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인 줄 알았더니 오늘 새벽의 일이었네
각 포털사이트마다 파리올림픽 개막을 알리는 귀여운 이미지를 삽입해 보는 즐거움을 줬다
구글 이미지가 너무 귀엽다
선수들이 센강을 따라 입장한다는 예고에 이런 이미지를 넣었나 보다
배를 타고 센강을 가르며 입장을 하다니, 참 혁신적인 생각이라며 기대를 많이 하게 한다
네이버도, 다음도 에펠탑을 앞세운 이미지로 평범하지만 특징을 잘 살려 축하해 주는 분위기다
나는 특별한 개막식을 예고한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홍보에 들떠 이건 꼭 봐야 해 하며 티브이 앞에 앉았다
그것도 잠시 쪽잠을 자다가 새벽 1시가 좀 넘은 시간에 일어나서 말이다
새벽 2시 30분에 시작한다 했으니 다시 잠들기도 애매한 시간이라며
여기저기 채널만 돌려대다가 개막식을 알리는 요란한 아나운서의 음성에 토끼눈, 토끼귀가 되어 쫑긋
센강을 따라 유유히 등장하는 각국의 선수단 입장하는 모습은
정말 획기적이었고 멋진 상상력을 실현한 장면이었다
파리하면 센강의 낭만 아니겠는가
우리나라 선수들이 입장할 땐 갑자기 애국심 뿜뿜
환한 웃음들이 너무 좋아 졸음도 몰아냈는데
북한선수단으로 호명했다는 ~~~~
어쩔 거야 파리~~
선수단이 입장하는 장면은 전 세계에 중계방송했을 텐데
내가 보기에 가장 큰 광고효과를 본 업체는
다름 아닌, 바토무슈( Bateaux Mouches )가 아닐까 생각한다
패키지여행 때도, 가족여행 때도 이용했던 센강유람선 운행 업체인 바토무슈가 얼마나 많이 화면에 잡히던지
(워낙 선착장의 위치가 좋긴 하다)
파리올림픽위원회에 이미 거금의 스폰을 했을 수도 있다
센강을 따라가며 여행 때 걸어 다녔던 익숙한 곳이 비추일 때는
여행 추억도 되살아나고 반가웠다
그런데 파리가 전체적으로 욕심을 너무 과하게 부린 것 같다는 의심을
개막식 중 후반을 넘길 때부터 들기 시작한다
파리는 원래 명소가 많으니 경기 중계방송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화면에 담을 수 있을 텐데
파리의 모든 것을 오늘 다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강하게 드러났다
선수 입장 중간중간 지루함을 달래는 쇼를 구성했는데
가끔은 지나치게 길게 늘어져 지루함마저 느껴지게 한다
특별할 것이 없는 무대가 길어지면 하품이 자연스레 나오기도 한다
(하긴 한참 잠들어 있어야 할 시간이긴 했지)
특히 마지막까지 인내심을 갖게 한 부분은 성화 점화다
그동안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거쳐 파리에 입성했으니 이제 몇몇 의미 있는 사람들 손에 옮겨져 점화하면 될 것을
강에서 보트를 타고 다시 달려간다거나 모형말을 타고 달려간다
그것도 꽤 오랜 시간 달려가니 지루함에 하품을 해야 했다
거의 왔나 했더니
콩코드광장을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옮기며 들어서더니(건네받은 사람과 건네준 사람이 함께 뛴다),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 앞을 지나(그 사이에도 여러 사람의 손으로 옮겨갔다) 튈르리 정원의 동그란 인공호수가 있는 곳까지 단체로 뛰어간다
거기엔 의족을 한 사람이 두 명이나 있어 너무 오래 뛰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된다
그 시간들이 왜 그리 지루하던지
그리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드디어 열기구에 점화가 되었다
떠 오르는 열기구와 함께 울려 퍼지던 에디트피아프의 사랑의 찬가가 새롭다
난 이 열기구가 메인스타디움으로 향하겠지 했는데(나의 틀에 박힌 상상력) 움직임이 느리다
그리고 카메라는 에펠탑의 2층 공연장을 비춘다
거기엔
셀린디온이 다소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에디트피아프보다 더 애절하게 사랑의 찬가를 부른다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인지 그녀의 목소리가 더 애끓는 듯하다
특유의 청아함은 무뎌졌지만 폭발하듯 고음으로 애절함을 쏟아냈다
가장 멋진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아, 그런데 저 열기구 성화는 어떻게 되는 거야 하고 조바심을 하고 있는데
방송중계를 서둘러 끝내려는 아나운서의 조급한 멘트가 느껴진다
안돼! 끝까지 보여줘야지 하며 다른 채널로 옮겨보니 다들 중계방송을 끝내고 이미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나의 모자란 상상력은
이미 환해진 아침이 왔는데도 저 열기구 어떻게 되는 거냐고 하며 쉽게 잠을 자지 못한다
하루종일 헤롱거리며 열기구 성화 어떻게 했냐고 하면서 구시렁구시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