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로 꽤 유명하다지만, 나는 '주호민'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다.
지난 9월, 교사가 자신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교사는 직위 해제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그의 아들은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학교폭력으로 학급 분리 조치 되었다. 1주일 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켜 교사의 부적절한 발언(주호민 측 주장)을 녹취했다.
경위야 어찌 됐든 경솔했다.
사법기관의 판단에 맡기기 전에 학교라는 교육공동체 내에서 먼저 해법을 찾았어야 했다. 사실 나는 지난 10여 년간 '학교폭력위원회'와 '학교운영위' 활동을 해오면서 이런 부류의 학부모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봐 왔기에 딱히 놀랍지 않다.
자신의 자녀의 옳음을 밝혀내는 것에 앞서 학생들 간의 원만한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함에도 부모 자신들의 당위에 집착하다 애들 싸움이 어른들의 개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주호민의 자녀가 저지른 성폭력은 8, 9호 처분에 해당되어 고교생은 퇴학, 중학생 이하는 전학조치가 가능한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러함에도 (피해아동 측의) 원만한 용서를 받았다. 그러나 주호민은 해당 교사에게 진의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 소환통보를 받고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주호민은 총 5명의 변호사 및 용인경찰서 아동학대 담당관과 상담을 거쳤고, 경찰 신고보다는 학교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지만, 교육청 및 학교에 문의해 본 결과 정서적 아동학대의 경우 교육청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교사를 교체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에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항변을 보면, 학교에 대한 불신과 처음부터 교사 징계라는 목적이 뚜렷하다. 어쨌든 이렇게 '소통'과 '조율'이 사라지고 사법기관의 판단이 우선시 되면, 학교는 학부모는 의뢰인, 교사는 위탁업자로, 언제든지 물고 뜯을 수 있는 이해관계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학대였는지 사법부가 판단하게 될 예정이다. 발달장애 아동을 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노심초사하는 아픈 마음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지만,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