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늘 오늘만 같아라!
2023년 5월 1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열이튿날
"아따야~
볼시로 5월이 왔삤네!"
5월 첫날,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혼자 지껄였던 말이다.
먼 남쪽 바다의 섬, 고향 남해를 떠나온지 56년,
33년 세월 서울과 인천에서의 도시생활을 접고
23년째 이곳 강원도 평창의 봉평 설다목 산골에서
산골살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고향 경상도 사투리와 억양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른 아침 지껄였던 말을 서울과 강원도 말로 하면,
서울말로 하면 이럴 것이고
"우와~
벌써 5월이 와버렸네!"
강원도 사투리로 표현하면 이렇겠지?
"어머야라~
하마 5월이 왔더래요!"
그건 그렇고 지난 간밤에 잠시 빗방울이 듣는가
했더니 이내 천둥번개까지 치면서 한바탕 굵은
비가 쏟아졌다. 잠이 들어 언제까지 내렸는지는
모르겠다. 예보에도 없었던 비가 내린 산골이다.
차창이 살짝 얼었다. 한새벽엔 영하로 떨어졌던
것 같다. 아침 기온이 많이 떨어져 영상 1도이고
안개가 자욱한데 서리가 조금 내려 차가운 아침,
어제 그렇게도 거세게 불었던 바람은 잠잠하다.
하늘에 부탁을 하나 해본다면, "제발 이제 서리는
내려주는 심술은 그만 부리시고 따스한 봄으로
그냥 갑시다!" 라고 말하고 싶다. 5월 중순까지
이따금씩 서리가 내릴 것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기 쓰다말고 원주에 다녀왔다.
주말이라 이모들 보고싶다고 조카 딸내미가 지난
금요일 오후에 내려와 함께 즐겁고 신나게 재밌게
지냈다. 이모들은 딸내미 좋아하는 음식, 맛있는 것
해먹인다면서 고민과 고생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모부인 촌부와 이서방은 원님 덕분에 나발 부는
격으로 딸내미 덕분에 맛있는 것 많이 잘먹고 아주
즐겁게 잘 지낸 주말이어서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보니 딸내미는 우리집안 분위기 메이커이다.
그래서 혼자 시외버스를 타고 어제 오후 가겠다고
했다. 허나 조금이라도 더 이모들과 함께있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출근시간 늦지않게 태워다 줄테니
마음껏 이모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라고 했더니
어찌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녀석이 오면 단지가 꽉
찬 느낌이고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아 우리도 좋다.
아침에 가면서도 차안에서 조잘조잘 금새 도착을
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내려주고 돌아서는
마음이 왠지 모르게 허전하기까지 했다. 딸 자식
기르는 아비의 마음이 이렇겠지 싶었다. 이따금씩
영주에서 원주까지 딸내미 데려가고, 데려댜주는
녀석의 아빠 장서방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았다.
어제 저녁무렵 이장 부부가 카페에 올라와서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마을
제수氏가 이장 부인에 전화를 하여 "오라버니가
혼자 하우스에서 고추모종을 심고 있는데 가서 좀
도와주지 않고 뭐하냐?" 라고 했더란다. 부랴부랴
이장 부부가 내려가고 카페 정리를 한 다음 이서방
자동차를 타고 우리도 내려갔다. 하우스에서 마을
형수님, 제수氏, 아우는 모종을 심고 두 동서 우린
모종판을 들고 이랑에 모종을 놓아주는 보조역할을
했다. 여럿이 함께 하다보니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일을 마치자마자 주인장 아우는 숯불을 피웠으며
제수氏는 저온창고에서 커다란 박스를 들고나와
촌부가 가서 받았다. 묵직했다. 박스를 갖고와서
살펴보니 양갈비 프렌치랙이었다. 마당에 숯불을
피워놓고 구웠더니 그 맛이 정말이지 일품이었다.
이장 부부가 막걸리와 두릅을 데쳐왔고 제수氏는
명이나물 장아찌를 비롯한 각종 반찬들과 양념을
내왔다. 그리고 지난 설명절에 촌부가 선물했던
와인을 아껴두었다며 내왔다. 처음에는 일곱 명이
시작했는데 하나둘 마을분들을 불러 모으다보니
끝날 무렵 인원수를 세어보니 열두 명이나 되었다.
너무나 즐겁고 흥겨운 마을 잔치가 되고 말았다.
오늘 아침에 원주까지 조카 딸내미 출근을 시켜야
해서 여느 모임 때 처럼 마음놓고 술을 마실 수가
없어서 막걸리 석 잔에 만족을 해야만 했다. 후식은
집안으로 들어와 기정떡과 수박, 커피로 마무리를
했다. 일은 아주 조금 했는데 대접은 너무 후하게
받았고, 마을분들과 재밌고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갖게 해준 촌부의 산골살이 멘토인 아우 부부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그 자리에서 그랬다.
"내일은 또 거들 일이 없는가? 얼마든지 오겠네!"
라고 우스개 소리로 말했더니 마을 아우 하는 말,
"날마다 잔치하면 우리집 거들난다니!"라고 하여
모두 웃었다. 한마디 더 이렇게 말하고 마무리를
했다. "늘 오늘만 같아라!" 라고...
첫댓글 멋진
매일을 응원 합니다
고즈넉한 풍경속에
구수한 사투리가
재미있네요.
활동사진이 바쁘게 돌아가니 활기가
넘칩니다.
행복한 5월 맞으세요.
양고기 파티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