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페미에요? - 어? 왜? - ‘포스트 휴먼 페미니즘’ 그거 페미 책 아니에요? - 맞아. 근데 너 페미니즘이 뭔지 알아? - 알아요. 그거. 여성 우월주의잖아요. - 너는 페미가 여성우월주의라고 생각해? - 네! - 그럼 선생님은 네가 생각하는 페미니스트가 아닌데? - 그럼 어떤 페미니스튼데요? - 음...어떤 페미니스트냐고? 음...넌 남자야? 여자야? - 남자죠. 그걸 왜 물어봐요? - 남자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니? - 아뇨. 그거 남녀 차별이잖아요. - 그래. 남자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거에 반대하는 거. 그게 페미니스트야. - 네? - 너 골목에서 남자 어른들이 너한테 우르르 몰려오면 그 사이로 지나갈 수 있어? - 네? 글쎄요. - 왜? 무서워? - 선생님은 안 무서워요? - 무섭지. 그 남자들에게 무서워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게 페미니즘이야. - 그게 무슨 페미니즘이에요? - 너 형이 있다고 했지? - 네. - 네 형이 너한테 자꾸 심부름 시킨다며? 너 형 심부름 하는 거 좋아? - 아뇨. 그게 왜 좋아요? - 근데 왜 심부름을 해? - 안 하면 형이 화내니까요. - 형이 무서워? - 네. - 동생한테 따듯하게 대하자고 하는 게 페미니즘이야. - 그게 왜 페미니즘이에요? -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게 페미니즘이 아니라, 너처럼 어리고 약한 남자도 나이 많고 강한 남자와 동등하게 대하자는 게 진짜 페미니즘이야. 이런 페미니즘은 좋지 않니? 선생님은 이런 페미니스트야. 어때?
#선생님페미에요? #별걸다물어보는아이들 #페미니즘에대한생각
덧. 사진은 크리스토퍼 M. 팔머의 브레인 에너지 첫 페이지. 정신질환으로 시달린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애쓴 그의 노력이 누군가를 구하는 새로운 이론의 틀을 만든 계기가 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든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나도 크리스토퍼 M. 팔머처럼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부모와 다른 아이들 (앤드류 솔로몬 지음, 열린책들)
1. 화장을 하고 귀걸이를 하는 남자 아이가 있었다. 목소리는 여자아이 같았고 여자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편안해 했다. 있는 그대로의 아이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막상 내가 생각하는 젠더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아이를 만나면 당황하게 된다. 그대로 두어도 될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2. 첫 아이를 가졌을 때 하는 검사가 있었다. 다운 증후군을 가진 아이인지 살펴보는 검사였다. 아내와 나는 검사를 하지 않았다. 혹시 아이가 다운을 갖고 태어나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째와 둘째가 태어나고 몇 년 후 좋은 책 하나를 알게 되었다. 바로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란 책이었다.
3. 질병으로 치부되던 어떤 상태를 정체성으로 수용하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책은 목차부터 흥미로웠다. 자, 목차에 등장하는 낱말을 아래에 순서대로 적어 볼 테니 주의 깊게 읽어보자.
4. 왜 1장의 제목이 아들이었을까? 바로 저자 자신이 게이라는 젠더 정체성을 가진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한 번도 직접 만나 본 적이 없는 게이의 삶이 1장에 소개되었고, 그가 겪은 시련과 고통이 책의 다른 목차에서 소개된 사회적 소수자들 이야기에 빗대어 그려졌다.
5.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특성에 압도되지 않고 어떻게 각자의 삶을 헤쳐 나갔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의 가족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다양성이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가치 있게 해주는 이유가 된다는 걸 말하고 있었다.
6. 저자인 앤드류 솔로몬이 각 개인이 가진 특성의 학문적 개념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가진 특성을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스토리를 모아놓은 이 책은 소수자 당사자와 그 가족, 그리고 당사자를 둘러싼 사람들 모두가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 나부터 내 아이와 우리 반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더 넓고 깊어졌기 때문이다.
7. 모든 인간은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세계 인권 선언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바로 교육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바로 이 책을 읽고 나서였다. 교육이 해야 할 일은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서로 돕는 삶의 방식을 갖도록 하는 데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