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으로 지난주 오지 무박 산행을 참석하지 못하였다. 영남알프스 밀양 인근 오르락 내리락 하며 22Km 를 달렸다고 한다. 부럽기도 하고, 참석을 할 수 없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몇 년 전 스키타다 다친 왼쪽 무릎이 올 겨울 신경쓰일정도로 시리고, 오른 발등은 이유없이 무겁고 뻐근하다. 그래서 인지 요즘은 먼 거리나 위험한 구간은 지레 겁먹고 피하게 된다.
지난주 빡센 산행이었으니, 당연히 금주는 닐리리 산행일 것이다.
금요일 밤 늦은 회의를 마치고, 감기기운을 날리려, 자연님이 주신 레몬 생강차를 마시고 잠에 든다.
새벽 5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미리 옷장에서 꺼내, 방 침대 한 곁에 정리해둔 등산 옷들을 챙겨입니다. 양말, 속옷, 바지, 윗도리, 아우터, 그리고 냉장고에서 오뎅꺼내 현관문 앞 다용도 실에 준비해둔 배낭에 넣고, 등산화 신는다. 아파트 현관 나오니 제법 쌀하다. 아차 핫팩을 두고 왔구나.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 헉헉 대며 휘문고 언덕을 올라 삼성역에 도착한다. 타이밍 좋게 기다림 없이 2호선 성수행을 타고 강변역에 도착한다. 이때 옆으로 누군가가 재빠르게 계닥으로 뛰어간다. 모닥불님이다. 불러볼 겨를도 없이 쌩~~ 사라진다.
영희언니 없는 두메님 버스에 첫 승차한다. 짐 정리하고 있으니, 대간거사님과 해피님을 비롯하여, 오늘의 멤버들이 속속 도착한다. 다올님과 원더님이 도착하고, 조금 후에 산정무한님이 도착한다. 원더님은 얼마전 가슴뼈에 조그만 종양이 발견되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다행히 악성이 아니라고 판정이 났다. 무한님은 부정맥으로 인해 추운 겨울 산행은 피하시는데, 겨울 오지를 위해 특수 내복을 사셨다고 한다. 어떤 내복인지 이날 목욕탕에서 보지 못했다. 제일 늦게 입장하고 제일 늦게 나오는 나로서는 .....
오지버스는 하남을 거쳐 일보님을 태우고, 봉평으로 고고씽! 무불은 잔다. 자고 또 자고. 잠결에 어디 휴계소인지는 모르나, 다들 휴게소 기온이 영하 14도 라고 하고, 봉평 기온은 영하 16도 라고 한다. 잠결에 아씨~~. 버스가 덜컹거리고 방지턱을 계속 넘는 것을 보니, 산행 채비를 해야할 시간인가 보다. 아니라 다를까 대간거사님이 "무불 깨워" 하신다. 주섬 주섬 등산화 끈 매고, 스패츠는 귀찮아 산행중에 차는 것으로 하고 준비 마친다.
산행 출발이다. 날씨는 맑으나 공기는 꽤나 차다. 매섭기도 하고. 상쾌하기도 하고. 들머리를 지나 산속으로 들어간다. 양지 바른 사면에 눈이 많이 녹아서 인지 그리 깊지는 않았다. 천천히 조금은 거친 경사를 꾸준히 오른다. 모닥불님의 휴식 출발 구령이 몇번 반복되었을까, 오뎅 끓이고 솔방울 주로 기관지를 조금 넓혀 본다. 너무 차가운 날씨는 나에게는 무리가 있다. 천식으로 인해 기관지가 계속 좁아져 가끔 알콜로 기관지를 넓히곤 한다. 그리고 기관지에 최고로 좋은 약재인 더덕이 있기에 걱정하지 않는다.
오늘 주전 선수들은 땡땡이를 치는 지, 그분들이 나가셨는지, 분주하기만 하고 실속이 없다. 와중에 갑자기 다올님이 등로를 살짝 벗어나 사면으로 가길래 나도 따라 가보니, 더덕줄기 2개가 보인다.
