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사법시험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실무보다는 이론에 치우친 교육, 법과대학의 준고시학원화, 쓸모 있는 인재들의 고시낭인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초래, 그리고 암기식 수험법학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로스쿨 제도이다. 그러나 로스쿨이 도입된 후 사법시험제도 하에서 존재하던 문제점들이 모두 개선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물론 로스쿨이 도입된 이후 다양한 전공자들의 변호사 진출이 늘어났다는 점과 과거에 비해 실무중심의 교육이 강화된 측면과 잠시나마 고시낭인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로스쿨 체제는 공정성 부족, 경제적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희망의 사다리가 사라진 점, 고비용의 문제, 국제법이나 기업법무, 국제통상, 지식재산, 금융법무, 세무 관련법, 해상법무 등의 교과목들이 변호사 시험 필수과목이 아니라는 이유와 수강생 부족으로 폐강됨으로써 애초에 의도했던 특성화 교육의 취지가 사라진 점, 기초법학의 연구약화와 학문후속세대의 단절, 그리고 로스쿨 교수들과 비로스쿨 교수들 간의 갈등, 비로스쿨 법학과에 대한 차별정책으로 인한 법학교육의 황폐화 등 과거보다 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고 본다. 로스쿨 측에서 펼치고 있는 방어논리들 또한 일일이 근거를 들어 반박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는 진영논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첫째, 특별전형제도를 통해 사회적 취약계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만들어 주었다는 주장은 과거 사법시험제도 하에서는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소위 가진 자들과 중산층을 아우른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사법시험제도 하에서도 취약계층을 고려한 제도를 두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로스쿨 체제 하에서 취약계층을 고려한 장학금을 지급함으로써 그들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주고 사법시험을 병행하여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사다리를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둘째, 우리 사회가 다양화 되고 글로벌화 하는 추세에 비추어 전문적인 지식과 탁월한 어학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검사나 판사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시험 성적을 비공개로 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취약계층을 고려하여 다른 수험자들과 분리하여 특별히 배려하고 있는 현 제도처럼 전문적인 지식과 탁월한 어학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특별히 배려함으로써 공정성 시비를 비껴갈 수 있다는 논리로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성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셋째, 사법시험 체제 하에서 고시준비를 하는 비용이 로스쿨에서 공부하여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보다 많다는 논리는 로스쿨 학생들의 생활비를 고려하지 않고 있고, 비싼 등록금은 아예 진입장벽을 만들어 버림으로써 취약계층을 제외한 자들의 꿈을 박탈해버리고 있다는 논리에는 그 힘을 잃을 것이다. 즉 직업선택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자유인데도 문을 걸어 잠그고 그들이 선택한 소수의 자에게만 특혜를 베풀면서 이를 기회균등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처음부터 열려 있느냐의 문제로 접근할 문제를 처음부터 닫아놓고 필요하면 문을 열어주는 것 또한 기회균등의 문제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의 기여입학제에 대해서 왜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지 되새겨 보면 그 답이 나올 것이다. 넷째, 다양한 전공자들을 선발하여 교육하고 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착시현상일지 모른다. 합격률에 신경을 써야 하는 로스쿨 측에서 보면 향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갈수록 떨어질 경우에도 지금처럼 계속해서 다양한 전공자들을 배려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로스쿨은 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지만 왜 이렇게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것인가? 만일 로스쿨의 본래 도입취지를 그대로 살리고 기회균등의 문제 등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이러한 갈등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산적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많은 검토과정 없이 바로 로스쿨 체제로 일원화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독일이 로스쿨 제도를 시행하다 폐지했던 일은 아주 좋은 예이다. 따라서 사법시험 응시횟수를 제한하거나 비로스쿨에서도 실무교육을 강화하는 형태 등으로 기존의 사법시험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개선한 형태의 사법시험과 변호사 시험을 7년 내지 10년 정도 병행하여 시행하고 나서 그 평가를 통해 일원화하더라도 결코 늦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랫동안 로스쿨 제도를 시행해온 미국에서 제도의 공정성과 기회균등의 문제가 왜 나오지 않고 있는가? 그리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도 공정성과 기회균등의 문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여 준칙주의를 관철한 일본의 경우에도 지금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을 예견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늦게나마 구조조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나감으로써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가치를 지켜내고 있지 않은가? 이에 반해 우리는 바람직한 법학교육의 정상화라는 목적보다는 변호사들의 밥그릇에 집착함으로써 기회균등과 공정성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버리는 우를 범하였고, 결국 사회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필연코 그 대가를 치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대가는 한국법학교육의 몰락과 독일이 맛보았던 변호사들의 질 저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