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프다, 그 여인이, 첫사랑의 그 여인이.
이름도, 성도, 얼굴도 모르는 그 여인, 그러나 끝 모를 사랑이다.
정확히 스무 살의 여름, 친구 세 명과 함께
제주도 중문해수욕장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나니
해는 기울고 폭풍주의보가 막 풀렸지만 먼 파도는 굼실댔다.
바다, 태어나 처음 만나는 바다.
바다는 모두를 ‘바다’들이는 자, 그에 안기리.
친구들이 저녁밥을 짓는 사이, 들뜬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서서히 그에게 안긴다, 발등을 넘어 무릎을 지나 골반을 거쳐 가슴까지 맡기는 순간,
너울~ 파도가 울먹이며 모래를 훑자 지탱할 곳을 잃은 발바닥이 뜨며 그에게 잠긴다.
처음 만난 죽음의 혓바닥.
소금기의 타액이 짜지 않다.
찰나의 주마등으로 일생이 스치고
죽음의 과정이 걱정일 뿐 공포는 사라진다.
파도에 밀리다 문득 부이(buoy)를 발견하곤 몸을 맡긴다.
바람은 거셌고 파도는 높았다, 구조는 쉽지 않았다.
어렵게 구해준 해경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친구들은 이상하게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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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달이 지난 육지에서의 가을, 친구가 입을 열었다. :
네가 조난당했을 때 해경이 손을 쓰기엔
장비가 열악하고 위험부담이 커서 의론이 분분한데
우리는 네 시신도 없이 네 부모를 만날 생각에 정신이 아득했다.
그 순간에 의론에 종지부를 찍은 ‘영웅’이 나타났다.
까만 원피스 수영복에 긴 머리의 늘씬하고 아리따운 여인이
바다에 뛰어들더니 거친 파도를 뚫고 너를 향해 헤엄쳐 갔다.
단신으로, 아무런 장비도 없이, 오직 너를 구하기 위해.
관광객은 걱정 속에 환호했지만 해경은 그렇지 않았다.
해경 몇이 바다에 뛰어들어 그녀를 강제로 끄집어내곤
같이 죽을 일이 있냐며, 무모하다고 힐난을 했다.
해경들은 이제 단 하나의 선택만 남았다 ; 두려워하지 않을 것.
무모할지라도, 영웅적 여인과 이에 감동한 관광객의 시선이 저리 시퍼런데.
그렇게 나는 육지로 돌아왔다는데, 해녀라는 풍문의 그녀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사건의 그날, 얘기를 해주지 않은 친구들을 속으로 원망하면서.
사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애달프게 보고 싶은 유일한 여인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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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헤어짐으로써 영원히 맺어지는 것이다.
삶의 의미도 죽음이 만들어준다, 빛나는 삶은 죽음의 작품인 것이다.
탁구인, 가장 빛나는 탁구사람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의미일까?
정상을 향하다가, 정상의 쓸쓸함과 허허로움을 알아
산의 중턱에 머물며 절로 피는 꽃을 보고
내 뜻을 묻지 않고 우는 새를 듣고
계곡물 시끄러워도 가슴 고요한,
'나'를 느끼는 자가 아닐까.
정상의 내가 어느 날인가는 누군가에게 첫 패배를 당하고
다시 누군가에게 열 번째의 패배를 당하며 서서히 무너져 내리다
패배의 모래알이 쌓인 사막의 모래언덕으로 고요와 안정을 이룰 때
평온하고 화락하여, 오직 즐기는, 진정한 탁구사람이 되는 것이리라.
영원한 사랑은 이별이 만들고
찬란한 삶은 죽음이 만들듯
드높은 탁구사람은
패배조차도 즐거운 초연(超然)의 땅에
오연(傲然)히 서있는 득의(得意)의 자일 것이다.
첫댓글 와우...실화인가요?
네. 수십 년을 보고팠던 여인, 만날 수 없어 더욱 안타까운 사랑입니다.
친구의 얘기는 해경이 같이 죽을려고 작정했느냐며 그 해녀의 뺨을 때려 그녀가 모래밭에 쓰러졌다는데...
잘 못 봤거나 오해일 겁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지요.
