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 공항은 마치 시장바닥 같았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까지 내려 공항은 어수선 했지요
공항내부 바닥은 맨 땅이었는데 비가 스며 질퍽거리기까지 했습니다
이스탄불은 고대로마 문명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아주 유명한 도시인데
공항시설은 영 별로데요
영화 007의 무대로 자주 나오는 곳이기도 하죠
짐을 찾는 시간..
어떤 여행객들은 차분히 기다리고 있고 어떤 사람은 여기저기 왔다갔다하며 자기 짐을 먼저 찾으려고 주변을 정신없게 하기도 하고...
여기서 한가지 이상한 점은 분명 여행객도 아닌데 수화물 캐리어가 돌고 있는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터키인들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여행객 짐을 실어주는 짐꾼들인가 보다 했는데 현지 교민(비행기를 같이 타고 간) 이야기로는 여차하면 남의 짐을 들고 사라지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조심해야겠데요
환전소를 찾았습니다
얼마나 환전을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마중 나온 모기업의 주재원이 5달러만 바꾸라고 해요.
아니... 5달러가지고 어떻게 다니라고?... 의아해 하는데 많이 바꿀 필요가 없다고 하데요
10달러어치 환전을 했습니다
그런데 터어키 지폐를 왜 그렇게 많이 주는지....쇼핑백 가득히 담아 주더군요
그것도 단위가 100,000 이 적힌 지페만....
엄청 부자가 된 기분 아시나요?
그 이유를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감을 잡았지요.
택시를 탔죠
메타기를 꺾는데.... 기본요금으로 표시되는 금액이 무려 2,700,000리라 더군요 (터키 화폐단위는 터키리라 / TL)
정신없데요.
무슨 이런 나라가 다 있어? 하는 생각으로 호텔까지 왔답니다
저녁식사를 하러 호텔근처 식당을 갔습니다
메뉴판을 열자 보이는 것은 온통 숫자뿐....
스테이크 50,000,000 TL
무슨음식 45,000,000 TL
이 음식 60,000,000 TL
저 음식 100,000,000 TL 뭐 이런식이지요
난감 또 난감....
영어를 좀 아는 종업원이 설명하는 데 그때서야 알겠더라구요
위 음식들 가격은 달러로 환산하면 불과 10달러-20달러 정도...
당시엔 850원 할때니까 8,500원에서 17,000원정도지요 (고급식당 가격임)
그리고 더 웃기는 것은 외국인에게서는 자기나라 돈을 안받고 달러나 엔화 마르크화등 외국돈만 받는답니다
그래서 공항에서 환전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인플레가 너무 심해서 (무려 100% 이상) 터어키 돈은 자고나면 가치가 푹푹 떨어집니다.
그러니 달러를 선호할수 밖에요. 달러는 자고 나면 그만큼 가치가 오르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호텔 한구석에 자리잡은 슈사인맨 조차 달러만 달라고 하데요.
구두 반짝반짝 닦는데 50센터.. 보통 팁까지 합해 1달러면 최고 대우를 받지요
터키의 화폐 단위에 머리가 핑핑돕니다.
터키는 경제 불안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물가가 오르고 화폐가치는 계속 추락하고 있었죠. 그러니 터키에 오래 머문다고 해도 거액의 터키 돈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지요. 우리가 가진 가장 큰 화폐가 10,000원인데 터키는 무려 5,000,000TL 이나 됩니다
다. 동전 하나면 해결될 케밥(우리돈으로 500원)하나를 사먹어도 지폐를 몇장이나 챙겨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터키는 정말 소중한 역사적 문화재가 많고 주요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번 쯤은 꼭 가볼만한 나라입니다
특히 훈족(돌궐=투르크/ 흉노족)의 후예이므로 우리와 어쩌면 팔촌쯤 되는 민족이지요
아참! 결국 10달러어치 바꾼 터어키 돈은 3일동안 있으면서도 다 못쓰고 남은 돈은 호텔에 그냥 두고 깨끗한 몇장만 기념으로 갖고 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