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 성당 ?
중요한 것은 사소하고/사소한 것이 중요하다//살아오느라 살아갈수록/못내 갈망했던 그것들이/누릴 가치가 없는/사소한 것이었다는 것은/사소해진 지금에서야 안다//실패도 성공도/소유의 눈으로 본 것이고/살아보겠다고 버둥거리던/존재는 어디로 가고//사소하지 않은 사소한 사소가/내가/자식임을/아버지임을/남편임을/알게 한다.
졸시 「사소한 자각」이다. 종심從心에 이르러서다. 살아온 날의 그림과 살아갈 날의 여백 사이에서의 뉘우침이다. 갈망하고 도전했던 빛나는 목표, 움켜쥐고 채우려 했던 치열한 것들이 그만큼 누릴 가치가 없는 사소함으로 다가왔다. 신앙만큼이나 굳게 믿었던 성공과 실패도 소유의 눈으로 본 덧없는 이름이었다. 살아보겠다고 버둥거리던 존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사소하고 사소한 것이 중요하다.’라고 스스로 깨달은 늦깎이 깨우침이었다.
목표와 채움을 향한 일거수일투족은 홀어머니께 무관심이란 효의 갈증을 드렸고, 아이들의 사진첩에는 아버지가 없었고, 아내의 수첩에는 사랑이 아니라 오직 생활만 그득하였다. 자식, 아버지, 남편의 진정한 의미는 형식에 묻혀버렸다. 자식, 아버지, 남편의 책무를 성공 다음에서 한몫 찾으려 했던 순진한 시행착오였다.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인생은 사소함으로 채워진다.’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경쟁’이라는 휘둘림에서 자유로우면서다. 이제 만년의 길에서 가정이라는 둥지에서 가족과 함께 사랑으로 살아가고, 이웃과 오순도순 정을 나누고, 벗들과 더불어 우정의 길을 걷고, 세상의 지인들과 친교를 나누고, 주어진 봉사 직분에 몸담아 살아가는 일상의 삶이 나날이 새롭게 다가온다. 심지어 걷고, 뛰고, 오르고, 게다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축복이라고 여겨진다. 삶 안의 사소한 것들이 때때로 기적으로 다가온다. 그러한 기적들이 일상의 삶을 이뤄가고 존재의 희열을 맛보게 한다고 말이다.
‘무엇을 보느냐’에서 ‘어떻게 보느냐’로 관점을 바꾸면 중요한 것은 사소하게, 거꾸로 사소한 것은 중요하게 보인다. ‘무엇, 어떻게’를 소유의 눈이 아닌 존재의 눈으로 보면 삶의 의미와 행복이 더 가까워지고,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사소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을 느끼게 될 수 있어서다.
우리의 삶은 현재라는 일상들의 모음이다. 삶 안의 일상은 사소한 것들의 모음이다. 삶 안의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것은 곧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 일이다. 그러함에도 대체로 사소한 것들을 보잘것없다고, 하찮다고, 자디잘다고 시시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태도에서 실수가 유인되고, 걷잡을 수 없는 그 실수로 인하여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행복은 성공이라는 대박이 아니라 과정에서 만나는 평화, 안정, 애정, 희락, 만족 등과 같은 행복 송아리들의 마일리지임이 틀림없다. 실에 구슬을 꿰듯이 삶 안에서 만나는 행복 송아리들을 하나하나 꿰차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볼륨을 키워가는 삶의 지혜가 아니겠는가.
작은 하루의 자리에서 비로소 안다. 멀리 찾던 의미는 내 곁에 있다. 조용한 숨결 속에 이제 나는 나로 살아간다.
은종일 eunji4513@hanmail.net
2005 《한국수필》 수필, 《문학시대》 시, 《창작에세이》와 《문장》 평론 등단. 수필집 『스케치북 펼치다』 외 4권. 시집 『사소한 자각』 외 1권. 평론집 『현대수필의 창작과 비평』. 수상 박종화문학상, 대구문학상, 한국수필문학상, 올해의 수필인상(25,한국문협) 외 다수. (사)한국수필가협회 부이사장, (사)한국문인협회 이사, 대구교대 수필과지성 창작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