아마도 해경 자신들이 해결할 일을 무모하게 가녀린 여인이 뛰어드니
감정이 격하여 바다에서 끄집어내는 과정이 조금 과할 수는 있겠지만요.
하여튼 미칠 것 같았습니다, 보고파서, 더구나 여름이 오면 견디기 힘들었지요. ㅜㅜ
은퇴하는 선수들의 기분이 이렇겠지요. 탁구와의 이별은 그에게 또 다른 사랑을 만나게 하고, 그리곤 이따금씩 탁구를 그리워하고....
적응이지요.
자연으로의 회귀를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분이 '늙음'이지요.
늙음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순응이 체득되면 삶이 부드럽고 편안해지지요.
가끔 과거의 나 닮은 젊은이의 근육과 패기에 자신을 견주며 고운 미소를 띄는 그런 늙음이고 싶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잠깐 마음 비우면 모두가 사랑입니다.
하루마다 손가락 길이로 자라는 냉이.
어제는 없었는데 오늘 쑥쑥 올라온 쑥.
사망의 마디에서 붉자주 꽃을 피운 라일락을 보고 설핏 눈물이 돌더군요.
보이는 것마다 아름답고, 들리는 것마다 사랑입니다.
그래서였군요. 쓰시는 글마다 깊이가 아주 깊다고 느껴지는 느낌이
젊을 적, 몇 년을 아팠답니다.
푸른 청춘이 무덤을 그리워하고
꽃 대신 벌레가 갉아먹은 상수리잎을 더 사랑했던,
병적인 청춘의 시절이 있었지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젊을 적보다 늙은 지금이 훨씬 행복하고 즐겁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
저는 이 카페가 좋습니다.
좋다보니 가끔 이런 '철없는' 글도 올리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짠하네요, 많이 아프셨을 듯.
붙잡고 싶은 마음, 지고 싶지 않은 오기...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순응해야만하는 시기에 제가 조금 빨리 온 거지요.
저는 탁구라는 산의 중턱도 아닌 산기슭에서만 놀고 있어
사실 탁구에서는 어린아이입니다. ㅎ
혹시라도 그 여인이 지금 지긋한 나이에 탁구를 친다면 ...그리고 혹시 이글을 보게 된다면....
40년만의 극적인 조우가 가능할 수도... 그러면 아름다운 영화 한편 탄생하겠네요.. .^_^
그때가 1973년,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만나거나 찾을 방법이 전혀 없었지요.
극단의 방법은
내가 장관 이상의 신분이 되거나
유명한 운동선수가 되어 매스컴에 그 일을 올린다면 가능하겠지만
저는 말단 공무원도 되지 못하였고
탁구도 아직 6부라서...
정말 볼 수 있는 기적이 있다면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어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백발과 주름이 더욱 아름답겠지요.
오늘도 아름다운 언어로 저 고요한 저녁 달빛을 일렁이게 하시는군요~
몸이 낡았으니
입만 뻐끔거립니다.ㅋ
진정한 즐탁의 경지로 느껴지네요..
아직 소망한다는 것.
그 경개에 가고 싶다는 것.
항상 아름다운글 잘보고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고맙습니다.
왼손 탁구는 어찌 되어가는지요??
아~ 기억하시는군요.
지금 뒤죽박죽입니다.
오른쪽 어깨를 다쳐 왼팔로 친 지 6개월.
많이 좋아져서 오른팔로 다시 시작한 지 보름.
어제 시합을 나가서 참담하게 깨지고 왔습니다.
(제가 예선은 거의 통과하는 편인데 예선에서 전패했습니다)
어제의 충격으로 탁구를 그만둘까, 아니면 진정한 즐탁을 할까 고민중입니다.
일단 며칠 쉬며 정리를 해야겠지만,,,, 오른팔은 접어야할 것 같습니다.
조금씩 아프고 다시 큰 부상을 당할 것 같아 맘껏 휘두를 수가 없네요.
거기다 왼쪽 허리와 엉치가 아픈 것은 허리의 회전 때문이라 여겨지니,
왼팔로 치면 우측으로 회전을 하게 되어 좌측 허리의 부하가 덜 걸릴 것이라 생각되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