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건축의 혁신, 최신 네덜란드 아파트 경향 (1)
작년 서울시 방문단은 도시건축 혁신디자인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했다. 이윽고 창의적인 건축을 위해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를 퇴출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했는데, 그러한 사례 중 혁신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네덜란드 최신 아파트 건축 사례를 2부에 걸쳐 몇 군데 소개하고자 한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독특한 ‘슬라위스하위스(Sluishuis)’ 외관. (좌)전면 진입부, (우)수변공원 측
도시 블록에 대한 기발한 해석, 슬라위스하위스 (Sluishuis)
슬라위스하위스(Sluishuis)는 암스테르담 에이브르크(IJBurg) 신도시 지역에 최근 신축을 완료한 워터프론트 하우징이다. 총 442세대(분양 73세대, 임대 369세대, 선박주택 30척 포함)로 이루어진 이곳은 수변주거로서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하지만 사실 지하 2개층 주차장을 확보한 아일랜드(Island)식 수변 건축이다. 본래 2002년 설계공모를 하였지만 좌초되었다가 2016년 재공모하여 현재의 안이 당선되었다. 공모의 지침은 건축물은 12층 규모 정육면체에 중앙에는 정원(Court)이 있는 중정형 주거블록이어야 하며 중정은 공공공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수변과 입구부를 비스듬히 잘라내면서
개방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계획안”
당선안은 이 지침을 유지하되, 수변과 입구부를 비스듬히 잘라내면서 개방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계획안을 제시하였다. 자연스럽게 열려진 중정으로 바로 수변을 접할 수 있으며, 한켠에 마련된 어린이 공원에 이웃 아이들이 뛰어 놀기도 한다고 한다. 에이브루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이 건물은 대부분 임대주거로 구성되었으며, 39㎡부터 117㎡ 팬트하우스 유형까지 골고루 차별없이 조화롭게 섞여 공존하고 있다.
바로 수변으로 열린 뷰를 제공하는 중정.
쌓아진 고층 아파트가 만들어내는 골짜기, 밸리(The Valley)
암스테르담 남측의 국제업무지구인 자우다스(Zuidas)지구는 지속적인 개발이 이루어 지고 있는데, 최근 완공된 여러 주거건축이 눈길을 끈다. 대부분 발코니와 테라스가 강조된 입면을 통해 각 건축이 창의적이고도 차별적으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데, 그중 ‘밸리(Valley)’는 단연 돋보인다.
누구나 올라갈 수 있는 수직 오픈공간, 밸리의 한 부분
3개동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은 저층은 상업, 업무(오피스)시설로 이루어진 주상복합건축이다. 1,2층은 로비 및 리테일(레스토랑, 상점 등)이 구성되어 있고 7층까지 오피스 기능인데, 2개의 골짜기를 따라 일반시민들도 접근할 수 있는 외부공간이자 상업가로이기도 하다. 최상층 27층에는 일반인이 방문가능한 스카이바가 있어 주변 경관을 내려다 볼 수도 있다. (사실 이 곳은 최상층 경관보다 밸리를 걸어올라가며 느끼는 공간감이 더욱 즐겁고 아름답다.)
이 범상치 않은 주상복합건축은 불규칙하게 올려진 단위세대들의 사이에서 발생한 독특한 발코니가 아름다운 입면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기차길 방향으로는 유리 커튼월로 단순화하여 내부 골짜기의 복잡함을 더욱 더 대비하여 강조되게 만들고 있다.
이곳도 1인용 스튜디오(55㎡)부터 일반 가족세대 타입 및 고급 펜트하우스까지 다양한 타입이 공존하며 상업, 업무시설의 타 기능과 복합화하여 도심 내 다기능적 복합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공공공간의 복합화, 입체화에 대한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사실 이 곳은 최상층 경관보다
밸리를 걸어올라가며 느끼는
공간감이 더욱 즐겁고 아름답다.
기차길로 등져있지만 투명 유리 커튼월로 주변을 함유하는 밸리
암스테르담 자우다스 지역에 있는 발코니와 테라스가 강조된 아파트들. 왼쪽부터 더 구스타프(The Gustav), 썸머타임(Summertime), 더 조지(The George).
역사와 공존하는 미래, 페닉스 로즈(Fenix Loads)
로테르담 도심에서 가까운 구 항만은 지속적으로 재생 중이다. 그 중 제 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긴 창고였던 페닉스 창고가 독일군 폭격을 맞아 두 동강이가 나면서 페닉스 1, 2 두 동으로 나뉘게 되었는데, 그 중 한곳이 최근 주거 및 복합시설로 개발을 완공하였다.
‘페닉스 로즈(Fenix Loads)’라는 이 아파트는 저층 기존 창고부에는 문화, 상업, 커뮤니티 시설을 확보함과 동시에 역사성을 보존할 수 있었고, 상부에는 거대한 매스로 아파트를 올리되, 극적인 연출의 매스감과 디자인으로 용적을 소화해낼 수 있었다.
보행교를 건너 만나게 되는 ‘페닉스 로즈(Fenix Loads)’
1층에 자리하고 있는 ‘페닉스 푸드 팩토리(Fenix Food Factory)’는 페닉스2에 있었던 시민 자발적 푸드마켓으로, 페닉스2가 박물관으로 리모델링 됨에 따라 페닉스1에 재배치하게 되었다. 7개의 로테르담 내 가게 주인들은 합심하여 낙후된 공업용지였던 이곳을 밝은 모두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게끔 한 일등공신이다. 현재도 많은 시민들이 자주 찾는 의미있는 공간이다.
이렇듯 시간과 역사의 층위를 간직하고 또한 그 내용을 활용하여 미래의 쓰임을 얹은 대표적인 ‘적응적 재활용(Adaptive Reuse)’의 사례이기도 하다. 아파트 개발을 위해 전면 철거를 우선 고려하는 편협된 생각을 환기시키고, 또한 오래된 근대역사건축을 박물관적 보존만이 아닌 ‘아파트’로 적극적 재활용을 고려하는 혁신적인 생각도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의미가 크다.
1층에 자리한 ‘페닉스 푸드 팩토리’는 수변을 테라스 삼는다. 이제는 보도로 쓰이는 철길과 사이사이에 심겨진 식물은 공간에 풍부함을 더한다.
이렇게 타 도시에서 발생하는 다른 사례들을 보면서 우리와 비교하여, 현실 불가능하다고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혁신적인 디자인의 겉 모습만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렇게 창의적인 건축이 나올 수 있게 한 원리나 배경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만의 창의적 건축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