음이 뱀에게는 간절했었나봐
사실 뱀 풀어줬던건 전혀 후회가 없지만 몰래 가지고 나온 그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어 철도 겁도 없는 어린 내모습이 답답해서 안타깝기도했고... 점집에 다녀온 이후로는 마음이 편해졌어
음... 글을 어떻게 마쳐야하나 뱀이 사악하다, 간사하다, 독하다, 뱀귀신 나쁘다 하는데 이런 뱀도 고맙다고 죽어서까지 도와주려할만큼 순수하다는거 동물 괴롭히는 인간이 제일 나빠😡
첫댓글 ㄱㅆ 막이슈펌
와...
와.... 소름돋고 신기하다ㅠㅜㅠ 뱀아,, ㅠㅠㅠ
와 신기하다 보면서소름돋네
와 신기하다 진짜 뱀주같은거좀 해먹지말자ㅠㅠ
헐 신기하다 인간이 제일 나빠 진짜
신기하구 짠하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짠하고 신기해ㅜ
와 진짜 신기하다..... 읽고 한번 더 읽었어
모든 동물들 다 행복하기를 ㅜㅜ
소름,,, 진짜 모든 생명 함부러 다루면 안됨ㅠㅠ 뱀아 행복해라ㅜㅜ
사진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