이 곳에서 더덕 줄기를 3개 찾았으나, 수확은 2개. 이때 벌써 시간이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고도를 높여 갈 수록 눈은 점점 더 깊어지고, 바람이 일렁인다. 차가운 날씨에 장갑을 벗으면 금새 손이 얼어버린다. 모닥불님이 주신 김병장을 왼손 오른손 바꾸어 가며, 시린손을 달래며 전진다.
하늘은 예쁘게 파랗다. 옅지고 진하지고 않은 딱 이쁜 파란색. 푹 푹 빠지는 눈이 성가셔, 조망 포인트에 사진 찍으러 가기도 만만찮다. 저기 멀리 발왕산 스키슬로프가 보인다. 저기 어디에서 어느 해 왼쪽 무픞이 꺽어졌었다. 올해 유난히 성가실 정도로 불편함을 준다.
날씨도 춥고 많은 눈으로 인해 산행속도가 나지 않는다. 회령봉을 거쳐 보래령 능선으로 산행을 잡았으나, 이미 시간은 오후 3시를 넘기고 있었다. 최근 눈 산행중에서도 회령봉으로 가는 이 구간의 눈이 가장 깊은 듯하다. 건조하고 보드라운 눈이라 미끄럽지는 않지만 깊이가 깊다보니, 선두에서 러셀하신 산정무한님이 오늘 고생을 많이 했다.
하산 구간은 안전한 능선으로 쭈~욱 내려온다. 이런 눈은 다칠 염려가 없고 아주 부드러워 주저 없이 팍 팍 딛는다. 어느새 하산지점에 다다랐고, 도록 인입 구간까지도 그리 멀지 않다.
하산후 하이파이브 하고 홍천으로 이동한다. 편도 1차 선 앞차의 서행으로 인해 오지버스도 천천히 이동한다. 천천히 가니 버스가 튀지 않아 편안하다. 산행도 편안히, 버스도 평온히. 평소 오지버스 속도면, 방지턱 넘을 때 제일 뒷자리는 엉덩이가 최소 10센티는 뜬다.
목욕하고 알찬 더덕 3개로 만든 더덕주 마시고 오늘 산행이야기 한다. 그리고 원더님 건강을 위한 조그마한 행사도 하고 그렇게 오늘 일정을 마무리한다.
겨울산행이 힘드신 산정무한님이 러셀도 맡아서 하시고, 밥도 뽂으시고, 식사도 계산하시고 역시 산정모한이십니다. 짝짝짝!
에피소드 I
모닥불님 바라기인 무씨들 산정무한과 무불은 당분간 산정모한, 모불로 불리고 있음.
에피소드 II
간만에 꿈을 꾸었다. 오지산행 후 팀원들과 시골 마음 잔치집에 초대 받아, 거기서 마을 사람들로 부터 대접을 받았는데, 술에 취한 난 잠이들었고, 잠이깨니 다음날 이었다. 오지팀은 나를 두고 귀성해 버렸고, 나는 먼저 걱정하실 부모님을 위해 전화해 자초지종 설명한다. 무슨 일인지 이 잔치집 사람들이 나에게 너무나 잘해 주시고 더 머물라 하시어, 어찌할 바를 모르다 잠이 깼다.
모두들 건강하시어 오랫동안 같이 산행합시다. 자주 건강검진 받으시고, 몸관리 잘 하소서.
첫댓글 그 깊은 산 그 깊은 눈 속에서 더덕을 캐 내신다는 게 대단합니다.
아마 산삼보다 더한 효능이 있겠지요.
맛깔나는 산행기 한편의 독립영화를 보듯 재미와 흥미가 있습니다 우리오지팀의 산행은 개개인 삶에 깁숙히 자리잡고 있는것 같습니다 오지팀 멋집니다^^
옳습니다. 오지팀의 산행은 단순한 산행과 달리 우리 모두의 삶을 단단히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이호강하는 멋진조망과
아름다운능선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
원더를위해 걱정해주시고 위로해주셔서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현장감있는 산행기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오지를 위하여 ~ ~~
두분 더욱 건강하시어, 오래도록 알찬 산행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